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 전한다"
주범 이경우·황대한 1심 무기징역…사건 배후 유상원·황은희 살인 혐의 '무죄'
검찰이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납치·살해를 공모·실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당에게 무기징역 등을 선고한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강남납치·강도살인 사건'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했다고 지난 달 31일 밝혔다.
검찰은 1심과 마찬가지로 항소심에서도 수사 검사가 직관하는 등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히며, "다시 한번 피해자와 그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승정)는 지난 25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경우(35)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이경우의 대학 동기로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황대한(35)에게도 무기징역형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다른 공범 연지호(29)에게는 징역 25년을 선고하면서 직접 범행을 계획·실행한 이들 세 명에게 살인의 재범 위험성이 인정된다며 5년간의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다만 사건 배후로 지목된 유상원(50)·황은희(48) 부부에 대해선 강도살인 혐의 중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각각 징역 8년과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나아가 범행에 가담했다 막판에 이탈한 이모(23) 씨와 이경우의 아내 허모(36)씨는 각각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구속 이후 반성하며 유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있으나 돈만을 위해 범행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이나 죄책감 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등 진심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것인지 깊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유족 측은 선고 후 "합의나 사과를 원하지 않고 (피고인 모두에게) 사형을 내려주는 게 맞다"며 "피해자 가족이 용서를 원하지 않는데 법원이 용서를 해주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저희는 합의나 용서 절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경우 등은 올해 3월 서울 강남구에서 가상화폐 투자 실패를 이유로 피해자 A씨에 대한 납치·살해를 직접 실행하거나 계획·협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실혼 관계인 유씨 부부는 2020년 10월 A씨 권유로 가상화폐 1억원 상당을 구매하고 30억원을 투자했으나, 코인 가격이 폭락하며 손실을 입자 분쟁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우는 이들 부부에게 범행을 먼저 제안했으며, 유씨 부부는 이를 받아들여 같은 해 9월 이경우에게 범행 착수금 70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이경우는 황대한을, 황대한은 과거 운영한 배달대행업체 직원이었던 연지호를 끌어들였다. 결국 황대한과 연지호는 지난 3월29일 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인근에서 A 씨를 납치해 마취제를 주사, 살해하고 다음 날 대전 대덕구 야산에 암매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에 사용된 마취제는 간호조무사였던 이씨의 부인 허씨가 지난해 12월 및 올해 3월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향정신성의약품 1병을 몰래 빼내 이경우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 과정에서 이경우 측은 강도 혐의에 대해서만 인정하고 공범들과 공모해 살인을 저지른 혐의는 줄곧 부인해 왔다. 유씨 부부와 연지호 등 주요 피고인들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재판 진행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범행 공모 당시 통화 녹음파일이 공개되기도 했다. 여기에는 이경우가 과거 '북파공작원'이었다는 사실을 비롯해 피고인들이 범행 전 A 씨를 수개월간 미행·감시하고 범행을 실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정황 등이 담겼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이경우와 황대한, 유씨 부부 등 4명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또 연지호에게는 무기징역, 범행에 가담했다 막판에 이탈한 이모 씨에게는 징역 7년, 허 씨에게는 징역 5년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