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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유엔해비타트 한국위' 수사의뢰…국제사기 의혹 실체 주목


입력 2023.12.14 05:00 수정 2023.12.14 05:00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국회 법률자문위의 권고에 따라 사무처

차원에서 영등포서에 '수사의뢰' 결정

서범수 "국민·기업·정부 상대로 사기

지금이라도 국회가 수사의뢰해 다행"

문희상 국회의장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수현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장 등이 지난 2019년 11월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가 국회사무처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사건'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수사의뢰하기로 결정했다. '유엔해비타트 한국위' 사건이란 유엔과 아무런 관련 없는 단체가 유엔의 명칭과 로고를 사칭해 기업들로부터 수십억원의 후원금을 모금한 사건으로, 전대미문의 국제사기극이라 불리고 있다.


13일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에 따르면 국회사무처는 이날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사건을 수사의뢰하기로 결정했다. 국회사무처는 지난 2019년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를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등록 승인했다가, '유엔 사칭 논란'이 불거지자 올해 11월 이를 취소했다.


이에 서범수 의원은 지난달 8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회사무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게 사실은 만약에 (수사의뢰를) 주저주저하면 혹시 이 한국위원회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뭔가 사무처와 공모한 부분이 있지 않겠느냐는 의혹을 가질 수가 있다"며 "허가기관인 국회사무처를 믿고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의 사기극에 놀아난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44억원을 기부를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를 만들어 사조직처럼 활용해 선거운동을 했다는 의혹이 있고, 어찌됐든 국회사무처의 신뢰를 무너뜨린 사기극이니 국회사무처도 분명히 피해자"라며 "설립 허가기관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니까, 피해자가 피해를 입은 사항에 대해서 수사를 의뢰해야 의혹에서 우리 국회사무처가 클리어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유엔해비타트 한국위는 지난 2019년 9월 국회사무처에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등록했으며, 11월 박수현 전 문재인정권 청와대 대변인·국회의장비서실장을 초대 회장으로 삼아 의원회관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출범식에는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을 비롯한 민주당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문재인 당시 대통령도 직접 축전을 보냈다.


이후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는 시중은행을 포함한 유수의 기업들로부터 44억원의 후원금을 모금했으나, 알고보니 유엔과 아무런 정식 관계가 없는 단체였던 것이 드러났다. 이를 제보받은 국회사무처는 수 차례에 걸쳐 유엔과 제대로 된 협약 관계를 맺을 것을 재촉했으나 흠결이 시정되지 않자 끝내 지난달 2일 법인 등록을 취소했다.


직후 국회 운영위의 사무처에 대한 국감 과정에서는 서범수 의원 외에도 정경희·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등이 이를 문제삼으며, 국회사무처가 국회 차원에서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박수현 전 수석이 출판기념회에 이 단체를 조직적으로 동원해서 선거운동을 했고, 2022년에 청와대로 기업인들을 불러서 수억원의 기부를 압박했다는 의혹이 신문 보도에 다 났다"며 "이 단체가 박수현 수석의 선거운동을 지원하고 기업에 기부를 강제해도 전부 모르는 체 했다면 명백한 사기 공범"이라고 질타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도 "국회사무처가 수사의뢰를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총장이 말하지 않으면 정경희 의원의 질의와 같이 국회사무처가 사기의 공범이 되는 것"이라며 "유엔해비타트 한국위가 44억원의 모금을 했다는 것은 팩트인데, 허위로 (유엔 사칭 단체를 국회사무처에) 등록해서 했는데 국회사무처가 고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이니 생각해보시고 답변을 해달라"고 압박했다.


이에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은 "해비타트의 고발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조만간 법률자문위원회를 개최해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투명하게 결정을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국회사무처는 여야 추천 법조인 2명과 국회사무처에서 선임한 중립적 법조인 2명, 국회 파견 판사 1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된 법률자문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지난 11일 의견을 청취했다. 그 결과 법률자문위에서는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의 설립 허가 및 기부금품 모집 과정과 관련해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봐서, 고발이나 수사의뢰를 할 것을 국회사무처에 권고했다.


이에 법률자문위원회의 자문 결과를 보고받은 이광재 총장이 이날 유엔해비타트 한국위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국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수사의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 서범수 의원은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는 국민과 기업, 그리고 정부기관을 상대로 대국민 사기를 친 것"이라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회사무처가 수사의뢰를 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못하도록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국회를 비롯한 정부부처에서 인허가를 심사할 때 허위 단체 등을 차단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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