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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단식 요구 사항 이룬 것 없지만…'정치적 보상'은 챙겨


입력 2023.09.18 12:54 수정 2023.09.18 13:10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단식 19일째인 오늘 병원 이송…병원서 투쟁 이어갈 듯

정치권에선 "비명계 목소리 잠재워" "공천권 확고해져"

文 병문안 가능성도 제기되며 당 장악력 강화됐단 평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투쟁 16일차였던 지난 15일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조응천 의원을 만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정 쇄신과 전면 개각 등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간 지 19일째인 18일 건강 악화로 인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단식 중단 의지를 밝히지 않아, 병원에서 투쟁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비록 단식을 시작하며 내걸었던 요구사항 중 성취된 게 아무것도 없지만, '정치적 보상'은 얻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당이 부른 앰뷸런스에 실려 7시 10분께 인근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에 도착한 이 대표는 생리식염수 투여 등 응급조치를 받고, 오전 9시 35분께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이동했다. 이 대표는 이곳에서 회복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대표가 병원으로 이송된 건 지난달 31일 국회본청 앞에서 천막을 치고 단식에 들어간 이후 19일 만이다. 당은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감안해 지난 13일 본청 내 당대표실로 단식 현장을 옮겼다. 당내 인사들은 물론 시민사회 원로 등이 잇달아 이 대표를 찾아 단식을 만류하고, 지난 16일 의원총회를 통해 이 대표 단식 중단을 결의하기도 했으나 이 대표는 곡기를 끊은 채 단식을 지속했다.


전날에는 최고위원들과 주요 당직자들이 '신속히 입원해야 한다'는 담당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이 대표에게 입원을 강하게 권고하며 119구급대원까지 불렀다. 이때도 이 대표는 단식 중단은 물론 입원도 완강히 거부했다.


이 대표가 병원으로 후송되자, 당 지도부는 곧바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 대표 건강 상태를 공유하는 한편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당은 우선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권 국정 전면 쇄신 및 내각 총사퇴 촉구 인간띠 잇기 피켓시위'를 진행키로 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병원에 입원해서도 단식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 대표가 병원에서도 단식을 이어갈 수 있느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이 대표의 생각은 내가 볼 때는 정말 사즉생"이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같은 날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하지 않을 의지가 매우 굳건하다"며 "링거를 맞으면서도 단식을 이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KBS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단식이) 중단이 됐느냐. 링거를 맞아도 곡기를 끊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 단식"이라며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83년 단식을 하다 병원에서 링거를 맞으며 23일간 단식을 이어간 사례를 언급했다. 최 전 수석은 "김 전 대통령도 병원에 가서도 음식 섭취를 거부했다. 그래서 단식으로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피케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가 단식으로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지만, 그에 따른 '정치적 보상'은 충분히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의 단식이 대(對)국민 메시지보다는 대내 메시지로 읽혀온 만큼, 당내 통합과 당 장악력을 동시에 이뤄냈다는 것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전날 MBN 방송에서 "장기간 단식 고통을 겪은 만큼 정치적 보상은 충분히 있다. 정치적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단식"이라며 "비명계와 친명계의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등 당이 갈라지는 평가들이 있었는데 이를 다 잠재운 것만 해도 확실한 성과다"라고 밝혔다. 또 "내년 공천권까지도 확고해졌다"면서 "그걸 노리고 했다는 뜻은 아니지만, 고생한 만큼 정치적 성과는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오는 1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리는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할 예정임에 따라, 문 전 대통령의 이 대표 병문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전 대통령의 이 대표 병문안이 실제 이뤄진다면,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돼 당내 통합은 물론 이 대표의 장악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서 최고위원은 "(이 대표 단식 농성장에) 대한민국 모든 지도자가 다 왔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정부 관계자들 빼고 그동안 독재와 싸웠던 시민단체와 정치 지도자들이 다 왔다"라며 "문 전 대통령도 내일(19일) 이 대표를 만나서 이 대표가 왜 그랬는지 한 번 더 대화도 나누고 '몸 구하라'고 말도 하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사정에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두 번째 검찰 소환 조사가 종료되고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18일에 있을 거라고 얘기하지 않았나. 이미 본인의 시간표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라며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해 가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던 비명계가 뭘 못하게 만들어버린 상황이 됐다. 지지층도 결집시켰다"고 분석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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