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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의 트럼프' 밀레이 대통령 당선…"좌파 포퓰리즘의 종언"


입력 2023.11.20 14:23 수정 2023.11.21 09:14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본선서 2위, 결선서 역전 드라마…"야권 표 결집 성공"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자유주의를 표방한 야당의 하비에르 밀레이(53) 후보가 여당의 경제부 장관인 세르히오 마사(51)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아르헨티나 매체 라나시온 등은 19일(현지시간) 개표 99.1%가 진행된 가운데 ‘자유의 전진’의 밀레이 후보가 55.7%를 득표해 44.1%를 받은 ‘조국을 위한 연합’의 마사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그는 선거운동 내내 “경제를 되살리겠다”고 호언장담하며 미국 달러화 채택, 중앙은행 폐지, 친미 외교 등의 공약을 내건 바 있다.


밀레이 당선인은 ‘아르헨티나판 도널드 트럼프’로 통하는 인물이다. HSBC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온건파였던 그는 2019년 페론당 집권 이후 보수 패널로 과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기후 위기는 거짓이며, 비트코인을 공식 화폐로 대체하고 장기 매매와 총기 구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말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본선 투표에서 29.9%를 받아 36.7%를 받은 마사 후보에 이어 2위를 기록했지만, 이날 양자 대결로 펼쳐진 결선 투표에서는 압승을 거뒀다. 마사 후보는 선거 결과가 나오자 패배를 승복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선거 후 “내일부터 아르헨티나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인 책임을 밀레이 후보가 짊어져야 한다”며 “밀레이의 당선을 축하하며 나의 역사적 소임은 여기까지다”고 말했다.


라나시온은 “본선 투표에서 또 다른 야당 후보인 파트리시아 불리치와 나뉘었던 표의 대부분이 밀레이 후보에게 돌아갔다”며 “여당은 경제정책 실패를 선거로 심판 받았다”고 분석했다. 여당의 마사 후보가 패배한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아르헨티나가 겪고 있는 극심한 경제난이다. 오래전부터 경제위기를 겪고 있던 아르헨티나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극복하기 위해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비상지원금’ ‘빈곤층 지원금’ ‘비상 가족 지원금’ 등 각종 복지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19일(현지시간)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당선인의 지지자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 길거리에서 밀레이의 당선이 확정되자 환호를 보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홈페이지 캡처

대량의 복지 정책이 한 번에 쏟아지자 정부의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적자를 메꾸기 위해 페소(아르헨티나 화폐)를 대량으로 찍어 냈으나 물가가 급격히 치솟고 화폐가치가 폭락하는 역효과만 나타났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연평균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은 140%대를 기록하고 있고, 페소화 가치는 달러 대비 90%가량 떨어졌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아르헨티나에 10번째 국가부도가 올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밀레이 당선인은 일찌감치 경제정책에 불만이 있는 여론의 동향을 파악하고 여당의 페로니즘(대중영합주의)을 비판하며 선거에 임했다. 그는 줄곧 자유주의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불필요한 정부 부처를 폐지하고 국영 기업을 민영화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각종 복지 정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은행을 폐지하고 페소화 대신 미국 달러화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레이 후보는 지난 13일 선거 연설 중 “좌파 정권이 무책임한 정책을 남발해 아르헨티나를 빈곤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었다”며 “아르헨티나 경제에는 개혁이 필요하다. 개혁에는 항상 위험이 뒤따르지만, 우리는 기꺼이 이 위험을 감수하고 앞으로 나아가야한다”고 말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내달 10일 정식 대통령에 취임한 후 4년 임기를 시작한다.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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