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19일째인 오늘 병원 이송…병원서 투쟁 이어갈 듯
정치권에선 "비명계 목소리 잠재워" "공천권 확고해져"
文 병문안 가능성도 제기되며 당 장악력 강화됐단 평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정 쇄신과 전면 개각 등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간 지 19일째인 18일 건강 악화로 인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단식 중단 의지를 밝히지 않아, 병원에서 투쟁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비록 단식을 시작하며 내걸었던 요구사항 중 성취된 게 아무것도 없지만, '정치적 보상'은 얻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당이 부른 앰뷸런스에 실려 7시 10분께 인근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에 도착한 이 대표는 생리식염수 투여 등 응급조치를 받고, 오전 9시 35분께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이동했다. 이 대표는 이곳에서 회복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대표가 병원으로 이송된 건 지난달 31일 국회본청 앞에서 천막을 치고 단식에 들어간 이후 19일 만이다. 당은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감안해 지난 13일 본청 내 당대표실로 단식 현장을 옮겼다. 당내 인사들은 물론 시민사회 원로 등이 잇달아 이 대표를 찾아 단식을 만류하고, 지난 16일 의원총회를 통해 이 대표 단식 중단을 결의하기도 했으나 이 대표는 곡기를 끊은 채 단식을 지속했다.
전날에는 최고위원들과 주요 당직자들이 '신속히 입원해야 한다'는 담당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이 대표에게 입원을 강하게 권고하며 119구급대원까지 불렀다. 이때도 이 대표는 단식 중단은 물론 입원도 완강히 거부했다.
이 대표가 병원으로 후송되자, 당 지도부는 곧바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 대표 건강 상태를 공유하는 한편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당은 우선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권 국정 전면 쇄신 및 내각 총사퇴 촉구 인간띠 잇기 피켓시위'를 진행키로 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병원에 입원해서도 단식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 대표가 병원에서도 단식을 이어갈 수 있느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이 대표의 생각은 내가 볼 때는 정말 사즉생"이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같은 날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하지 않을 의지가 매우 굳건하다"며 "링거를 맞으면서도 단식을 이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KBS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단식이) 중단이 됐느냐. 링거를 맞아도 곡기를 끊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 단식"이라며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83년 단식을 하다 병원에서 링거를 맞으며 23일간 단식을 이어간 사례를 언급했다. 최 전 수석은 "김 전 대통령도 병원에 가서도 음식 섭취를 거부했다. 그래서 단식으로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단식으로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지만, 그에 따른 '정치적 보상'은 충분히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의 단식이 대(對)국민 메시지보다는 대내 메시지로 읽혀온 만큼, 당내 통합과 당 장악력을 동시에 이뤄냈다는 것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전날 MBN 방송에서 "장기간 단식 고통을 겪은 만큼 정치적 보상은 충분히 있다. 정치적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단식"이라며 "비명계와 친명계의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등 당이 갈라지는 평가들이 있었는데 이를 다 잠재운 것만 해도 확실한 성과다"라고 밝혔다. 또 "내년 공천권까지도 확고해졌다"면서 "그걸 노리고 했다는 뜻은 아니지만, 고생한 만큼 정치적 성과는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오는 1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리는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할 예정임에 따라, 문 전 대통령의 이 대표 병문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전 대통령의 이 대표 병문안이 실제 이뤄진다면,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돼 당내 통합은 물론 이 대표의 장악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서 최고위원은 "(이 대표 단식 농성장에) 대한민국 모든 지도자가 다 왔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정부 관계자들 빼고 그동안 독재와 싸웠던 시민단체와 정치 지도자들이 다 왔다"라며 "문 전 대통령도 내일(19일) 이 대표를 만나서 이 대표가 왜 그랬는지 한 번 더 대화도 나누고 '몸 구하라'고 말도 하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사정에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두 번째 검찰 소환 조사가 종료되고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18일에 있을 거라고 얘기하지 않았나. 이미 본인의 시간표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라며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해 가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던 비명계가 뭘 못하게 만들어버린 상황이 됐다. 지지층도 결집시켰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