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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소각→조사필요'…文청와대 지침에 軍, 서해 공무원 '말바꾸기'


입력 2023.12.08 00:00 수정 2023.12.11 21:26        강현태 남가희 기자 (trustme@dailian.co.kr)

국방부 "입장 낼 것 없다"

통일부 "언급할 사항 없다"

서해 피격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자료사진) ⓒ연합뉴스

감사원이 지난 2019년 공무원 이대준 씨가 서해상에서 표류하던 중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뒤 해상에서 소훼당한 사건과 관련한 감사 결과를 7일 발표한 가운데 국방부는 "특별히 입장을 내거나 설명드릴 것이 없다"고 밝혔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감사원에서 필요한 감사를 해서 발표하고 오늘 기자들에 자료를 나눠준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합동참모본부로부터 시신 소각에 대한 일관된 판단을 수 차례 보고 받았음에도 국가안보실의 대응 방침을 따랐다. 안보실 대응 방침은 시신 소각과 관련한 우리 측 판단과 북한의 대남통지문 내용(부유물 소각)에 차이가 있는 만큼, 지속적인 조사 및 파악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실제로 합참은 사건 최초 브리핑 시 "우리 군은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했었다.


하지만 안보실 대응 방침 하달 이후, 국방부는 '시신 소각이 안 됐을 수도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합당한 근거 없이 판단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안보실의 '서해 공무원 피살·소각 사실에 대한 보안유지' 지침에 따라 합참에 관련 비밀자료 삭제를 지시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이 씨의 월북 가능성을 판단한 군 당국 '근거'가 빈약하다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실제로 합참은 ①다른 승선원과 달리 이 씨 홀로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②이 씨가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에서 신발이 발견된 점 ③이 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소형 부유물에 의지했다는 점 ④이 씨가 월북이라고 북한군에 답변한 점 등을 근거로 자진 월북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관계장관회의에 보고했다.


하지만 ①·②는 군 첩보에 없는 내용인데다 사실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안보실·국방부 지시로 포함됐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아울러 ③·④와 관련해선 "자진 월북 근거로 보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소형 부유물은 어업지도선의 '물체'가 아닌 해상 '불상물'로 추정되고, 이 씨가 북한군과 최초 접촉 시 월북 의사를 언급하지 않았던 만큼 '의도'를 명확히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통일부도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남북관계 상황발생 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일부는 사건 최초 인지 시점을 A국장이 국정원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최초 전파 받은 시점이 아닌, 장관 인지 시점으로 결정해 국회 및 언론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통일부 장관에게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초로 국회 등에 대응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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