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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제도 개선 필요하지만 포퓰리즘은 안된다 [기자수첩-금융증권]


입력 2023.11.17 07:00 수정 2023.11.17 07:43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담보비율·상환기간 차별적 조항 일원화 긍정적

시장조성자 공매도 금지는 신중하게 고려해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매도 제도개선 민·당·정협의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오른쪽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연합뉴스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졌다. 지난 6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한시적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취한 금융당국이 전날 열린 민·당·정협의회에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과 다르게 적용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차별적 조항으로 지적돼 온 담보비율과 상환기간을 일원화한 것이다.


그동안 개인 투자자들이 요구해 온 차별적 조항이 뒤늦게나마 개선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투자 주체간 차별적 조건은 투자 의지와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이날 협의회를 앞두고 더욱 주목을 끌었던 것은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금지 여부였다. 회의를 앞두고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으로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금지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일단 협의회에서는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의 공매도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우선 실태 점검을 먼저 한 뒤 판단해 보겠다는 선에서 입장을 정리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았던 차별적 제도 개선은 필요한 조치였지만 시장조성장자의 공매도 금지는 보다 신중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 시장조성자는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와 시장조성자 계약을 맺은 금융투자회사는 적정가격의 호가를 상시적으로 제시해 투자자의 원활한 거래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의 공매도는 분명 순기능적인 측면이 있다.


물론 과거부터 지금까지 유동성이 충분한 종목들까지 개입하는 등 시장조성자 역할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어온 것도 사실로 개인 투자자들의 제도 불신은 이미 팽배해 있다. 이로 인해 공매도 전면 금지에도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는 개인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불만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해외 투자은행(IB)들의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되는 등 불법 공매도가 판치고 있었음이 드러나면서 제도 개선을 위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금융당국의 설명은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그동안 그토록 공매도 금지를 절대 반대해 온 금융당국이 하루 아침에 입장을 바꿔 단행한 것도 납득 못할 부분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를 금지하게 되면 실제 유동성 공급이 필요한 종목들은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그 피해가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시장조성자 참여자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공매도마저 금지하면 금융투자회사가 더더욱 참여할 유인을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종국에는 아무도 그 역할을 하려 들지 않을 수 있다. 빈대를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는 없는 일이다.


금융당국이 전격적으로 입장을 바꿔 단행한 공매도 금지가 내년 4월 총선을 고려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의혹의 시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포퓰리즘에 대한 경계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시장조성자에 대한 공매도 금지 여부 결정은 그 잣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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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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