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사면→징계취소' 정정 후 의결
이준석 반발 "모순, 사과와 반성부터"
일각선 "스케줄 꼬인 李, 불안한 상태"
탈당설 너무 빨랐나…천하람도 우려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준석 전 대표 등에 대한 징계 취소를 의결했다. 통합을 위해 '대사면'이 필요하다는 혁신위원회의 제안을 수용하는 형식이다. '사면'이라는 용어가 적절치 않다는 당사자들의 반발에 '징계 취소'로 정정하는 것도 받아들였다.
2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당 지도부는 혁신위의 당 통합을 위한 제안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키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면이 아닌 '징계처분 취소'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징계처분 취소' 대상자는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해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김재원 전 최고위원, 김철근 전 당대표 정무실장 등 4명이다.
물론 이 전 대표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억지 징계로 당대표 자리에서 끌어내린 데 대한 사과가 먼저'라는 게 요지다. 이 전 대표는 "그들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고, 김철근 전 실장도 "본질적인 문제로 접근하는 걸 막는 반(反)혁신적인 일"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뿐만 아니라 '영남중진 험지출마론' '서울 메가시티 구상' 등 당 지도부와 혁신위가 던지는 어젠다에도 일일이 반박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영남중진 험지출마론'은 "탁상공론"이라고 일축했고, 김포시 서울 편입에 대해서는 "지하철 5호선과 9호선 연장 사업이 더 어려워진다"며 무리한 발표라고 혹평한 바 있다.
특히 이철규 전 사무총장이 이날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복귀한 데 대해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역시 노답"이라며 "여당 프리미엄으로 꽃가루를 날리고 폭죽을 터뜨려도 모자랄 판에 고춧가루를 날리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의 이 같은 언행을 되려 '조급함의 발로'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12월 결행'을 예정하고 당내 원심력을 키워가야 할 시점에 새로운 어젠다들이 등장하며 이 전 대표의 구상이 흔들리자 자극적인 발언을 동원해 더 크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한 조원진 전 의원은 "스케줄은 다 짜여 있고 그 전에 국민의힘을 흔들 수 있을 때까지 흔들겠다는 생각인 것 같은데, 국민의힘이 인요한 혁신위원장 카드를 던지면서 이 전 대표가 조금 혼란에 빠진 것"이라며 "불안해하는 게 눈에 보인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여론의 피로감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탈당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대한 비토는 여론의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되려 부정적 기류만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범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앞서 "신당 관련 이야기들이 너무 빨리 터져나와 여론이 빠른 결심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빨리 결심하지 않는다면 (피로감 때문에) 여론 관심이 떨어질 수 있어 이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이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2001년생인 강사빈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도 페이스북을 통해 "'조롱과 비하' 그것이 이준석식 정치"라며 "지금까지 이 전 대표가 보여준 행태들은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청년들에게 큰 상실감과 청년 정치에 대한 피로감만 안겼다"고 비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