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신인' 정광재 전 MBN 앵커 인터뷰
"정치권, 혁신·반성 없이 양극화만 벌려"
"정치가 '지속가능한 발전' 이끌어내려면
선진화 시대 맞는 새 주역들 전면 나서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1995년 '베이징 발언'으로부터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과연 그 사이에 우리 정치는 4류에서 조금이라도 랭크가 올랐을까.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21대 국회의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대마저 내려놓는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과연 우리 정치, 우리 국회, 우리 정당은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야 '4류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데일리안은 '4류정치 청산'을 주제로 하는 연속 인터뷰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열일곱 번째 순서로 전 MBN의 앵커이자 경기도 의정부시 출마를 노리고 있는 정치 새내기 정광재 전 앵커를 만났다.
"경쟁무대가 전 세계인 우리나라 기업은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퇴출된다. 그런데 한국 정치는 내수 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를 갖는 두 정당이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채 양극화만 벌려 놨다. 배부른 두 정당이 혁신과 반성 없이 정치를 독점하다보니 유권자에게 있어 정치란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과정이 된 것 같다."
우리나라 정치가 4류로 불리는 이유를 묻자 정 전 앵커가 내놓은 답변이다. 이 같은 답변엔 정 전 앵커가 언론인으로 걸어왔던 길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는 지난 2000년 매일경제에 입사해 언론인 생활을 시작하면서 초반엔 경제 기사를 쓰는데 주력했다. IT·벤처기업 열풍과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이후 적을 옮긴 MBN에선 12년간 정치권을 취재하며 국내 정치가 바뀌는 모습을 목격했다.
국내 경제계와 정치권을 두루 겪은 만큼 정 전 앵커의 시각은 "정치가 민생을 좌우하는 기본 베이스"라는 데 꽂혀 있었다. 그는 "선진화 단계에 있는 우리나라의 다음 화두는 미래세대의 희생 없이도 풍요로운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에 있다. 그러려면 정치부터 지속가능한 발전이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다"고 말했다.
정 전 앵커가 정치권에 투신하겠다고 결심한 계기도 이 때문이다. 그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것이 정치의 변화 없이는 사회가 변화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결국 정치가 변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도 어렵다고 본다"며 "과거 우리나라 산업·민주화를 이끈 정치의 역동성은 간데없고, 지금은 과점적인 두 정당이 적대적 상생관계만 유지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치는 정치만 남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념 정당, 지역 정당이란 성격을 못 버리고 포퓰리즘·내로남불로 점철된 정치권에 필요한 것이 바로 세대교체"라며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치고 가는 것처럼, 선진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주역들이 정치권 전면에 등장해야 한다. 70년대 생들을 중심으로 정치권에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좌우 이념 대립과 지역 갈등의 골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975년생인 정 전 앵커는 이 같은 세대교체의 한 축이 되기 위해 정치라는 험난한 여정에 오른 것이다.
"경제 이끌 '규제 개혁'에 정치 인생 걸고 싶어"
"밥벌이형 생계 정치로 인해 정치 본질 흐려져"
"86세대 시대적 소명 다해…세대교체 있어야
'좌우 이념 대립·지역 갈등' 골 넘어설 수 있어"
정치권에 투신하겠다고 결정하면서 정 전 앵커가 결심한 건 두 가지다. 하나는 정치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겠단 것이고 또 하나는 절대 '생계형 정치인'은 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 전 앵커가 꼽은 두 가지 결심은 그가 갖고 있는 현 정치권의 문제점과 일맥상통하다.
정 전 앵커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규제 개혁에 정치 인생을 걸고 싶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정 전 앵커는 폐지방(脂肪)에 얽힌 규제를 한 가지 예시로 들었다. 그는 "연간 80톤가량 발생하는 폐지방이 1조원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현행법상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다른 목적으로 사용이 불가능하다"며 "규제만 풀어주면 충분히 고부가 사업이 될 수 있는데 규제에 얽혀 다른 용도로 사용이 안 되고 있단 것이다. 이런 규제들을 하나씩 찾아 없애는 것이야 말로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이끌 정치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또 정 전 앵커는 '생계형 정치'야말로 국내 정치가 4류라는 평가를 듣는데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정치가 아니면 할 게 없기 때문에 하는 밥벌이 정치'를 혐오한다. 대표적인 게 386세대"라며 "그들은 지난 20~30년간 80년대에 학생 운동한 것으로 오랫동안 정치 주역으로 있었는데, 선진화·지속가능한 발전·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는 활동을 해왔다. 생계형 정치인에 가까웠던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정 전 앵커가 필수라고 꼽았던 우리나라 정치에 세대교체가 필요한 이유와 궤를 같이 한다. 그는 "386세대들은 정말로 나라 발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기보단 철저히 정략적으로 제도적인 허점을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을 해왔다"라며 "이 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의 과정이었던 정치의 본질은 실종됐고, 여야 의원 간 소통도 사라졌다. 막스 베버가 1920년에 정치인에게 필요한 3가지로 열정과 균형감각, 책임의식을 꼽았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통하는 이야기인데 생계형 정치인들은 그 균형감각을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2000년대 초반 등장해 한국 정치를 20년 넘게 좌우했던 86세대들은 이제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고 본다. 더 이상 그 분들은 갈등중재자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 '이 정도만 해도 괜찮지 않나'는 생각을 하면서 소위 절박감이 없어졌다"며 "고도성장의 끝 칸에 탄 그분들은 지금 청년들이 고민하는 사회적 계층 사다리의 부재에 대해 무관심하다. 정치권에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좌우 이념 대립과 지역 갈등의 골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1대 국회 '독주 국회'…포퓰리즘·내로남불 많아"
"민생 법안 있었나 가물…'86 정서론' 혁신 어려워"
"의정부 약화 마음 아파…'자족·자립성' 높이고파"
"대화·타협 사라진 정치서 '갈등중재자' 역할할 것"
정 전 앵커는 정치 첫 소속정당으로 국민의힘을 선택했다. 그는 "21대 국회는 '독주 국회'라고 본다.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독주가 횡행하면서 포퓰리즘과 내로남불이 많아졌다. 특히 이번 국회에서 납품대금연가연동제 정도를 제외하곤 민생을 위해 만들어낸 법안이 어떤 것이 있는지 가물가물하다"며 "큰 힘을 적절히 활용해야 하는데 여전히 386세대의 정신만을 앞세운 민주당의 정서로는 혁신이 어렵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런 그가 출마를 노리는 지역은 경기도 의정부시다. 정 전 앵커가 태어난 곳은 연천이지만 의정부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등 거의 평생을 의정부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정부가 국민의힘에 있어 '험지'라는 점이다. 의정부갑 지역구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6선을 지낸 곳이다. 의정부을 지역은 홍문종 전 새누리당 의원이 두 차례(19·20대) 이 지역에서 당선되긴 했지만, 강성종 전 의원이 재선을 지냈고 현재 김민철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만큼 만만한 지역은 아니다.
그럼에도 정 전 앵커가 의정부를 선택한 것 역시 혁신과 변화가 필요해서다. 스스로 의정부를 '정서적 고향'이라고 표현한 정 전 앵커는 "한 때 경기 북부를 대표하는 도시였던 의정부가 지금은 고양·남양주·파주에 뒤질 정도로 약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며 "민주당이 의정부 지역 의석을 가져가고 시장직도 12년간 독점하면서 의정부가 얼마나 좋아졌느냐는 문제의식이 있다. 의정부를 바꿔놓고 과거의 명성을 찾을 수 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어 의정부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지역 관련 이슈를 선점할 준비도 돼 있다. 정 전 앵커는 "의정부의 제일 큰 이슈는 자족성이다. 의정부 시민 가운데 매일 의정부 밖으로 출퇴근하는 사람 비율이 54%"라며 "지역 존립 기반이 그만큼 약화되고 있단 증거다. 이를 위해 반환되는 미군 공유지를 잘 개발할 수 있는 정책을 통해 자족성을 높이고, 의정부 복합문화융합단지를 활성화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또 의정부 동부지역 교통 인프라를 개발하는 것도 필수"라고 소개했다.
이어 "의정부뿐만 아니라 규제에 대해 집중 연구해서 우리 국민의 삶에 질을 떨어뜨리는 규제를 다 찾아서 진짜 밑바닥부터 큰 기업을 운영하는 분들에게까지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치적인 미래를 걸고 싶다"며 "그게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규제를 철폐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어렵지만 꼭 해내고 싶다"고 피력했다.
끝으로 정 전 앵커는 내년 총선에서 세대교체를 통해 최근 문제로 떠오른 팬덤 정치에 종식을 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0년 총선이 있었고 곧바로 이어진 2022년 대선은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는 구도로 가면서 이미 악화된 정쟁 정국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팬덤 정치를 갖고 나오면서 대화와 타협을 찾기가 어려워졌다"며 "이번 국회에서 발의된 2만2000건의 법안 중 70%인 1만6000건이 계류되는 등 민생은 뒤로 밀렸다. 이런 정치들에 안녕을 고하기 위해서라도 한국 정치의 세대교체를 가늠하는 선거인 내년 총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서도 정치 세대 교체와 인물 교체가 꼭 필요하다"며 "그 중심에 서서 입법 활동과 지역 활동을 모두 잘해서 꼭 '정치인 정광재를 지지한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 되고 싶고 윤석열 정권이 반드시 역사에 성공한 정부로 기억될 수 있도록 꼭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