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6일 동안 40여 개국 정상들과 만나 엑스포 세일즈
인구 3만여 명 '산마리노' 집정관과도 만나 '한 표' 호소
대통령실 "유엔 순방, 엑스포 총력전…분초 다투며 뛸 것"
윤석열 대통령이 제78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첫날 9개국 정상들과 연쇄 양자회담을 가지며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해 총력을 쏟았다. 윤 대통령은 뉴욕에 머무는 22일까지 40여 개국 정상들과 만나 부산 엑스포 지지를 당부할 계획이다.
아무리 작은 나라더라도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인 이상 엑스포 개최지에 대한 투표권은 한 표를 갖고 있는 국가들인 만큼, 이들 국가들의 정상들을 개별 접촉해 한 표라도 더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나를 '회담 기계'라고 생각하라"며 적극적으로 양자회담 일정을 잡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18일 오전 10시(현지시각) 뉴욕 JFK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오후 12시 30분부터 약 7시간 동안 △스리랑카 △산마리노 △부룬디 △체코 △덴마크 △몬테네그로 △투르크메니스탄 △세인트루시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등 9개국 정상들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산마리노(2000년), 부룬디(1991년), 몬테네그로(2006년) 등 3개국 정상과는 수교 후 첫 회담이었다.
회담장 안팎에는 부산 엑스포 홍보 포스터와 책자 등을 비치해 사실상 홍보관처럼 꾸몄고, 회담장 내 상대국 정상 테이블 위엔 'Busan is Ready(부산은 준비됐다)'가 적힌 홍보 책자가 비치됐다. 또 부산 엑스포 유치전을 총괄하는 장성민 미래전략기획관은 양자회담이 열릴 때마다 배석했다.
2030 엑스포 개최 도시는 오는 11월 28일 BIE 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한국의 부산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이탈리아의 로마와 경쟁하고 있다. 현재 리야드가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윤 대통령은 이번 뉴욕 유엔총회 참석 계기에 40여 개국 정상들과의 양자회담을 통해 막판 뒤집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각국 정상회담에서 맞춤형 경제 지원과 민원성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면밀히 논의하며 부산 엑스포 개최 지지를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을 만날 때마다 "부산은 세계 제2위 환적항이자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관문"이라며 "부산 엑스포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 기술로 엑스포 참가국들의 문화·역사·자원과 상품을 전 세계에 홍보하는 최적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의 만남에선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당부했고, 수소경제 발전과 고속철도 건설 등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모색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파벨 대통령은 자국에 리튬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배터리 생산 협력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필립 조셉 피에르 세인트루시아 총리에게는 "크리켓 경기장 보수, 청소년 훈련차량 사업에 대한 지원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탈리아에 둘러싸인 인구 3만3000여명의 초미니 내륙국가인 산마리노의 알레산드로 스카라노·아델레 톤니니 집정관과도 만날 정도로 부산 엑스포 유치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산마리노도 BIE 회원국으로서 엑스포 개최지에 대한 투표권을 갖고 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의 유엔 순방은 엑스포 총력전"이라며 "뉴욕의 공관을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사실상의 베이스캠프로 삼고 유엔본부를 오가며 최전선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했다.
김 수석은 "뉴욕에 머무는 동안 38개 나라 정상(9월 18일까지 접수 기준)과 양자회담을 갖는데 이어 그룹별 정상 오·만찬을 연이어 주재할 예정"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전방위적인 양자회담을 이어가는 데에는 부산 엑스포 유치 지지 확보 목적과 함께 '경제 총력전'의 일환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김 수석은 "이번 순방은 또한 경제 총력전이다. 대내외 복합 위기 속에서 국민들 먹고 사는 문제, 우리 경제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에 회담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과 만나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이뤄낸 대한민국 경제의 기적을 공유하고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과 에너지, 개발 협력 확대 방안을 모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게는 외교가 경제이고 경제가 외교"라며 "이번 순방에서 수출 뿐 아니라 기업의 해외 진출·해외기업의 국내 투자 유치 등 우리 국민과 기업이 뛸 수 있는 운동장을 넓히기 위해 대한민국 제1호 영업사원은 분초를 다투며 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