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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터미널 지하상가 불법 재임대 판치는데도 '나몰라라' 서울시…전대인만 돈 벌고 있다


입력 2023.10.28 05:50 수정 2023.10.31 15:15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서울시설공단, 6~10월 불법 점포 전대 조사 벌였으나 '0건' 조치

공단, 지하상가 대부료율 46% 인상 "10년간 동결하다 유동인구 및 주변시세 고려"

'이중 임대료' 고통 상인들…"불법 전대 관행 바로 잡지 않아", "이 정도면 장사 접으라는 것"

공단, 불법 전대 관련 증빙서류 제출해달라고는 하지만…임차인, 전대인 고발 쉽지 않아

고속터미널 지하도상가 고투몰 한 점포에 항의문이 붙어 있다.ⓒ데일리안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에 불법 재임대(전대)가 여전한데도 서울시가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한 채 대부료율을 한꺼번에 올리면서 상인들이 '이중 임대료'로 고통을 받고 있다.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불법 전대 문제를 적발하기는 커녕, 방조 내지는 묵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불법 전대인들만 앉아서 돈을 버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7일 데일리안 종합취재에 따르면, 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는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점포 620곳 중 무려 80%는 불법 전대(轉貸·빌려온 것을 다시 남에게 빌려 주는 것)로 의심되고 있다.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는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전대할 수 없게 법으로 규정돼 있다. 그런데도 전체 점포의 절반 이상은 직접 장사를 하지 않는 임대인들이 전대로 수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단 측은 올해 6~10월 지하상가 불법 점포 전대 조사를 벌인 결과 '0건' 조치했다고 데일리안에 밝혔다. 불법 전대 점포가 암암리에 이뤄져도 제보 없이는 공단에서는 이를 잡아낼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이유였다.


여기에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대부료율은 전년도와 비교해 46%나 올랐다.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는 수탁업체가 상인들로부터 대부료를 받아 공단에 납부하는 구조인데, 기존 수탁사인 '고투몰'이 계약 만료를 앞두고 영업권을 얻기 위해 입찰상한가로 단독 입찰했다.


공단이 내놓은 연 대부료 예정가격은 156억원이었고, 투찰 상한가는 120%인 187억원이 됐다. 전년 대부료 127억원과 비교하면 실제 납부금액은 46% 오른 것이다. 대부료율은 한꺼번에 20%가 뛰었다. 공단은 대부료율을 10여년간 동결했다가 유동 인구가 많은 고속버스터미널 지하도상가의 입지 등을 반영해 인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점포당 평균 연 2595만1000원의 임대료를 납부했던 상인들은 이번 입찰로 인해 내년부터는 1210만9450원이 오른 평균 3806만450원의 대부료를 내야 한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하상가 상인들 대다수는 임대료를 이중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대로 인한 임대료는 구역마다 다르다. 인기가 떨어지는 1·3 구역 점포의 전대료는 대체로 300~350만원으로 형성됐다. 유동인구가 많은 2구역 점포의 전대료는 면적에 따라 600~1700만원까지 낸다. 여기에 점포당 평균 연 2595만1000원(월 215만원)의 임대료를 납부했던 상인들은 이번 입찰로 인해 내년부터는 1210만9450원이 오른 평균 3806만450원(월 317만원)의 대부료를 내야 한다. 명도 소송 중인 C-2 16호 점포의 경우 세입자는 기본 임대료 4200만원에 전대인이 내야 될 연간 대부료 2000만원을 냈다.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에서 의류매장을 하는 A씨는 월 대부료 150만원과 재임대를 받아 월세 300만원을 별도로 내 임대료 450만원의 비용이 든다. A씨는 "하루 50만원을 팔면 한 달에 1500만원을 버는데 마진율이 30%라고 가정하면 450만원이 남는다"며 "물류비와 교통비 150만원을 빼면 300만원이 남는데 대부분의 상인이 임대료를 이중으로 납부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남는 것 없는 장사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도대체 왜 여기서 장사를 할까 싶다"며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임대 수입 특혜를 보고 있는 투자자들이 아닌 직접 장사하고 있는 사람에게 운영권을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에서 의류매장을 하는 B씨는 "서울시 대부료만 내면 그나마 살만한데 직영주에게 전대료도 내야 하니 365일 하루도 못쉬고 짐승처럼 일해도 빚만 늘어난다"라며 "관리비도 30%나 넘게 올랐는데 공정을 지켜야 하는 서울시가 불법 전대 관행을 바로잡지도 않으면서 46% 대부료만 올리고, 매년 5%를 또 인상한다는 건 다 죽으란 얘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동인구가 26만명인 강남역 지하상가들은 왜 다 망해가고 있느냐"며 "수십년간 서울시 상가 국유재산을 이용해 재임대사업자들만 돈을 벌고 너무 많은 세입자들이 망하니까 상가가 쇠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상인 C씨는 대부료가 46%나 뛰면서 전대료도 올랐다. C씨는 이달 20%나 전대료를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C씨는 "통상적으로 46% 대부료가 오르면 전대료도 오른다"며 "원주인은 장사를 하지도 않고 불법 전대로 수익을 확정받고, '고투몰'은 세입자들에게 관리비를 청구해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C씨는 "대부료를 내고 점포 주인에게 월세를 내고나면 빚 밖에 남는 게 없다"며 "피가 마를 정도로 빚에 시달리고 있어 카드깡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대료를 또 올려 집집마다 빚을 져 진짜 너무 힘들다"며 "그런데도 서울시에서 암암리에 퍼진 관행을 묵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상인들은 불법 재임대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서울시에 항의하는 종이팻말을 지하상가 곳곳에 내걸었다.ⓒ데일리안

일부 상인들은 지난 6월 불법 전대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서울시에 항의하는 종이팻말을 지하상가 곳곳에 내걸었다. 종이팻말에는 "세입자의 피까지 뽑아서 먹고 산 (고투몰)법인 이사진과 불법 전대인들을 고발한다"며 "46%로 올리는 서울시 대부료에 격하게 시위하는 법인과 점포주는 양심이 있는가. 대부료의 몇 배를 갈취 당하는 세입자의 입장을 내놓지 않는 법인은 그동안 갈취한 세입자의 돈을 모두 돌려주고 입찰 승계 무효화하라"는 문구가 담겼다. 같은 날 새벽 종이팻말을 모두 떼어낸 공단 측은 "근거가 없는 불법 전단지라 제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단 측은 지하상가에 대한 불법 전대가 사실상 단속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만큼 공식적으로 불법 전대 관련 증빙 서류를 제출해달라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불법 전대 문제를 뿌리 뽑고 싶다"며 "증빙 자료를 제출하면 소송을 걸어서라도 해결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단은 "불법 전대와 관련해 1개 점포를 적발해 명도 소송 진행 중"이라며 "전차인이 전대인에게 입금한 영수증 기타 전대 계약서 등 전대차 행위를 했다는 증빙 서류 제출이 되면 이를 근거로 조치를 할 수 있다"며 "증빙 서류 없이 법정 다툼을 하면 이길 수 없고, 오히려 역으로 영업방해나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을'의 위치에 있는 임차인이 전대인을 고발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한 임차인은 "서울을 떠나서 장사를 하거나 아예 장사를 접을 생각이면 모를까 전대인을 고발하면 암암리에 소문이 나 공단이 관리하는 상가로는 입주할 수 없다는 것이 거의 상식으로 자리잡았다"며 "서울시가 이런 문제를 방치하는 이상 이런 불법적 관행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상인 C씨는 "고발한 사람이 세입자인 게 발각되는 즉시 전대인이 명도 소송을 걸어 돈 하나도 안 남기고 세입자를 다 내쫓아낸다고 해서 그간 쉬쉬하는 분위기였는데 더 이상은 돈을 낼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는 세입자들이 적지 않다"며 "서울시 공공재산이라는 인식 자체가 전대인들에게는 없다. 전대인들은 앞으로 죽을 때까지 불법 전대 사업을 할 거고 자손들에게 물려줘 영원히 할 것이라고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입자가 쫓겨나지 않는 조건이라면 불법 전대 점포들을 100%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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