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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 길잡이…바다위 신호등 만드는 ‘항로표지기술원’ [D:로그인]


입력 2023.10.04 07:00 수정 2023.10.04 07: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항로표지 관련 조사·연구·홍보까지 총괄

자율운항선박 시대 ‘스마트 항로표지’ 박차

등대박물관 바탕 해양문화 콘텐츠 발굴도

국립등대박물관 전경. ⓒ한국항로표지기술원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감염병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비대면 문화 확산,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공공기관 역점 사업에 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공공기관의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의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됐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로그인]처럼 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육지에는 사람이 다니는 길과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가 있다. 길과 도로는 사람과 자동차를 분리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돕는다. 무수히 많은 길과 도로가 서로 얽혀 있어도 ‘신호’라는 정해진 약속을 통해 사고를 줄이고 편의를 높인다.


바다도 길이 있다. 크고 작은 배가 서로 부딪치지 않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안내하는 ‘항로’다. 문명이 많이 발달하지 못한 과거에 배와 배가 서로 충돌하지 않고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항로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바다 위에 솟아 있는 크고 작은 섬, 즉 ‘곶’이 항로 역할을 했다. 곶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에는 횃불과 봉화, 꽹과리, 깃발 등을 활용하기도 했다. 수심이 얕은 곳에는 나무를 꽂아 항로를 만들었다는 기록도 있다.


인류가 전기를 발명하고 나서부터는 ‘등대’가 생겼다. 우리나라에는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 최초의 근대식 등대인 인천 팔미도등대와 소월미도등대, 북장자서등표, 백암등표 등이 처음 불을 밝혔다.


등대 외에도 바닷길을 알려주는 시설로 등표와 입표가 있다. 등표와 입표는 암초 위에 설치한다. 등표는 불을 밝히는 시설이 있고, 입표는 없다. 우리나라에는 200여 개의 등표와 입표가 있다.


해상부표도 바닷길을 안내하는 중요한 도구다. 등표나 입표와 달리 물 위에 떠 있는 해상부표는 형상과 색깔, 설치 장소 등이 국제 협약으로 정해져 있다.


이처럼 안전한 뱃길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등대, 부표 등 표지가 있어야 한다. 바로 항로표지라 불리는 것들이다. 항로표지에는 등광, 형상, 채색, 음향, 전파 등 선박의 항행을 돕는 모든 인공 시설을 포함한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은 항로표지에 관한 조사와 연구, 홍보하는 곳이다. ‘항로표지법’ 제41조를 근거로 2018년 설립했는데, 1999년 5월 설립한 (재)한국항로표지기술협회가 모태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은 항로표지에 관한 기술개발 및 항로표지 관련 시설의 효율적 관리 등을 통해 항로표지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했다.


구체적으로 ▲항로표지에 관한 조사·연구 및 홍보 ▲국제항로표지협회와 협력 등 항로표지 관련 국제협력 지원 ▲국제기구 항로표지 관련 정보 수집·분석 및 제공 ▲항로표지 장비·용품 연구·개발 및 시험·검사 ▲항로표지 분야 전문인력 양성, 교육 지원 및 관리 ▲외국과 항로표지 관련 개발 협력 지원 ▲국가가 설치·관리하는 부표류 제작 및 수리 ▲국립등대박물관 및 등대해양문화공간 관리·운영 등 사실상 항로표지 관련 대부분 일을 주관한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 역할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는 물류의 99%가 해상운송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박 안전이 곧 국가 경제와 직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은 해상 부표를 제작, 수리하는 일도 맡고 있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
똑똑해진 뱃길 안내, ‘스마트 항로표지’ 연구 박차


한국항로표지기술원은 ‘안전한 뱃길로 안내하는 해상교통 신호등’을 경영 목표(미션)로 한다. 항로표지 기술과 해양문화를 선도하는 세계적 공공기관을 위해 5가지 전략목표를 세우고 있다.


5대 전략목표는 ▲항로표지검사 전문기관으로 도약 ▲항로표지 글로벌 전문가 200% 양성 ▲기술특화 및 실용화 200% 달성 ▲고객만족도 최우수등급 달성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사업 인프라 확보다.


최근에는 스마트 해상물류와 자율운항선박 시대를 대비해 스마트 항로표지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에 따르면 스마트 항로표지 기술개발은 항로표지 시설체계를 디지털 정보 수집과 효율적 관리가 가능한 다목적 해양 플랫폼으로 변화시키는 내용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해상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첨단 항로표지를 구축한다.


구체적으로 항로표지용 새로운 전원공급과 관리기술, 차세대 중대형 등·부표 설계기술을 연구 중이다. 항로표지용 다중 통신 장치를 비롯한 스마트 항로표지 사업은 한국항로표지기술원이 가진 오랜 경험과 축적한 기술력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하는 분야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이 가진 높은 기술력은 해외 시장 개척과 공적개발원조(ODA)로도 이어진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은 국제항로표지협회(IALA)와 협력해 2008년 캄보디아 해상교통시설 설치 타당성 조사, 2014년 필리핀 해양교통시설 마스터플랜 수립, 2020년 IALA 전략대응 연구 및 아프리카 가나 볼타후 교통시스템 타당성 조사 등 다수의 사업을 진행해 왔다.


2020년 11에는 항로표지 국제협력센터를 설립해 지속가능한 국제협력 사업체계를 구축에 노력 중이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 주요 업무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게 등대 유물 보존과 학술연구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은 국립등대박물관을 통해 해양문화를 국민에게 알리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경북 포항시 호미곶 국립등대박물관과 전국 9개 등대해양문화공간을 바탕으로 각종 공모전을 열고 등대와 해양문화 콘텐츠를 발굴한다. 또한 공모전 결과물을 전국 순회전을 통해 널리 알려 국민이 더욱 가깝게 해양문화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지난 2018년 세계등대 총회에서는 등대가 갖는 해양문화와 역사적 가치를 담아내면서 우리나라가 선도적으로 세계 등대해양문화를 이끄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침체한 해양관광 활성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학예사 대상 전문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등대해양문화 전파를 위한 교육과 문화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지방자치단체와 협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교육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주요 사회관계망(SNS)을 활용해 등대해양문화 소통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이 밖에도 등대해양문화공간 운영 사업을 통해 등대문학상 공모전, 지역 등대를 활용한 예술제, 음악회, 힐링콘서트, 등대버스킹, 등대해양캠프, 웹툰 공모전과 등 지역문화행사도 이끌고 있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이 관리 중인 전국 주요 등대 모습. ⓒ한국항로표지기술원
박광열 원장 “바다 안전 인식↑, 건전 해양문화 정착 노력”


지난해 6월 취임한 박광열 한국항로표지기술원장은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책관과 대변인을 거쳐 해사안전국장,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장 직전에는 한국해양진흥공사 경영기획본부장을 맡아 국내 해양물류 산업 전반에 관한 안목을 키우기도 했다.


박 원장은 한국항로표지기술원을 “육상 도로의 교통신호등이 차량의 안전 운행을 안내하는 것처럼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들이 안전하게 뱃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잡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해상교통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상의 가치”라며 “한국항로표지기술원은 해상 교통안전 최일선에서 국가 기반 시설인 항로표지 수리와 기술개발, 검사, 국제기준 설정, 개도국 지원을 위한 국제협력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해양레저를 즐기는 국민이 늘어나자 바다 안전에 관한 인식을 키우고 건전한 해양문화 정착에도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주요 등대 해양문화공간을 활용해 해양친화적인 인식 확산에도 노력하고 있다.


박 원장은 “한국항로표지기술원 임직원 모두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해 내부역량을 높이는 한편, 선박 안전과 선원 교육·훈련 등 해양교통안전 관계 기관과 협업을 강화해 안전한 뱃길을 지키는 데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은 국립등대박물관과 전국 주요 시설을 활용해 다양한 해양문화관광 활성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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