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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미지급은 아동 생존권 위협하는 학대"…솜방망이 처벌이 부른 비극


입력 2023.11.21 04:37 수정 2023.11.21 04:37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양육비 채무 미이행 대상자 2021년(10~12월)→2023년(1~8월) 386명으로 늘어나

전문가 "양육비 지급 이행률 42% 과장된 수치…실제 10가정 기운데 8가정이 못 받고 있어"

"감치 명령을 받고도 양육비 미지급, 운전면허 정지나 명단 공개…제재 수위 너무 낮아"

"형사소송까지 가더라도 고작 집행유예…법원, '돈 문제' 아닌 '아동학대' 사건으로 봐야"

양육비 지급 거부.ⓒ연합뉴스

양육비 지급 의무가 있음에도 양육비를 고의로 지급하지 않는 이른바 '배드 파파·마마'가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도 양육비 미지급 부모에 대해 운전면허 정지나 명단 공개 등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양육비 지급 이행률은 40%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현행 제재 수위가 너무 낮고, 고발당해 형사소송으로 이어지더라도 집행유예에 그치는 등 솜방망이 처벌이 난무한 점을 이유로 꼽았다.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아동학대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1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21년 하반기부터 행정제재 등을 받는 양육비 채무 미이행 대상자는 ▲2021년(10~12월) 27명 ▲2022년 359명 ▲2023년(1~8월) 386명으로 나타났다. 제재 유형별로 살펴보면 2023년 기준 ▲명단공개 25명, ▲출국금지 요청 207명, ▲운전면허 정지요청 154명 등이다.


이렇듯 2014년 3월 '양육비이행확보및지원에관란법률'(양육비이행법)이 제정되고 2021년 7월 형사처벌 규정까지 도입됐지만,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제재를 비웃기라도 하듯 양육비 채무 미이행자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감치 명령을 받고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이는 채권자 신청과 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운전면허 정지나 명단 공개 처분을 받게 된다. 양육비 채무가 3000만원 이상이거나 감치 명령을 받고도 3회 이상 양육비를 주지 않은 경우엔 출국금지 처분 대상이 된다.


특히 출국금지 요청은 2021년 기준 9명에 그쳤지만, 2년 사이 23배나 늘어났다. 2023년 집계가 1~8월까지라는 점에서 이 수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액 채무자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 외에도 명단공개, 운전면허 정지요청 역시 해마다 늘고 있는 모양새다.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 제재조치 현황ⓒ데일리안

제재조치 시행 이후 양육비 지급 이행률이 조금씩 높아지고는 있지만, 제재 건수에 비하면 너무도 저조한 상황이다. 2021년 9월 36.6%에서 2022년 9월 39.8%를 거쳐 2023년 9월 42.4%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양육비 채무액을 전부 지급한 부모는 올해 기준 31명으로 전체의 8%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제재 조치의 수위가 너무 낮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장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양육비 미지급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는 가정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관련 법도 개정됐지만 양육비를 지급받을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며 "정부부처나 기관에서 발표한 양육비 이행률은 기관의 조력을 받은 이용자 건수에서 집계된 수치다. 실제로는 10가정 중 8가정이 양육비를 못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제재조치를 하고 있지만, 그 수위가 너무 낮아서 전혀 활용이 되지 않고 있다. 운전면허 정지 조치만 보더라도 양육비를 지급할 때까지 정지하는 게 아닌 100일 동안만 정지된다"며 "양육비 지급 이행서를 통해 '양육비를 지급하겠다'는 서약를 받아내는 상황이 된다면 조금 달라질 수 있어도, 지금은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형사소송까지 가더라도 정작 법원에서는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등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다. 또한 소송 절차에도 통상 3~5년씩 걸리고 있다"며 "제재가 실효성이 없다 보니 소송 과정에서 아이들은 성년이 돼버리고 양육비는 받지 못하게 된다. 법원의 변화가 굉장히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숭인 양소영 변호사는 "양육비 이행률을 더 높이려면 제재 조건을 양육비 미지급 액수가 아닌 횟수로 따져야 한다. 또한 운전면허 정지 기간 및 출국 금지 요건 또한 더 강화돼야 한다"며 "국가가 양육자에게 먼저 대신 지급하고 추후 미지급자로부터 양육비를 회수하는 '양육비 대지급제' 도입도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또한 "무엇보다 법원과 검찰에서 양육비 미지급에 대해 '돈을 지급하는 문제'가 아닌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봐줬으면 좋겠다"며 "몇 년 동안 생활비 지급을 안 한다는 것은 부모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자식을 학대하는 심각한 범죄다. 법원 내 인식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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