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사고 당시 모습 담긴 블랙박스 본 재판부, 운전자 고의성 낮다고 판단한 것"
"무단횡단 교통사고는 증거자료 엄격하게 판단하는 편…꼼꼼히 살펴보고 판결했을 것"
"교통사고 냈다면 보행자 생사 여부부터 먼저 살펴야…확인 작업 안 거치면 교통사고 치사"
"유족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사고 예견 가능성' 높지 않은 상황이었을 것"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들에게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법조계에선 재판부가 사고 당시 영상이 담긴 블랙박스를 본 뒤 피고인이 일부러 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운전자들이 교통사고를 낸 후 보행자 생사 여부 확인을 하지 않는다면 교통사고 치사에 해당돼 처벌받을 수 있는 만큼 반드시 보행자부터 살피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8일 대구지법 형사11단독 김미란 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를 받는 A(26) 씨와 B(57) 씨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11월 8일 오전 6시 20분께 대구 한 편도 4차선 도로 중 2차로에서 승용차를 몰다 무단횡단하는 C(79) 씨를 사이드미러 부분으로 들이받아 넘어지게 해 뒤에서 오던 승용차에 C 씨가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 씨는 당시 사고 도로에서 운전하다 앞서 가던 A 씨가 정차해 있는데도 그대로 주변을 지나다 C 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무법인 엘앤엘 정경일 변호사는 "피고인에게 적용된 혐의는 업무상 과실 치사이기에 부주의로 인한 잘못이 있는지 없는지가 1차적 쟁점이 된다. 그러므로 검사는 재판부가 운전자의 주의 의무 위반을 합리적으로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입증을 해야한다"며 "그런데 피고인에 대해 재판부가 무죄를 내린 것은 블랙박스 영상을 봤을 때 '누구나 피할 수 없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 변호사는 "이외에도 무단횡단자가 피고인이 운전 중이던 전방에 보이지도 않거나 갑자기 뛰어나왔을 가능성이 상당히 많다. 무단횡단 사건의 경우 운전자의 과실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법률사무소 빈센트 남언호 변호사는 "유족 입장에서는 억울해 보일 수 있는 점이 있다. 교통사고는 인과관계를 따질 때, 사고 예견 가능성이 있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며 "특히 일반도로의 경우 고속도로보다 더 높은 수준의 주의 의무를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피고인의 경우에도 운전할 때, 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 변호사는 "다만 이 사건은 사고 지점이 보행자 통행량이 미미하고, 일출 약 40분 전이라 어두운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재판부에서도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충만 최충만 변호사는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냈다면 기본적으로 백미러나 사이드미러로 사람이 쓰러졌는지 아닌지 확인을 해야 한다. 물론 코너 길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확인을 못 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이같은 경우가 아닌데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지 않는다면 교통사고 치사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 변호사는 "이 사건은 피고인이 일부러 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낮다고 재판부가 증거 자료를 자세히 검토한 후 판결했을 것이다. 무단횡단 교통사고는 엄격하게 판단하는 편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