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영장없이 집 찾아가 음주측정 요구 위법"…측정 거부 40대 무죄

피고인, 음주운전 신고 접수하고 거주지 찾아온 경찰관의 음주측정 요구 거부

"술은 집에 도착한 뒤 마셨다…경찰, 동의 없이 집 안까지 들어온 것 적법 절차 아냐"

재판부 "음주측정 불응죄 미성립…샤워 중이던 피고인, 음주운전 현행범도 아냐"

법원ⓒ데일리안 DB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받고 집으로 찾아온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한 40대 운전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영장 없이 자택에 들어가 음주 측정을 요구한 것은 위법하기 때문에 불응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형사3단독(김경찬 부장판사)은 도로교통법상 음주 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이날 밝혔다.

A씨는 지난 1월 오후 8시쯤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접수하고 자신의 거주지에 찾아온 경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에 여러 차례 불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당시 경찰에게 "술은 집에 도착한 뒤 마셨다"고 진술하며 측정을 거부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경찰이 동의 없이 집 안까지 들어왔다"며 "퇴거 요청에도 불구하고 음주 측정을 요구한 것은 적법한 절차가 아니다"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출동한 경찰관은 현관문을 열어준 A씨의 미성년 자녀에게 112 신고 내용이나 범죄 사실과 같은 방문 목적을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당시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영장이나 허락 없이 자택에 들어가 음주 측정을 요구한 것은 위법하기 때문에 불응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아울러 피고인은 이미 운전을 마친 후 주거지에 들어가 샤워하고 있었으므로 음주운전 현행범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