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방송인연합회, 10일 성명 발표
박민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주요 보직 인사에 대한 지라시들이 돌기 시작한다. 다방면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KBS방송인연합회가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현상이 일부 발견되고 있다. 하마평에 오르는 이름들 가운데 2017-18년 민노총 노조의 불법 파업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당시 사장과 이사들에게 반지성적인 만행을 가했던 자들이 다수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당시 민노총 노조 파업의 본질은 그 파업의 결과로 해임된 고대영 사장과 강규형 이사의 해임무효소송 판결문에 명확히 규정돼있다. 당시 사장과 이사의 해임이 위법인 만큼, 사장과 이사의 해임을 주장하면서 민노총 노조가 자행한 행위는 정당성이 1도 없다는 것이다. 민노총 노조의 파업은 그냥 불법 파업이다.
민노총 노조의 파업은 해임될 이유가 없는 공영방송의 경영진에 대해 특정 노조가 자신의 주관적인 편견을 근거로 일종의 사적제재를 가한 행위다.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당시 민노총 노조의 행위는 언론의 독립, 방송의 독립을 방송사 직원들이 말살한 끔찍한 중범죄에 해당하며, 공영방송의 독립을 훼손한 일종의 국기문란이나 반역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과정에서 벌어진 공영방송 파괴행위는 어땠나? 회사의 업무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회사의 업무가 마비된 것을 자신들의 성과라고 떠들고 자랑하지 않았었나? 특히 사장을 차 속이나 행사 대기실에 감금하고, 이사의 출근을 방해하면서 집단 린치를 가하고, 게시물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들을 비하하고 모욕하면서 인격을 말살하지 않았던가? 그 과정에 동료들을 '적폐', '공범자', '부역자'로 부르고, 그런 행위를 한 파렴치한들이 아직도 감사, 보도본부장이라는 타이틀까지 누리면서 공영방송을 능욕하고 있지 않은가? 당시 파업 과정에서 자행된 폭력 등 만행은 저널리즘 측면에서도, 실정법 측면에서도 절대 용납될 수 없는 반지성적 만행이자 반민주적인 폭거다.
당시 파업을 지지하고 사장과 이사의 해임을 주장하면서 공개한 수많은 연판장, 성명서 등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자들이 있다. 이번에 도는 박민 사장의 간부 명단 지라시에는 이런 연판장,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면서 당시 민노총 노조의 불법 파업에 참여하고 또 일부는 주도적으로 참여한 자들이 다수 발견된다. 이런 자들을 다시 간부로 발탁한다는 것은 혹시 박민 체제가 과거 민노총의 불법 파업과 그 과정에서 벌어진 반지성적 만행에 공감이라도 한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당시 파업 참여자들이 무조건 보직을 맡을 수 없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민노총 노조가 만들어놓은 강압적인 분위기에 어쩔 수 없이 참여했다 하더라도, 이후 민노총 노조의 갖은 만행을 보면서 민노총 노조의 범죄행위에 참여했던 것을 반성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과거를 참회하고 KBS의 회복에 기여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최소한의 조건이 있다. 자신이 과거 민노총 노조의 불법 파업에 참여한 점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죄하고, 민노총 노조의 범죄행위와 선을 긋겠다는 입장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공영방송 KBS의 독립을 훼손하는 데 가담한 자들이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이 은근슬쩍 다시 경영에 참여한다는 것을 어떻게 용납할 수 있겠는가? 독립군을 고문하던 노덕술이 경찰 간부 노릇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우리는 박민 사장의 인사를 예의주시할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충고를 보탠다. 과거 민노총 노조가 사장과 이사를 축출하기 위해 갖은 만행을 저지르면서 불법 파업을 자행할 때 그 파업의 동력이 가장 많이 올라간 순간이 있었다. 바로 일부 보직 간부들이 순식간에 고무신을 꺾어 신으면서 보직을 사퇴하고 민노총의 파업대열에 합류한 시점이다. 일부는 사장, 이사에게 면전에서 혹은 전화 등을 통해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KBS에는 언제든지 정치적 지형의 파도타기를 즐기면서 순식간에 낯빛을 바꾸는 꺼삐딴 리들이 드글드글하다.
지금 민주당이 방송법을 강행 처리하고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을 준비하는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은 언제든 크게 요동칠 수 있고 언론과 관련된 정치적 환경도 변하게 마련이다. 정치적 풍향이 바뀔 때마다 귀신같이 노선을 바꾸고 권력에 줄을 서 온 그들이 이후 또다시 정치적 풍향이 변할 때 어떻게 행동할지 우리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다. 민노총의 불법 행위에 몸을 섞고 은근슬쩍 다시 간부진에 잠입하는 자들을 방치해놓고, 이후 다시 간부들의 보직사퇴 사태가 재발하더라도 박민 체제는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날이 공영방송의 관뚜껑에 대못질하는 날이라는 것도 염두에 두기 바란다.
2023. 11. 10
KBS방송인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