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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방소멸만 대응?…발달장애 청소년 야구단도 살리는 고향사랑기부제


입력 2023.11.20 13:31 수정 2023.11.20 13:33        데스크 (desk@dailian.co.kr)

광주광역시 동구 장애인복지관에는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선수로 뛰는 E.T(East Tigers) 야구단이 있다. 2016년 모 기업 후원사업의 일환으로 지원금을 받아 창단돼 8년 동안 운영돼 온 이 야구단은 발달장애 청소년에게 스포츠를 통해 장애인·비장애인 구분 없이 세상과 어울릴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심어 주고 있다.


ⓒ광주 동구청

E.T 야구단이 단순히 ‘장애인 스포츠단’이라 특별한 것이 아니다. 국내 여느 스포츠단에서 찾을 수 없는 중증 장애인도 함께 훈련하고 경기를 뛰는 전국 유일의 발달장애 청소년 야구단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몸이 불편할지라도 반복훈련을 통해 장애라는 한계를 이기고 진정한 스포츠인으로써 야구를 즐기고 있다.


중증장애 청소년들까지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힌 만큼 야구단 창단 초기에는 어려움이 가득했다. 막상 야구공과 배트를 손에 쥐어주면 내팽개치고 도망가는 아이들도 있었고, 감독이 설명하고 있어도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려는 아이들도 있었다.


부모님들이 항상 곁에서 아이들의 행동을 살피고 잡아줘야 했다. 제멋대로 하던 아이들의 행동이 정리된 건 몇 차례의 훈련이 끝난 후부터다. 선수 중에 나이 많은 형들이 동생들을 이끌어 주고, 동생들도 형들에게 의지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만의 작은 사회가 형성됐다. 야구단 안에서만큼은 부모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아이들은 서로를 보듬고 도와가며 훈련을 받았다.


그렇게 지난 8년간 가랑비에 옷 젖듯 아이들은 아주 천천히 변했다. 부모님도, 학교도 가르칠 수 없던 사회성과 독립심이 또래 친구들과 정해진 시간에 정기적으로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성장했다.


야구하기 싫다며 도망 다니기 바빴던 지원이는 현재 부단장 역할을 하며 누구보다 야구단 동생들을 살뜰히 챙기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않던 유찬이는 자신의 의견을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변화를 보였다.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는 유찬이 엄마는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새로운 성장”과 “우리 아이도 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표현하며, E.T 야구단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무한한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들의 이러한 기대가 무색하게 최근 E.T 야구단 운영 중단이란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최대 6년으로 한정된 후원사업 지원이 2021년에 종료됐고, 복지관만의 힘으로 더는 야구단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E.T 야구단이 없어진다면 발달장애 아이들이 또래 친구를 만들고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사라지게 된다.


이 상황을 전해 들은 광주광역시 동구청은 E.T 야구단 아이들의 희망과 성장을 위해 고향사랑기부 종합포털 위기브와 함께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 모금을 열었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취지에 맞게 기부자들의 소중한 마음이 담긴 기부금을 사회 소외 계층인 발달장애 청소년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발달장애 청소년 E.T 야구단 지원 프로젝트’의 기부금은 총 1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중 약 5000만원은 야구단 운영비 지원, 야구복 및 훈련장 지원, 야구단 친선경기나 장애인 스포츠 활동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 마련 등 다방면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나머지 약 9억 5000만 원으로는 계절의 영향 없이 아이들이 야구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실내 야구 활동 공간 조성에 사용할 계획이다.


현재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광주 동구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 ‘발달장애 청소년 E.T 야구단 지원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위기브를 통한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고 접근성이 높다.


현재 E.T 야구단은 입단을 기다리는 친구들이 다수 있다. 이대로 E.T 야구단이 사라진다면 지원이와 유찬이가 보여준 변화를 다시는 볼 수 없게 된다.


이다영 광주광역시 동구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사 dongguw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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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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