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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태혁 삼성운용 ETF본부장 “과도한 보수 경쟁, 질적 성장 걸림돌”


입력 2023.11.13 10:23 수정 2023.11.13 10:32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업계 출혈 전략 불사...“규모의 경제 심화...시장성장 제약”

올해 국내 시장 순자산 100조 돌파...채권·금리상품 다양화

“금리하락은 경기침체...연착륙·경착륙 판단 하에 투자해야”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상무)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3 글로벌 ETP 콘퍼런스’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데일리안 백서원 기자

“지금처럼 보수 경쟁으로만 가게 되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질적 성장에 제약이 있을 것입니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상무)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3 글로벌 ETP 콘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ETF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과도한 판매 보수 인하 경쟁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국내 ETF 시장은 올해 들어 순자산 100조원을 돌파하며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급증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ETF가 운용사들의 격전지로 변모한 뒤 출혈 감수마저 불사하는 최저 보수 경쟁이 심화된 탓이다.


임 본부장은 “코로나19 엔데믹 이전인 지난 2019년 말쯤 ETF 운용사 수가 15개였고 지금이 24곳 정도로 올해 말 한 군데가 더 참여하게 되면 25개”라며 “앞서 삼성운용도 새롭고 편안한 이미지를 위한 리브랜딩을 진행했지만 운용사들이 그런 행위를 매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은 ETF도 규모의 경제가 적용이 될 수밖에 없고 저희는 버틸 수 있는 체력은 되는 편이지만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며 “수익을 내야 좋은 인력을 채용하고 자금을 투입해 고객들이 ETF를 잘 알 수 있도록 마케팅도 할 수 있는데 저보수 경쟁으로 가면 이런 흐름이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002년 국내 최초 ETF인 ‘코덱스200’을 시작으로 해외형과 채권형·파생형 ETF 등을 국내 처음으로 상장한 운용사다. 이후 2009년과 2010년에는 각각 아시아 최초로 인버스·레버리지 ETF를 상장하는 등 21년간 국내 ETF의 시장의 역사를 이끌어왔다.


임 상무는 삼성운용이 국내 ETF 시장에서 가장 긴 업력을 쌓아온 만큼 향후에도 안정적인 운용 능력과 다양한 상품 라인업, 풍부한 유동성이 큰 강점이 될 것으로 자신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운용사 등과 꾸준한 협업을 통해 ETF 강자의 입지를 다져간다는 목표다.


그는 “아마 ETF 운용 경력 평균을 내봐도 삼성운용 매니저들이 가장 길 텐데 그만큼 많은 상품들을 잘 만들면서 관리할 수 있는 운용 노하우는 우리가 최고”라며 “또 ‘삼성’이란 네임을 가지고 최고의 역량을 가진 플레이어들과도 협업해 좋은 상품을 계속 공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왼쪽)이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Kodex iShares 미국채권 ETF 3종’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명제 블랙록자산운용 한국법인 대표.ⓒ삼성자산운용

임 본부장은 올해 고금리 속 채권·금리형 상품이 급부상한 것과 관련해 앞으로도 이러한 인기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그는 주식 ETF와 달리 아직 채권 ETF는 시장에 본격적으로 공급된 지 몇 년 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과거 채권형 ETF는 국채만 한정이 됐고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도 3~10년물 상품만 집중돼 있었는데 이젠 초단기 파킹통장형 ETF, 초장기, 하이일드(투기등급 채권) 상품까지 있다”며 “국가로 봐도 현재 채권은 한국과 미국에 치우쳐 있어 다양한 상품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멈췄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대응 전략 고민은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시장으로 흘러갔던 자금들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임 본부장은 “보통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주가도 자연적으로 밸류에이션 자체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금리가 낮아지게 되면 주식의 매력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그동안 주식에서 채권으로 ‘머니 무브’가 있었다면 이제 주식으로 가게 되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결국 기준금리가 내려간다는 건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는 의미로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판단이라고 임 상무는 강조했다. 이것이 소프트랜딩(연착륙)이 될지, 하드랜딩(경착륙)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30년짜리 채권들은 듀레이션이 거의 20년을 웃돌기 때문에 1%만 내려와도 자본이득만 20%”라며 “주식보다 오히려 변동성 있는 상품이 될 수 있어 자본차익을 얻기 위한 트레이딩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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