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투표 색출행태는 몰상식·반민주적"
이원욱 "영원할 것 같던 홍위병, 10년 만에 끝나"
전문가들 "친명, 수세 몰리지 않게 강하게 나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가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투표를 "용납할 수 없는 해당행위"라고 규정하면서 계파 갈등 전운이 더 고조되고 있다. 동시에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혁(개혁의딸)들의 가결표를 찍은 의원에 대한 '색출 작업'도 거세지는 양상이다.
외견상으로는 친명계가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 '가결 책임론'을 내세워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명계에 대한 십자포화를 가하고, 자신들의 체제를 거꾸로 견고히 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내면에는 친명들이 '구주류'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반발과 두려움에 이 같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전날 밤 박광온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했다. 표결을 앞두고 박광온 원내대표는 지도부와 비명계의 가교 역할을 하며 부결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수의 이탈표가 발생하며 '책임론'을 결국 피해 가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친명계 최고위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당 최고위원회가 입장문 내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투표는 용납할 수 없는 명백한 해당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최고위원들은 조속히 당을 안정시키고 이재명 당대표를 끝까지 지켜낼 것"이라고 했다.
설상가상 개딸들도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보이는 비명계 의원 색출 작업에까지 나섰다.
실제로 강성 지지자들이 비명계 의원을 비난하는 창구가 됐단 평을 받고 있는 당원 커뮤니티 '블루웨이브'에도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쳐내야 한다는 요지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표결 결과 발표 이후 블루웨이브에는 '가결표를 던진 수박들이 급하긴 했구나' '배신자를 다 찾을 것도 없이 확실한 사람들부터 쳐내야 한다' '반역을 하면 어떻게 하는지 보여달라. 대표님 이제 칼을 뽑으시라' 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비명계 의원들을 '검찰의 안내견'에 빗대면서 '함께 갈 수 없는 이들을 청소하자'라는 글도 게시됐다.
지지자들 일부에선 민주당 의원들에게 '부결표를 던진 인증 사진'까지 요구해야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은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격앙된 지지자들 사이에서 가결표를 찍은 의원들에 대한 색출 작업이 시작된 것에 대해 "국민들이 볼 때는 얼마나 섬짓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진짜 민주당 맞나 이런 생각이 들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에 해로운 행위고 그것이야말로 해당 행위"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색출이 두려운 게 아니라 색출하는 행태,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 그건 몰상식하고 반민주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원욱 의원도 YTN라디오 '뉴스킹'에서 "개딸이라고 하는 단어가 이 대표의 팬덤들이 스스로 만든 용어였다"라고 하며 "의원들의 입을 막는 데는 동원됐는데, 이 대표 입장에서는 성과를 거뒀지만 그런데 얼마나 가겠느냐. 모든 의원들의 입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의 문화혁명 때 홍위병들은 영원히 갈 것 같았지만 결국 10년 만에 끝나고 지금은 완전히 홍위병이 중국의 현대사를 망친 주역들이었다고 평가 받고 있지 않느냐"라고 되물었다.
이날 비명계로 분류돼 온 박광온 원내대표를 포함한 원내지도부 전원이 내년 총선에 불출마해야 한다는 당 국민응답센터 청원도 올라왔다.
'박광온 대표를 포함한 원내지도부 전원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제목의 청원 글은 "박광온 원내지도부가 이미 사퇴했지만 사퇴만으로는 부족하다"라며 "오늘과 같은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박광온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 모두에게 내년 22대 총선 불출마를 요구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글 하단에는 "친명 지지단체인 민대련, 민민운, 더명문학교, 세종강물, 부산당당, 잼칠라보호연맹, 딴지대구당, 더민실 일동"이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는 '비명계가 수세에 몰렸다기보다는 당내 기득권 확보를 위한 진짜 전쟁이 시작된 것'이라는 진단이 내놨다. 최근 친명계 의원들과 개딸들의 움직임은 이 대표가 리더십 타격을 받은 것은 분명한 상황에서 '주류의 자리를 빼앗길까봐 나오는 두려움'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재명 대표의 당 장악력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그 장악력을 나름대로 확보하기 위해서, 그래서 실질적으로는 본인들이 수세에 몰리지 않기 위해서 더 강하게 나가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언젠가는 닥칠 일이 이제 닥친 것에 불과하다. 양측이 이제는 전쟁이다. 이 대표 측은 준비를 안 했겠느냐"라고 말했다.
또한 "모든 시나리오, 특히 비명계 쪽에서 검찰의 기소를 계기로 해 본격적으로 이 대표에 대한 사퇴론을 제기할 거라는 것도 이미 예상이 돼 있었다. 친명계에서는 대응하기 위한 매뉴얼에 따라서 이제 움직이는 것"이라며 "더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서 제압을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