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재건축, 1기 신도시 집값 약세
각종 현안에 밀려 특별법 뒷전…주민들도 ‘답보상태’
“연내 법 통과만 기다려…주민 불만도 점차 가중”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반년 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사업이 전혀 진척을 보이지 않는 만큼 희망고문에 그친단 불만이 적지 않다.
19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은 8월 말(-0.01%) 이후 한 달 넘게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일주일 전 대비 0.01% 떨어졌다.
지역별로 보면 산본이 –0.04%, 평촌과 중동이 각각 –0.03%를 기록했고, 나머지 지역은 보합(0.00%)을 나타냈다. 단지별로 매매가격이 500만~1000만원가량 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을 시작으로 수도권 일대까지 집값이 반등 기미를 보이지만, 1기 신도시는 예외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지난달 14일 산본 가야주공5단지 전용 42㎡는 3억원에 매매됐는데 지난해 4월 기록한 최고가(5억6800만원) 대비 2억6000만원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평촌 푸른마을인덕원대우 전용 84㎡는 지난달 12일 8억1700만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최고가 12억4000만원 대비 4억원 이상 내려앉았다.
올 3월 정부의 1기 신도시 특별법이 발표된 이후 해당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속도감 있는 재건축 기대감이 고조됐다. 안전진단 면제·완화, 용도지역 변경,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를 고려해 리모델링 추진 단지 가운데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움직임도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논란, LH 부실공사 및 전관 카르텔 등 각종 현안에 밀려 특별법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법 제정이 지지부진하면서 관심도도 떨어졌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사업을 중단했고, 재건축을 기다리는 단지들은 지지부진한 법 제정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연내 특별법 통과를 고려해 단지별로 재건축에 필요한 사전 작업에 나서고 있다지만, 사실상 답보상태인 셈이다.
1기신도시범재건축연합회(범재연) 관계자는 “(국토부가) 올해 말까지 통과시키겠다고 얘기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기다리고만 있다”며 “정부가 약속한 건데 어기지 않겠지 다들 믿고 기다리자고 한다. 다만 그런 와중에 기다려봤자 안된다, 결국 안 될 거다, 불만들도 하나둘씩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말 법 통과를 예상하고 내년에 재건축 관련 구체적인 액션을 취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거라 기대하고 단지별로 주민 동의서를 걷는 등 사전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런 주민들의 믿음을 배신하면 정부는 그 역풍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재건축은 대선부터 끌고 온 이슈인 만큼 조속한 법 제정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자칫 내년 총선까지 해당 이슈가 결론을 내지 못하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뿐더러 시장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을 거란 견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주택공급 위축을 우려해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신규 택지를 추가 발굴한다고 발표했는데, 1기 신도시 재정비에 속도를 올리면 공급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며 “특별법이 반년 넘게 국회에서 계류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건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혜택이 적은 탓에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도 사업을 주저하는 것”이라며 “1기 신도시 재정비는 규모가 상당한 만큼 동시다발로 진행되기 어렵다. 특별법 통과가 불투명하다면 리모델링이 진행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