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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20% 수준 초임 연봉, 어떻게 의대 안 갈 수 있나…'이공계 엑소더스' 심화 [기자수첩-사회]


입력 2023.11.02 07:02 수정 2023.11.02 07:02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SKY대학 자연계 학생, 지난해 1421명 중도 이탈…4대 과기원서도 5년간 1000명 이상 이탈

정부 '의대 정원 확대' 계획에 학원가도 들썩…N수생 부쩍 늘고 '초등학교 의대반'까지 신설

이공계생, '낮은 임금'에 의대로 마음 돌려…초임연구원 평균연봉 4260만원, 의사의 20% 수준

R&D 예산 삭감도 '의대 쏠림' 부추겨…정부, 이공계 인재 지원 확대하고 처우 개선해야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gettyimagesBank

"학기마다 동기들이 열댓명씩 사라집니다"


얼마 전 연세대학교에서 만난 생명공학과 학생이 '의대에 가려고 반수하는 학생이 많냐'는 질문에 꺼낸 첫마디였다. 이공계 학생들이 매년 수십명씩 중도이탈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중 대다수가 의대·치대에 도전하기 위해 휴학을 하고 입시전쟁에 참전한다. 성공한 학생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실패한 학생은 학교로 돌아온다. SKY 대학급 상위권 이공계 학생들 사이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이른바 '이공계 엑소더스'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SKY(서울·고려·연세) 대학에서 자연계 학과 학생 1421명이 중도 이탈했다. 고급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카이스트 등 4대 과학기술원에서도 최근 5년간 1000명이 넘는 학생이 중도 이탈했다. 이중 상당수는 의대에 진학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의대 정시전형 합격자 중 재수생을 포함한 N수생 비율은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면서, 의대에 다시 한번 도전해 보겠다는 현역 대학생들도 부쩍 늘었다. 실제 이런 흐름은 학원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의대에 가려는 대학생 및 N수생들이 대폭 늘었으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의대반‘까지 신설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교육 업계에서는 "앞으로는 SKY 대학 이공계 신입생들이 1학년 첫 학기부터 학업을 등한시하며 곧장 반수 준비를 할 수도 있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SKY 대학을 포기하면서까지 의대를 가는 이유가 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한 학생은 주저 없이 낮은 임금을 꼽았다. 과학자 혹은 대기업에 입사하더라도 의사 수입에 비교하면 너무 적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25개 정부 출연연구기관(출연연) 초임 평균연봉은 2021년 기준 4260만원이다. 반면 의사 평균연봉(2020년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은 2억3070만원으로 집계됐다. 학업에 쏟은 시간은 비슷하지만 연봉 수준은 5배 이상으로 차이났다.


이공계와 직결되는 연구개발(R&D) 예산 삭감도 '의대 쏠림'을 부추기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내년도 국가R&D예산은 25조9000억원으로 편성돼 올해 31조1000억원보다 5조2000억원(16.6%) 삭감됐다. 이공계 인재 수혈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지만, 정부는 반대로 인재 유출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낮은 처우에 더해 국가적 지원마저 줄고 있는 상황인 만큼, 상위권 학생들의 마음도 의대로 향하는 게 이상하지 않게 보인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정부가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위성·반도체·원자력·바이오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우수한 인력을 양성해 수혈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이공계 인재를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이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 이공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면, 이공계의 대우도 상승할뿐더러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현상도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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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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