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소속 전직 공무원, 전남도지사 상대 '해임처분취소 소송' 제기했으나 기각
법조계 "동료 직원들에게 욕설하고 폭언했다는 것 자체로도 공무원 품위유지의무 위반"
"공무원 아닌 사기업 다니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 정도 심각하면 해고까지 가능"
"직장 내 괴롭힘 처벌수위 갈수록 더 높아질 것…'사소한 괴롭힘'도 하지 않아야"
동료 직원들에게 욕설을 내뱉은 공무원에 대한 해임 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근무지에서 욕설하고 폭언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공무원법에서 규정한 품위유지의무 위반 사항이며 이 규정은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동료 공무원에게도 지켜야 할 규범인 만큼 준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공무원뿐만 아니라 사기업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의 정도가 심하면 해고할 수 있기에 직장 동료에게 사소한 괴롭힘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20일 광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박상현)는 전남도 소속 전직 공무원(6급) A 씨가 전남도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전남도는 A 씨의 심각한 비위행위에 대한 신고를 접수해 징계위를 거쳐 지난해 9월 해임 처분을 내렸다. 당시 그는 사무실에서 동료 직원들에게 "어디서 행정 8급이 가르치려 드냐", "XXX가 없다", "흉기로 머리를 찍어 버린다" 등의 각종 폭언과 협박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여직원들에게 "너무 말랐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등의 음담패설을 하는가 하면 자신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다며 막말을 했다.
법무법인 일로 오종훈 변호사는 "근무지에서 동료 직원들에게 욕설하고 폭언했다는 것 자체가 국가공무원법 제63조에 규정된 품위유지의무 위반 사항이다. 해당 법령에서 공무원은 국민의 수임자로서 직책을 맡아 수행해 나가기에 손색이 없고, 인품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동료 공무원에 대해서도 지켜야 할 행위 규범이기에 이를 준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변호사는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서 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 순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사건 원고가 받게 된 해임은 사실상 중징계에 해당한다"며 "지난 2022년도에 징계받은 공무원 중 파면 49명, 해임 162명, 강등 107명, 정직 489명, 감봉과 견책은 각각 425명, 531명이었다"고 부연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윤지영 변호사는 "공무원 관련 법령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규율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내부 신고 절차를 밟아 신고하면, 조사해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한 공무원에 대해 징계 절차를 진행한다"며 "욕설의 반복성과 지속성 그리고 또 다른 피해자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징계 양정을 하게 된다. 일반 사기업도 마찬가지로 정도가 중하면 해고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주원 최상혁 변호사는 "상급자 중 몇몇 분들은 군대식 문화를 회사에 접목하려고 한다. 특히 과거에는 열정페이를 강요했던 경우가 많다 보니, 자유로운 문화를 추구하는 요즘 MZ세대들과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러므로 상급자들은 업무 지시를 할 때 적정한 수준에서만 부하직원들에게 요구하고, 이외의 시간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회사가 곧 인생 전부라는 기성세대의 사고가 부하직원 입장에선 직장 내 괴롭힘으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최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의 절대적인 수량은 과거부터 많았다. 다만, 최근 들어 이 이슈가 부각되는 이유는 언론에 자주 보도되기 때문"이라며 "특히 과거에는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해도 쉬쉬하고 넘어가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소한 괴롭힘도 용납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기에 이런 이슈들이 더 조명받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판례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최소한의 처벌만 하고 넘어가자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개인들은 모두 동등한 위치에 있기에 괴롭히는 것은 부당하다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그렇기에 현 MZ세대가 회사에서 중간관리 혹은 고위관리직으로 올라간다면 접목하려고 문화가 더 퍼질 것이고,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처벌수위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