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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 북극성 대신 바닷길 그려내는 ‘국립해양조사원’ [D:로그인]


입력 2023.10.30 07:00 수정 2023.10.30 16:34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선박 안전 항해 책임지는 해도 제작부터

서핑 지수·이안류 등 해양레저 정보 제공

해양영토 수호 위한 정밀 해양조사까지

세계적 종합해양정보기관으로의 도약

국립해양조사원 전경. ⓒ국립해양조사원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감염병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비대면 문화 확산,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공공기관 역점 사업에 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공공기관의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의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됐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로그인]처럼 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해저 수로 측량 흐름도. ⓒ국립해양조사원

오늘날 운전자에게 내비게이션이나 지도 없이 초행길을 가라고 한다면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처음 보는 건물과 생소한 간판, 낯선 이정표를 보면서 진땀을 흘릴 수밖에 없다. 길이 제대로 닦여 있지 않은 곳이거나, 깜깜한 밤이라면 더욱 ‘멘탈(mental, 정신력) 붕괴’를 맛보게 된다.


바다는 어떨까? 얼핏 생각하면 주변에 운행을 방해할 지형물이 없어 수월할 듯하기도 하다. 망망대해 거리낄 것 없으니 똑바르게만 가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육지처럼 차선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가야 목적한 곳으로 똑바로 갈 수 있을까? 내 위치를 확인시켜 줄 아무런 지형물이 없는데 옛날 선박들은 어떻게 항해했을지 궁금하다.


답은 ‘자연’이다. 나침반을 발명하기 전 항해사들은 하늘에 뜬 북극성과 별자리로 항로를 확인했다. 낮에는 태양이 기준이 되기도 한다. 연구가들에 따르면 북극성이나 별자리, 태양 등을 이용해 ‘항로’를 만들었는데, 이 역사가 기원전 5000년보다 오래됐다고 한다.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한 오늘날까지 별자리와 태양에 길을 물을 순 없다. ‘열길 바닷속’도 훤히 꿰뚫을 정도로 정확한 ‘해도’가 있기 때문이다.


해도(海圖)란 한자 뜻 그대로 ‘바다 그림’, ‘바다의 지도’다. 선박이 항해하는 데 필요한 물속 깊이와 암초 위치, 등대·표지·부표, 해류 등 바다에 관한 모든 사정을 정확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윤경철 작가가 쓴 ‘대단한 바다여행’이란 책에 따르면 해도는 13세기경 32갈래 방위선 형태로 그려진 ‘포르톨라노 해도’가 최초다. 이후 해도는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을 편찬한 이후 활발하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 해도는 그동안 약 120종을 발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87년 프랑스 라페루즈 호(號)가 근해의 깊이를 잰 게 우리나라 해도의 시초다. 1880년까지 영국과 미국, 러시아 등이 우리 항구와 섬, 만, 하구 수로를 측량해 해도를 만들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일본 수로부에서 제작한 84종의 해도가 있다.


현재 해도를 만드는 기관은 국립해양조사원(KHOA)이다. 해양조사원은 ▲해양 조사·관측 자료 수집·분석·평가 및 해양예보 ▲수로 측량, 해도 등 수로 도서지 간행 및 항해 안전 ▲해양영토 획정을 위한 과학조사 및 동해 등 해양지명 ▲기후변화 대응, 해양재난 대책 및 해양에너지 개발 지원 ▲해군작전 지원 및 해양과학기술 개발·연구 ▲요트 등 해양레저 이용 인프라 구축 및 해양정책 지원 ▲해양조사장비 검정 ▲국가해양관측망 설치·운영·관리 및 해양과학조사 자료 관리 ▲해양위성 개발 계획 수립·시행과 운영을 하는 곳이다.


해양환경 정보 제공부터 해양관측위성 개발까지


국립해양조사원 연구진이 해도(海圖)를 편집하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

해양조사원은 뿌리를 ‘군대’에 두고 있다. 1949년 해군본부 작전국 수로과가 모태(母胎)다. 조직은 본원 5과 1실 1센터에 남·동·서해 사무소를 두고 있다. 직원은 240여 명으로 해양조사선도 8척 운용 중이다. 해양과학기지와 조위 관측소 등 139개 국가해양관측망도 해양조사원이 관리·운용하고 있다.


해양조사원은 부산항을 대상으로 우리 기술로 만든 최초 해도를 1951년 제작했다. 1954년에는 독도 부근을 측량 하는 등 우리 바다 주권과 국민 삶의 터전인 해양영토를 지키기 위해 지난 74년간 노력해 왔다.


해양조사원 업무 가운데 해도 제작만큼 국민과 밀접한 것이 ‘해양예보 서비스’다. 해양예보 서비스는 서핑과 바다낚시 등 다양한 해양레저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분석해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내용이다.


현재 해양활동 체감을 4~5단계로 지수화해 8가지 종류 해양예보지수를 작성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수온과 파고, 해수 유동, 조석·조류 예보 등 ‘해황예보도’를 도면으로 만들기도 한다.


최근에는 맞춤형 해양예측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바다누리 해양정보’ 웹(web)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139개 국가해양관측망을 통해 수집한 조위, 파고, 유향, 유속, 수온 등 해양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해양조사원 관계자는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비롯한 139개 국가해양관측망으로 조석, 해수유동, 수온 등 바다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있다”며 “이안류, 바다낚시, 갯벌·바다갈라짐체험, 해수욕 등 다양한 형태 해양레저에 필요한 정보를 해양예보지수, 해양예보방송 등을 통해서 국민에게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 시대 수온 등 필수 해양환경 분석도


이어도 해상관측기지 전경. ⓒ국립해양조사원

급격한 기후변화 시대 해양 수온 변동에 관한 장기 자료를 분석하는 것도 해양조사원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다. 조위관측소 수온 관측자료를 처리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우리나라 수온 변동률을 산정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일이다.


해수면과 수온 등 핵심 해양기후 변수들을 정밀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에게 필요한 기후변화 정보를 제공한다. 수온 관측·전망 자료의 추가 분석·적용으로 정부 정책 수립과 의사결정 때 해양기후 분야 자료 활용성을 키우는 효과가 있다.


해양조사원은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예측모델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오랜 시간과 한정된 영역이라는 기존 수치예측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한 AI 기반 예측은 크게 표유와 해무, 수온 부문에 적용할 예정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갯벌의 공간정보를 실시간에 가깝게 확보할 수 있는 기술도 올해부터 추진한다. 갯벌공간정보 변화 모니터링 기술은 갯벌에 특화한 원격탐사, 수로측량 기반 조사를 통한 4D 형태 갯벌 공간정보를 구축할 예정이다.


해당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탄소흡수원으로서 가치가 큰 갯벌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갯벌 지형변화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안전사고 예방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해상시설물의 변화를 감시하는 내용의 해양영토 이용실태 원격조사는 오는 12월 결과 보고를 앞두고 있다. 연안과 어장, 풍력발전단지 등의 변화를 감시하기 위한 조사다.


수집한 정보를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기술 개발로 해양영토 감시·보전·활용은 물론 소형선박 해양사고 예방을 지원한다.


해양조사원은 이 밖에도 국가 해양경쟁력 강화를 위해 1957년에 국제수로기구(IHO)에 가입, 동해(East Sea)·독도 표기 확산과 우리말 해양지명 제정, 바다 내비게이션 서비스 선도를 위해 노력하는 등 국제협력 활동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해양조사원은 “대한민국 유일 종합해양조사 전문기관으로서 해양강국 실현과 국민 행복 견인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며 “해양조사 발전을 통한 해양 분야 국가 위상 강화를 위해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철 국립해양조사원장.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방대한 해양정보, 국민에게 쓸모 있는 서비스화가 중요”
[인터뷰] 김재철 국립해양조사원장


“우리 속담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그동안 국립해양조사원이 수많은 연구로 수집한 자료를 잘 가다듬고 가공해서 국민이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김재철 국립해양수산원장은 지난 4일 자로 부임했다. 원장 업무를 시작한 지 아직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원장은 임기 동안 추진할 역점 사업 구상을 이미 마쳤다.


27일 부산 영도 해양조사원에서 만난 김 원장은 “최근 서핑과 바다낚시 등 해양레저 활동이 갈수록 대중화, 다변화하고 있다”며 “이에 맞춰 국립해양조사원은 해양예보서비스에 관한 접근성 향상과 수요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이 해양예보서비스 접근성 향상을 역점 과제로 꼽는 것은 해양예보가 갖는 자료의 가치가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자료라도 대중이 유용하게 쓰지 않는다면 용도를 잃게 된다. 김 원장의 이러한 판단은 해양조사원 부임 직전 해수부 대변인을 맡았던 경험이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해양조사원에서는 ‘개방해(海)’란 이름의 해양공간정보 홈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는 해양관련 인구와 경제활동, 수질, 갯벌, 어업 관련 정보, 해운·물류 등 2만여 건의 해양수산 관련 통계를 모두 담고 있다.


특히 ‘해양정보서비스’에 접속하면 어업은 물론 해양 관련 관광과 레저, 스쿠버, 항만 안전 등 실생활과 밀접한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김 원장은 “해수욕장 가기 좋은 날씨, 배를 타기에 안전한지, 여객선이 안개로 인해 출항이 어려운 건 아닌지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정보를 생산하기 위해 우리가 운영하는 국가해양관측망만 139개”라며 “세계 유일의 정지궤도 해양 위성인 천리안위성 2B호를 통해 하루 117만건의 해양정보를 생산하는 만큼 여기서 나오는 다양한 정보를 국민이 쉽고 편하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양안전 관련 정보는 사용자 위치를 기반으로 하기 위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제공한다. ‘안전해(海)’ 앱을 내려받으면 피서지(해수욕장) 이안류, 해파리 등 위험 요소를 미리 알 수 있다. 휴대전화만 갖고 있다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자신의 위치를 쉽게 전송할 수 있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오는 2025년까지 진행 중인 ‘제3차 해양조사기본계획’의 마무리도 중요하다. 해양조사 체계의 장기적 발전 기반을 마련하는 과제라는 점에서 결코 소홀할 수 없는 과제다. 세계적인 기후변화 상황이 해양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해수면 상승과 같은 기후변화를 반영해 전국 항만과 연안지역 재해위험평가를 내년부터 본격 진행할 예정이다.


김 원장은 바다의 특징을 ‘3U’로 정리했다. 먼저 언 노운(unknown)이다.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란 의미다. 다음으로 언프리딕터블(unpredictable)이다.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다. 끝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의미의 ‘언 컨트롤(un-control)’이다.


김 원장은 “그동안 바다는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공간이다. 근대 과학기술 발달로 이러한 것들이 하나씩 친근해지기 시작했다”며 “이제 언노운 영역이 점점 드러나고, 언프리딕터블 했던 것이 예보가 가능하면서 언 컨트롤 하던 게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양조사원의 대부분 업무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그러니까 전문적인 일은 전문가인 연구진에게 맡기고, 저는 그들이 더 깊고 넓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게 중요하다”며 “그렇게 만들어진 질 높은 정보들의 응용력을 키워 국민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수부 등과 적극 소통하고 협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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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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