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알랭 부블리 “‘레미제라블’ 성공, 나에겐 동화 같은 이야기” [D:인터뷰]


입력 2023.12.15 14:37 수정 2023.12.15 14:3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레미제라블’의 성공은 나에게도, 작곡가 미셸 숀버그에게도 너무 동화 같은 일이죠.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카메론 매킨토시의 최고 대표작으로, 작곡가 클로드 미셸 숀버그, 작가 알랭 부블리 콤비가 힘을 합친 흥행 대작이다. 사랑, 용기, 희망에 대한 대서사시를 다루는 작품으로, 37년간 53개국 22개 언어로 공연되었고 현재까지 약 1억 3000만 명이 관람한 뮤지컬의 바이블로 꼽힌다.


ⓒ레미제라블코리아

특히 ‘레미제라블’ 한국 공연은 초, 재연에서 전국적으로 약 60만 명의 누적 관객을 동원했으며, 2013년 ‘제7회 더 뮤지컬 어워즈’ 5개 부문 수상, ‘제19회 한국뮤지컬대상’ 4개 부문 수상 등 모든 시상식에서 베스트 작품상, 남우주연상을 비롯 주요 부문을 수상하며 흥행 신드롬을 일으켰다.


알랭 부블리는 “인기의 이유는 빅토르 위고의 천재성이다. 그는 시대를 전혀 타지 않는 소설, 세대가 바뀌어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설을 써냈다. 특히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을 잘 찾아내서 소설에 담았다는 것이 가장 놀랍다. 그 인물들을 찾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작품이 사랑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훌륭한 원작 소설이 있었기 때문에 원작을 최대한 잘 살려보자는 마음으로 충실히 작업을 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잘 한 게 있다면 소설의 에센스를 언어적으로, 음악적으로 잘 표현한 것 같다. 그래서 프랑스어에서 영어, 일본어, 한국어 등으로 번역이 되었는데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된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작품은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한다. 모순적인 현실 속에서 우리가 연민해야 할 대상과 추구해야 할 진실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뮤지컬을 뛰어넘는 인문학적 콘텐츠로 주목을 받았다. 장발장이라는 한 인물의 삶을 따라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려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인간 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재고하게 하는 작품이다.


그는 “런던에서 ‘올리버’라는 작품을 보면서 ‘레미제라블’이 번뜩 떠올랐다. 왼쪽 뇌로는 ‘올리버’라는 공연을 보고, 오른쪽 뇌로는 ‘레미제라블’을 무대에 올릴 때 어떤 작품이 될지 상상했다”면서 “그런데 다 만들고서도 마음속으로 자신이 없어서 지켜만 보고 있었다. 빅토르 위고의 원작이 엄청난 분량의 소설이기 때문에 이걸 공연 무대에 올렸을 때 잘 된다는 확신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고민 끝에 파리에서 3개월간 공연을 올린 알랭 부블리에게 또 다른 확신을 준 건 연출가 매킨토시였다. 그는 “파리 공연 자체가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연락이 왔다. 우연히 이 작품의 음악을 듣고 ‘이게 바로 내 인생의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 저는 ‘올리버’를 보고 이 작품을 만들었는데 매킨토시는 이 작품을 보고 인생 작품이라고 말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뒤늦게 알게 됐는데 ‘올리버’라는 작품은 매킨토시가 프로듀싱을 했다고 하더라”라며 남다른 인연을 과시하기도 했다.


ⓒ레미제라블코리아

글로벌 관객들을 설득시키기 위한 수정 작업도 거쳤다. 그는 “프롤로그부터 수정이 됐다. 이 작품이 어디서부터 시작하는지를 수립하는 장면이 필요했다. 지금 공연되는 작품의 첫 15분 동안의 장면이 프롤로그인데, 장발장이 투옥되고 가석방을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후 일거리를 찾아 돌아다니지만 거절을 당하는 모습, 신부를 만나는 모습 등”이라며 “프랑스에서는 장발장이 어떻게 그 상황까지 갔는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넣지 않았지만 국제 관객들을 위해 삽입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캐릭터의 성격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캐릭터의 넘버를 바꾸고, 새로운 넘버를 추가하는 등의 변화도 줬다.


작곡가 클로드 미셸 숀버그, 작가 알랭 부블리 콤비의 가슴 뛰는 음악은 관객들에게 큰 여운을 남긴다. ‘I Dreamed a Dream’ ‘One Day More’ ‘On My Own’ ‘Bring Him Home’ ‘Stars’ 등 대표 넘버들이 이야기 흐름의 이해도를 높이고, 각 인물의 서사를 더욱 와닿게 만든다. 더불어 무대 장치 및 조명 역시 이야기 몰입도를 높이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번 ‘레미제라블’ 세 번째 시즌에서는 배우 민우혁, 최재림, 김우형, 카이, 조정은, 린아 등 역대급 라인업이 완성되며 다채로운 배우들의 열연이 펼쳐지고 있다. 알랭 부블리는 “모든 버전의 작품을 다 봤지만 배우들이 자기만의 개성을 역할에 담다 보니 같은 캐릭터지만 절대 같지 않다”면서 “특히 한국어 자체가 굉장히 아름다운 선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은 말을 할 때 노래하듯 음정을 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것들이 ‘레미제라블’에도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오디션이 엄격하기로 유명한 이 작품은 올해 역시 사전 캐스팅 없이 오로지 오디션을 통해 배우들을 선발했다. 그는 “런던에서 처음 작품을 올렸을 때 운이 좋았다. 다양한 강점을 가진 배우들이 잘 어우러져서 하나의 컴퍼니가 만들어졌던 초연 때문에, 그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배우들을 끌어모으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을 이어갈 수 있는지, 강렬하게 감정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지, 고조된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는지를 본다. 특히 ‘레미제라블’이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 불러야만 살아나는 노래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기할 때나, 노래할 때나 풍부하게 감정 표현을 잘 하는 배우들어여야 했다. 사실 그런 배우가 많진 않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레미제라블’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내년 3월 10일까지 공연되며, 이후 대구 계명아트센터로 장소를 옮겨 공연을 이어간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