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KB증권 등 당국 전수조사 대상 포함
내년 상반기 집중 만기...CFD사태 맞물려 부담
홍콩H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이 대규모 원금 손실 위험에 처하면서 증권사들의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지는 양상이다. 앞서 발생한 차액결제거래(CFD)의 불완전 판매 문제 등과 맞물려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 연계 ELS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에 대해 전수 조사에 착수하면서 증권가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금감원은 지수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 등을 가입자에게 충분히 안내했는지 등 불완전 판매 여부를 따져볼 방침이다. 증권사 중에선 최대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등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는 홍콩H지수가 곤두박질치면서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당수가 손실을 볼 수 있는 녹인(Knock-in·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데 따른 것이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종목으로 구성된 홍콩H지수는 중국 경제 둔화와 미·중 분쟁 등으로 급락을 이어갔다. 지난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었지만 그해 말 8000대까지 떨어졌고 지난해 10월 말에는 5000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이후에도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면서 현재 6000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관련 상품들이 H지수가 고점을 형성하던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2월까지의 기간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내년 만기가 다가오는 시점에 지수가 거의 반토막이 나면서 과거 대규모 투자 손실을 빚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한홍 의원(국민의힘)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판매 잔액은 20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약 16조원어치가 은행을 통해 판매됐고 판매액의 절반가량인 8조4100억원어치가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데 손실 영향권에 진입한 물량이 약 4조7000억원(56%)에 달한다.
증권업계의 해당 상품 판매 잔액은 약 3조5000억원으로 은행보다 적지만 내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만기를 맞는 점은 비슷한 상황이다.
증권업계는 은행권과 달리 ELS 판매가 주로 비대면 채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불완전 판매와는 거리가 있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불완전 판매는 대부분 현장 직원들이 고객에게 상품 구조 등을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았을 때 발생했다는 점에서다. 다만 고위험 상품 가입 절차가 과도하게 간단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질 소지는 있다.
앞서 라덕연 일당의 주가 조작 도구로 악용된 CFD를 두고 증권사들의 불완전 판매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융당국의 눈초리가 매서워진 것도 부담이다. 당시 일부 증권사들이 비대면 CFD 계좌 개설 시 본인확인 절차를 생략하거나 투자 위험을 축소해 안내한 것이 문제가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 문제가 주로 오프라인 창구에 적용되고 있는데 증권사 역시 ELS 비대면 가입 때 정확한 안내에 대한 것들이 논란이 될 수는 있다”며 “앞서 CFD 사태와 맞물릴 수 있고 당분간 파생상품 이익 감소도 불가피해졌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