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대준 씨 형 이래진 씨, 감사원 찾아 감사 인사
"검찰, 문 전 대통령 소환조사해 책임 물어달라"
감사원, 조사 과정서 文 전 대통령에 보고 과정 질의
유족 측, 구명조끼 뒤편 문구 공개 요청…柳 "국방부 장관과 논의"
서해에서 피살된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 형인 이래진 씨가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을 찾아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 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검찰 조사에 적극 임할 것을 촉구했다.
이래진 씨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11일 오후 3시경 서울 종로구 감사원을 찾아 유 총장과 사무총장실에서 1시간 45분가량 면담을 가졌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7일 문재인 정부 당시 국방부·해경 등 관계 기관이 공무원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사실을 은폐·왜곡했다고 판단하고, 관련자에 대한 징계 요구 등 엄중 조치를 내렸다.
이래진 씨는 면담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헌법에 선서해 놓고 국민을 외면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감사원 조사에 대해 '무례하다'라고 했던 전대미문의 말장난보다 직무를 태만했던 무책임함을 스스로 국민 앞에 밝혀야 지금의 권리도 보장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씨는 "국가와 국민의 생명·안전을 지켜야할 수많은 국가권력 기관이 한 사람의 국가공무원을 살리지도 않고 무참히 죽게 했다는 게 참담하다"며 "한 사람의 국민을, 국민의 생명도 안 지키고 죽이고, 이 많은 권력기관을 동원해 은폐 조작했던 천인공노할 짓거리는 공산국가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공공기록물은 국가나 부처의 주요 정책을 관리하고 위반하는 중요한 국가의 자산"이라며 "이를 훼손하려 했다는 정황만으로도 심각한 범죄인데 이들은 이를 무단 삭제하고 문 전 대통령은 수수방관했으며, 아직도 최고 책임자로서 변명조차 하지 않은 무책임을 보여주고, 거짓 평화를 이유로 말장난으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은 조속히 문재인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해 책임을 물어달라"고 촉구했다.
김 변호사는 유 총장과의 대화 내용에 대해 상세히 밝혔다. 이들은 유 총장에 당시 합참의 발표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며, 문 전 대통령에 관련 질문을 했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당시 합참은 △구명조끼 착용 △배에서 신발 발견 △북한 해역서 소형 부유물에 의지 △월북이라고 답변 등 4가지 근거로 자진 월북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감사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한테 감사 기간 중에 이메일을 보냈는데, 여기에 '이대준 씨가 사망하기 전까지 각 부처로부터 어떠한 보고를 받았고, 어떠한 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한 내용이 질문에 들어갔느냐'는 질문에 대해 유 총장은 '상식적으로 질문지에 포함된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즉 질문지에는 문 전 대통령이 보고받고 지시한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이대준 씨가 사망한 당시 군이 '북한에서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발표를 했는데, 며칠 뒤 내용을 변경해 '부유물을 소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일에 대한 질문도 있었는지에 대한 유가족 측의 물음에 유 총장은 "질문지에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질문지를 봤기에 알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와 김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진상 규명을 위한 일부 자료 공개도 요청했다. 이들은 "(이대준 씨가 입고 있던 구명조끼에 적힌) 한자체가 과연 무엇이라고 적혀있었는지를 알아봐달라고 요청을 했다"며 "그 조끼에는 보통 배의 선명(배 이름)이 적혀 있을 수가 있기 때문에 그러면 그 조끼에 한자가 어떻게 적혀 있는지 파악을 하면 그 배 이름도 찾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이에 대해 유 총장은 "일주일에 한 번씩 국무회의를 통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만나니 장관하고 같이 협의를 해보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유 총장은 "(유가족에게 제공된) 보도자료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최종 보고서에는 유족이 궁금한 부분이 다 담겨있다"며 "군사 기밀이라서 보여줄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정보를 담아 보도자료를 냈다"고 강조했다. 현재 최종 보고서는 감사원이 중앙지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