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에 공감하며 시대전환과 전격 합당
조정훈 "金, 수술칼에 대한 의지 보였다"
'이재명과 대립각' 조광한에도 손 내밀어
文 정부 고위 관료 출신도 합류 성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조정훈 의원이 대표로 있는 제3당 시대전환과의 합당을 이끌어내며 '중도보수 빅텐트'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조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배지를 달았지만, 조국 사태를 계기로 민주당의 전체주의 행태를 비판하며 합리적 중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대표가 조 의원에게 영입 제안을 한 것은 9월 초순이다. 입당 형식을 취할 경우 비례대표인 조 의원의 의원실 상실 문제가 결려 있어 '조건 없는 합당'을 제안했다고 한다. 조 의원 역시 아무런 조건을 걸지 않고 받아들였으며, 당내 논의를 거쳐 최종 합당을 선언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번 영입으로 김 대표의 개혁 의지가 확인됐다는 평가다. 민주당 측으로부터도 영입 제안을 받았던 조 의원은 "꽃꽂이가 될 생각은 없다"며 "수술용 메스로 써 준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했었다. 직책 등 구체적인 제안은 없었지만 김 대표가 큰 틀에서 그 뜻을 수용하며, 합당이 전격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이날 의원회관에서 취재진과 만난 조 의원은 "보수는 정체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질서 있는 변화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며 "수술칼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국민의힘이 중도보수의 큰 연대체를 만든다고 하니 제가 들어가 메기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 외에도 국민의힘은 오는 20일 외부 영입 인사를 공개한다. 민주당 출신 조광한 전 경기도 남양주시장, 문재인 정부 국세청장과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을 지낸 김현준 전 사장, 문재인 정부 서울경찰청 자치경찰 차장을 지냈던 고기철 전 제주경찰청장 등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 전 시장은 재직 시절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 계곡 정비 치적 등을 두고 각을 세웠던 인물이다. 지난 2022년 대선 이후 이재명 대표로 민주당의 주도권이 넘어가자 "지금의 민주당은 도저히 사랑하기 어렵다"며 당을 떠난 바 있다. 조 전 시장의 이번 국민의힘 입당에는 경기도 지역 민주당 당직자 출신 등 2000여 명의 당원이 함께할 예정이다.
조 전 시장은 통화에서 "민주당은 역사상 가장 비정상적인 대표를 모시고 이성이 마비돼 버린 정당"이라며 "(이 대표와 각을 세운) 나는 소명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당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내가 민주당을 떠난 게 아니라 민주당이 나를 내쫓은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이철규 사무총장은 내가 꿈꾸고 있는 정치를 실현할 기회를 주겠다며 손을 내밀었기에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가 중도·외연 확장을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지향하는 가치가 같다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자유롭고 열린 정당"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집단적으로 이재명 방탄에 매몰돼 있는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하겠다는 게 김 대표와 국민의힘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김 대표는 이른바 '제3지대'에도 손짓을 하고 있다. 지난 12일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와 만나 "변화를 일으키려면 여당과 함께해 줘야 한다"고 했다. 이날 창당발기인 대회를 연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선택'을 포함해 제3지대 세력과 언제든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입장이다.
나아가 김 대표는 민경우·서민 대안연대 공동대표 등 옛 진보진영 인사들과 비공개 오찬을 하며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한 참석자는 "김 대표가 다양한 사안에 대해 적절한 답변을 줬는데, 정확한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라며 "굉장히 좋은 인상을 받았고 다른 참석자들도 같은 반응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