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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화물 안 사? 못 사?" LCC 1위 제주항공의 속내


입력 2023.11.07 16:40 수정 2023.11.07 16:40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제주항공,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입찰 불참

기재 리스 대신 직접 구매… 유동성 제약 커

3분기도 최대 실적… 업황 타고 경쟁력 높인다

제주항공의 B737-8 첫번째 구매기ⓒ제주항공

LCC(저비용항공사)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 단숨에 화물사업 경쟁력을 높일 기회인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엔 예상외로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에 성공할 경우 진에어, 에어서울 등 산하 LCC들의 통합이 당연한 수순인 만큼 몸집불리기가 시급하지만, 당장 기재 도입에 상당한 투자비용이 필요한 만큼 유동성 제약이 큰 것으로 보인다.


최근 LCC업계의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빠르게 이뤄지는 가운데 직접 구매한 현대화 기단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자체 체력을 키우겠다는 자신감으로도 읽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예비입찰에는 국내 LCC사업자들인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화물 전용 항공사인 에어인천 등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당초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됐던 제주항공은 인수전에 입찰조차 하지 않았다. 제주항공은 화물기재를 도입해 현재 화물 수송량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항공사다. 앞서 업계에서는 LCC업계 1, 2위인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으로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가 매각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인수를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는 업력 30년에 빛나는 알짜 사업으로 꼽힌다.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여객 사업이 멈춰선 아시아나항공을 먹여살린 일등공신으로, 지난 2021년 아시아나 화물사업의 매출은 3조1493억원으로 전체의 72.5%를 차지했다. 최근 엔데믹에 접어들며 화물 매출 비중이 다시 30% 수준으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향후 화물 경기가 좋아질 경우를 고려하면 사업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아시아나의 화물사업부를 어느 항공사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국내 LCC업계 순위에도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보인다. 과거 여객 중심 사업에만 국한됐던 LCC업체들이 최근 화물기를 도입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고 있단 점에서도 니즈가 맞아 떨어진다.


그럼에도 제주항공이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은 바탕에는 당장 기재 도입을 위한 투자비용이 커 유동성에 제약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기재를 리스해 매달 임차료를 내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구매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글로벌 여객수요 등에 따라 항공기 리스료 변동이 큰 만큼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고정비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구상에서다.


제주항공은 보잉사와 지난 2018년 B737-8 50대(확정 40대, 옵션 10대)에 대한 직접 구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제주항공이 확정된 40대의 기재를 5년 내 투입하기로 한 만큼 여기에 투입될 비용만 5조원을 훌쩍 넘긴다. 제주항공이 구매계약 당시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확정구매 40대 계약분의 1대당 가격은 1억1037만 달러(한화 약 1440억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임차료 부담이 나중엔 줄더라도 선제 투자 비용이 크게 들어가는 만큼 제주항공은 아시아나 화물 사업 인수를 하고 싶어도 할수 없는 상황일 것"이라며 "당장은 기재 구매 비용을 확보하는 것만 해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할 경우 커지는 재무부담도 제주항공으로선 인수전에 불참한 주요 요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의 매각가는 약 5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는데, 여기에 인수자는 부채까지 떠안아야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부채가 어느정도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추정되는 부채는 약 1조원 수준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통합 LCC에 업계 1위를 빼앗길 가능성이 큰 만큼 제주항공으로선 아시아나 화물 인수를 포기한 대신 자체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우선 기재 구입에 상당한 비용이 선투자 되는 만큼 이를 위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최우선 과제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엔데믹 전환 이후 업황 흐름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띠고 있는 만큼, 올해와 같은 현금흐름과 업황이 지속돼야 제주항공의 기단 현대화 작업에 차질이 없을 것이란 의미다.


다행히도 제주항공의 실적 흐름은 매우 긍정적이다. 올해 3분기 역시 꺾일줄 모르는 여객 증가세와 성수기가 맞물리면서 4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이어갔다. 제주항공의 3분기 매출액은 4368억원으로 전년 동기 1937억원 대비 125.5%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444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 전환했다.


첫번째로 직접 구매한 항공기도 도입했다. 제주항공은 올해 차세대 항공기 1대, 화물 전용기 1대를 추가로 도입해 연말까지 모두 42대의 항공기를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개선된 연료효율을 바탕으로 연료비 절감은 물론, 임차료와 기재 정비비 등에서도 절감 효과를 가져옴으로써 기존 대비 연간 12%가량의 운용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번 차세대 항공기 도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기단 현대화 작업을 통한 체질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구매기 도입이 완료 되면 제주항공의 이와같은 독자 행보가 오히려 빛을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차료 부담이 하락해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고, 현재 화물기와 여객기의 기재를 동일하게 가져가면서 코로나19와 같이 여객 업황이 좋지 못할 때 화물기로의 전환도 빨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원가를 낮게 가져간다는 것은 똑같은 업황에서 같은 흐름을 가져가는 항공업계에선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의미"라며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부를 안게 되면 당장 화물 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는 하지만, 인수 후의 재무부담도 문제다. 제주항공은 자체적으로 연식이 오래된 항공기를 반납하고 새 기종을 사들이는 방식을 통해 경쟁사들보다 유동성 리스크 낮게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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