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디어가 무서운 ‘코미디 IP’로 [코미디의 재생산②]

개그 프로그램도 강력한 '팬덤' 형성

"코미디 2차 생산을 해야 미래 있다"

“지속가능한 코미디의 재생산, 그러니까 코미디에도 원천 IP가 중요한 시대가 온 거죠.”

지난해 스스로를 ‘월드스타 아이돌’이라고 우기는 이들이 등장했다. 유튜브 빵송국의 ‘매드몬스터’다. 어딘지 모르게 허술한 세계관을 가진 이 그룹은 유튜브를 넘어 지상파 음악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매드몬스터가 성공을 거둔 가장 큰 동력은 팬덤의 형성이다.

ⓒ매드몬스터

이들의 콘텐츠를 즐기는 팬들은 과하게 적용된 필터 탓에 주변 환경이 일렁이는 현상을 두고 “우리 오빠 영상에 악귀가 들렸다”고 표현하는 등의 댓글로 이들의 세계관에 동조하고 더 나아가 세계관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이들은 댓글을 반영한 2차 콘텐츠 ‘매드몬스터에게 죄송합니다’를 만들기도 했다.

매드몬스터가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은 슈퍼 IP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슈퍼 IP는 콘텐츠가 한 편에 그치지 않고 시리즈로 제작되는 등 잇달아 변주되면서 강력한 팬덤을 만들어가는 IP를 의미한다. 영화나 드라마 등 한국 콘텐츠 업계에서 이미 슈퍼 IP가 산업을 일으키고 지탱하게 하는 핵심 동력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미디도 하나의 콘텐츠로서 영화,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그 당시 매드몬스터의 활약은 이례적이라고 평가됐지만 현재 코미디 업계에선 단발성의 콘텐츠가 아닌, 팬덤을 형성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아이템으로 2차 생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밟는 것이 보편적 현상이 되고 있다.

코미디 그룹 나몰라패밀리 김경욱이 본체인 일본 호스트 다나카 캐릭터는 지난해 뒤늦게 인기를 모은 후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음원 발매와 전국 투어까지 마쳤다. 유튜브 구독자 270만명에 달하는 또 다른 코미디 그룹 피식대학 역시 상황극 기반의 코미디에 몰두하면서 하이퍼 리얼리즘 콘텐츠를 만들어 대중의 공감을 샀다. 특히 콘텐츠가 가진 세계관이 서로 연결되고 확장되면서 두터운 팬덤이 형성됐다.

ⓒ피식대학 유튜브

팬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2차 콘텐츠는 경제적 효과도 뛰어나다. 이미 기존 콘텐츠를 즐겼던 고정 팬들이 2차 콘텐츠에까지 관심을 갖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소비를 기대할 수 있다. 더구나 2차 콘텐츠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기존 콘텐츠를 다시 찾아보는 사람들도 많아 원작 콘텐츠의 소비도 덩달아 늘어난다.

이같이 성공한 슈퍼 IP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캐릭터의 힘이 강력하다는 점이다. 피식대학만 보더라도 카페 사장 최준(김해준), 신도시 부부 서준맘(박세미), 한사랑 산악회 이택조(이창호) 등 대중의 기억에서 쉽게 잊히지 않는 강력한 캐릭터를 구축해 다양한 이야기로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코미디언들 역시 좋은 코미디를 창작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계속해서 재생산할 수 있는 IP를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코미디언 곽범은 유튜브 채널 러브데스코미디에서 ‘2023년에 코미디언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나눈 대화에서 “코미디는 2차생산을 해야 미래라고 생각한다. 뭔가를 생산하고 공연으로, 굿즈로 이어가고 다시 그것을 다시 재생산을 계속해야 성공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유튜브 제작자 역시 “세계관을 확장하는 콘텐츠의 일환”이라며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관련 제품을 만들고, 오프라인 공연으로 이어지는 등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마케팅은 코미디언들의 안정적인 자본 동력을 구축하게 하는 동시에 팬들의 결집력을 높여주는 역할까지 한다. 요즘 대중이 참여하는 콘텐츠 소비에 열광하는 만큼 이러한 현상은 코미디의 큰 흐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