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대규모 수주에 상승세 안착
‘주가 고평가’ 우려에 목표주가 하향
한 달 새 투자의견 ‘중립·매도’ 증가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에코프로비엠이 한 달 새 30%에 달하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고평가됐다며 매도 의견을 내놓는 등 차가운 시선을 내놓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최근 한 달(11월 6일~12월 6일)동안 30.87%(23만→30만1000원) 오르며 뚜렷한 우상향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와 에코프로에이치엔이 각각 0.63%(63만7000→64만1000원), 8.77%(6만1600→6만7000원) 오른 것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달 시행된 공매도 금지 조치에 이어 삼성SDI와의 대규모 공급 계약이 체결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투자자들이 몰리며 주가에 상승 탄력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1일 삼성SDI와 43조8700억원 규모의 2차전지용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내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 총 5년이다. 이번 계약으로 에코프로비엠이 생산한 양극재가 삼성SDI의 국내외 공장에 공급돼 글로벌 경쟁력까지 선점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하는 상황이다.
나아가 지난달 6일부터 시행된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 이후 기존 공매도 잔액이 많았던 2차전지 관련주가 수혜를 입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공매도가 금지되기 직전 거래일인 같은달 3일 에코프로비엠은 23만원으로 거래를 마쳤으나 약 한 달 사이 약 31% 상승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의 현 주가가 고평가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증권사들은 에코프로비엠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22곳이 에코프로비엠에 제시한 목표주가의 평균은 29만3364원으로 현 주가(30만1000원)보다 낮다. 이는 지난 9월 에코프로비엠의 평균 목표주가가 36만원을 돌파했던 것과도 비교된다.
이같은 조정은 에코프로비엠의 중장기 성장성은 인정하지만 현 주가에 반영되기엔 이르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또 이번 삼성SDI와의 계약이 매출 증가에 대한 불확실성을 일부 덜어냈으나 기존 매출에 플러스 요인이 아닌 점진적 대체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생산 확장 계획과 그룹사를 통한 밸류체인 수직 계열화는 긍정적이지만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목표주가뿐만 아니라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는 증권사들도 있다. 불과 1개월 전 에코프로비엠에 투자의견 ‘중립’을 제시한 증권사는 5곳에 불과했으나 현재 9곳으로 늘어났다.
통상 시장에서는 증권사의 중립 의견을 매도로 해석되는 것을 감안하면 에코프로비엠의 추가 상승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 증권사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유진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5월부터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매도’ 의견을 견지해 왔는데 증권사에서 특정 종목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내는 경우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 둔화, 중국 기업들의 잠식 등과 같은 이슈는 모든 관련 업체들의 밸류에이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에코프로비엠을 비롯한 국내 양극재 기업의 과도한 밸류에이션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