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일본 버블 붕괴 당시와 비교·분석
부동산·주식호황 끝나며 불황진입 유사
공공부채·인구감소·미중갈등 등 악재로
중국 경제상황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이 과거 일본보다 공공부채가 더 많고, 인구는 더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갈등마저 전례없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많은 경제학자들은 중국의 현 상황이 1990년대 일본 경기침체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하지만 여러 면에서 중국의 문제는 일본보다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고도 경제성장을 이룬 일본은 1980년대 국내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급등하는 버블이 생겼고, 그 거품이 꺼지면서 30년 가까이 장기침체를 겪었다. 일본 중앙은행이 0%대 금리를 유지했지만 가계와 기업은 투자를 늘리기보다 부채를 갚는 데 집중하는 '대차대조표 불황'에 빠졌다.
중국의 대차대조표 불황이 일본보다 심각하다고 보는 까닭은 세 가지다. 먼저 중국이 급속도로 고령화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신생아 수가 956만명으로 떨어지면서 사회주의 중국 건국 이후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했다. 버블 붕괴 이후 20년이 지난 2008년 인구가 줄기 시작한 일본보다 인구감소 여파가 경제에 더 빨리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이 선진국에 접어들기도 전에 고령화 현상을 겪고 있다. 지난해 중국 1인당 소득은 1만 2850달러(약 1703만원)으로 1991년 일본(2만 9080달러)의 절반에 도 못 미친다. 중국이 성장동력을 잃고 선진국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는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채문제'도 장기침체 이유 중 하나다. JP모간체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총공공부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95% 수준으로 1991년 일본(62%)보다 높다. 부채비율이 높으면 당국이 소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펴고 그 결과 불황이 길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과의 관계도 중국이 과거 일본보다 더 나쁘다.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을 겪게 된 출발점이 '플라자 합의'다. 당시 미국은 일본에서 반도체를 대량 수입하는 등 심각한 대일 무역적자를 겪었다. 이를 뒤집기 위해 미국은 달러화를 평가절하했다. 그 결과 일본은 엔고불황을 겪게 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금리정책을 폈다. 이때 시장에 풀린 유동성은 주식·부동산 거품을 낳았다.
일본도 미국과 무역 마찰을 겪었지만 중국이 마주한 '신냉전'만큼은 아니라는 게 경제학자들의 분석이다. 미·중은 첨단기술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이 중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정작 중국 당국은 이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시아오핀 피 뱅크오브아메리카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다시 성장을 하기 위해선 재정과 통화, 부동산 정책의 통합적인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지표에서는 지금의 중국이 과거 일본보다 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중국의 GDP 대비 부동산 가치비율은 2020년 기준 260%로 정점을 기록한 뒤 소폭 하락했다. 일본의 경우 GDP 대비 부동산 가치는 1990년 560%로 치솟았다가 1994년 394%로 떨어졌다.
도시화 비율도 1988년 일본이 77%였던 데 비해 중국은 2022년 65%를 기록해 지금의 중국이 과거 일본보다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볼 여지도 있다. 자본시장에 대한 중국정부의 통제력도 강해 과거 일본에서 엔화가치 급등으로 발생한 문제를 중국이 겪을 가능성도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