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대한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한다는 목적의 고향사랑 기부제가 시행된 지 9개월이 지났다.
올해 초 자발적인 기부문화를 통해 지역에 대한 관심과 연계를 높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지방재정을 확충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기대 이하다. 지난 1~7월 전체 모금액은 약 245억원으로, 제도의 벤치마킹 대상인 일본의 고향납세제도 첫해 2008년 4~12월 모금액 약 820억원(2022년 약 8조7천억원)을 크게 밑돈다. 일본의 경우 우리와 달리 온라인 기부가 불가능했고 사실상 영수증 발급이 어려웠던 점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수치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민간기부액은 약 15조2천억원, 이 가운데 개인 기부액은 10조3천억원에 달했다. 이런 민간기부에 비해 세액공제율이 높고 다양한 답례품까지 선택할 수 있는 고향사랑 기부제로 물꼬를 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제도가 뿌리를 내리기 전 섣부른 진단과 우려일 뿐일까?
고향사랑 기부제를 옥죄고 있는 제도 운용을 고려할 때 단순한 기우(杞憂)라고 할 수 없다. 이미 제도 초기부터 각종 규제와 제약이 겹겹이 에워싸고 있어 제도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개인 기부액 한도 설정(500만원), 홍보 수단의 제한, 고향사랑기금의 용처 한정, 지역민 및 법인 기부 불가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약칭 ‘고향사랑기부금법’)에 포함된 이러한 제약에도 실제 제도 운용에서 법 취지를 제대로 살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법률이 옷소매를 끄는데 시행령과 정부의 법 해석은 멱살을 잡는 격이랄까.
예컨대 고향사랑기부금법은 금지하는 기부금의 모금 방법에 대하여 개별적인 전화나 서신, 전자적 전송매체의 이용, 호별 방문, 향우회나 동창회 등 사적인 모임에서 적극적으로 기부를 권유·독려하는 것과 함께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을 열거했다(제7조 제4조). 그런데 시행령은 이와 관련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주최·주관 또는 후원하는 모임이나 행사에 참석·방문하여 적극적으로 기부를 권유·독려하는 방법”을 금지했다(시행령 제3조 제3항). 개별적이고 사적인 권유·독려 외에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행사에서 적극적인 모금까지 제한할 필요가 있을까. 결과적으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특색과 이슈를 합법적으로 홍보할 수단은 매우 한정적이다.
고향사랑기부금법은 또 기부금의 접수 방법에 대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정한 금융기관에 납부하게 하거나, 제12조에 따른 정보시스템을 통한 전자결제·신용카드·전자자금이체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청사, 그 밖의 공개된 장소에서 접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8조 제1항). 이에 더해 행정안전부장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고향사랑 기부금의 모금·접수 및 답례품 제공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그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할 수 있다”, “(이에 따른) 정보시스템의 구축·운영 업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관계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제12조 제2항 내지 제3항). 이러한 임의규정에 대해 시행령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정한 금융기관이나 법 제12조제2항에 따른 정보시스템을 통해 받을 수 있다”면서도(시행령 제4조 제1항), “행정안전부장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정보시스템의 구축·운영 업무를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 위탁한다”고 한정 짓고 있다(시행령 제8조 제1항).
시행령은 이에 더해 기부금 기탁서를 받을 때 기부하려는 사람이 본인인지 여부, 기부하려는 사람의 연간 고향사랑 기부금 총액이 500만원을 초과하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시행령 제4조 제2항).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이러한 시행령 규정을 근거로 오직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서 개발해 운영하는 단일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을 통해서만 기부금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르면 법률에서 그나마 몇몇 문을 열어두었지만 시행령과 그 해석의 결과 하나의 문으로만 출입이 가능한 모양새다. 그 결과 민간플랫폼을 이용한 창발성의 발휘와 적극적인 홍보, 접수의 가능성이나 사후 정보의 확인 가능성은 ‘위법’이라는 엄포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 중심으로 보수적으로 제도를 운용하려는 행안부와 민간플랫폼 활성화 등을 통해 제도의 불씨를 살려보려는 지자체 간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당장 2023년 ‘고향사랑e음’ 시스템을 위해 지자체들이 약 70억3천만원의 구축비와 20억원의 운영비를 분담했는데, 2024년에는 약 36억원의 운영비를 분담하라고 요청받은 상황이다. 해당 시스템의 효과에 대한 회의감에 더해 행정안전부의 고위 퇴직자가 포진한 지역정보개발원에 대한 의구심마저 고개를 든다.
이렇듯 고향사랑 기부제의 성과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를 둘러싼 혼란과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제도의 본래 목적과 지향을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국회에서 법률이 제안된 배경은 “고향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고향 지자체에 기부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줌으로써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함”이었다. 그리고 모금 등 제도 운영의 주체는 분명히 각 지방자치단체다. 이제라도 각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지역의 현안을 발굴하고 특색 있는 모금 플랫폼을 만들어 각지의 주민들과 선순환의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나마 다행인 사실은 위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려는 고민의 결과 여러 법률 개정안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의 법률 개정 전이라도 ‘꼬리가 머리를 흔드는’ 제도 운용을 진지하게 재고할 시점이다.
글/ 함보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