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다 소년 성장기 다룬 ‘반짝이는 워터멜론’ 이어
‘사랑한다고 말해줘’가 다루는 청각 장애인 사랑 이야기
청각 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를 일컫는 코다(CODA) 소년의 성장기를 청량한 청춘 드라마 문법으로 풀어내는가 하면, 청각 장애인이 주인공으로 나선 멜로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한층 유연해진 표현법이 콘텐츠의 다양성도 높이고 있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코다(CODA) 소년 은결(려운 분)이 1995년으로 타임슬립해 어린 시절의 아빠(최현욱 분)와 함께 밴드를 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은결과 은유(설인아 분)가 시간 여행을 하며 ‘현재’를 바꾸는 과정에서 판타지 장르 특유의 재미도 느껴졌지만, 그곳에서 어린 시절의 아빠, 그리고 새롭게 만난 친구들과 밴드 활동을 하며 청춘 드라마 특유의 긍정적 에너지를 선사하며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가족들을 책임지는 든든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큰 부담을 가지고 있던 은결의 서사가 ‘반짝이는 워터멜론’만의 강점이 됐다.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의 사고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이 과정에서 그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과정이 뭉클하게 그려진 것이 여느 청춘 드라마, 타임슬립 드라마와 차별화된 지점이었다. 이를 통해 청각장애, 나아가 코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것도 이 드라마의 중요한 의미였다.
ENA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는 손으로 말하는 청각 장애인 화가 차진우(정우성 분)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신현빈 분)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루고 있다.
청각 장애로 인해 주변인들의 오해를 받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정모은이 차진우 또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망설임 없이 공연 티켓을 건네는 등 두 사람이 어떻게 감정을 나누고, 진심을 전달하는지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청춘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과는 다른 방식으로 소통의 의미를 전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작발표회에서 정우성이 “사회적 의미를 갖고자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다. 장애에 있어서 우리가 가진 선입견이 새롭게 생각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면서 “이 작품과 13년 전 인연이 있었다. 그땐 용기가 없던 시대였던 것 같다. 13부에서 남자 주인공이 말문을 트이게 하자는 의견이 나왔었다. ‘당시 환경에서는 수용되기 힘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자막이 친숙한 미디어 환경이 됐다. 사회적 인식도 성숙했겠지만, 자막에 거부감이 없는 시대이니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발걸음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었다.
그간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 채널, 그리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까지. 여러 환경에서 다양한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소재는 물론, 표현에 있어서 한층 유연함이 생긴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이 콘텐츠의 다양성을 높이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인 것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비롯해 장애인이 드라마 속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이 최근 새롭게 생겨난 흐름은 아니다. 다만 주로 그들이 가진 장애에 초점을 맞춰 팍팍한 현실을 조명하고 각종 위기를 딛는 과정을 다루던 것과는 달리, 청춘 드라마 또는 멜로 드라마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유의미한 메시지를 남기며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여전히 개선돼야 할 부분도 있다. 앞서 청각 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미국 영화 ‘코다’에는 극 중 엄마, 아빠, 오빠를 연기한 배우들 모두가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 배우였다. 영화 ‘이터널스’에는 여성, 유색인종, 아이대, 성소수자, 청각장애인 등 다수의 약자들이 히어로로 활약한 가운데, 청각장애인 히어로를 실제 청각장애인 배우 로렌 리들로프가 직접 연기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이렇듯 장애를 표현할 때 장애인 배우를 직접 기용하는 사례들이 점차 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드문 사례다. 지난 2021년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다운증후군을 앓는 배우 정은혜가 다운증후군을 가진 발장장애인, 영옥(한지민 분)의 언니 역할을 직접 소화해 화제를 모았지만, 이후에도 비슷한 사례는 시도되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드라마들 또한 유의미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지만, 다양성을 넓히기 위해 더 적극적이고 꾸준한 시도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