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어항공단, 어촌마을 전진대회서
어촌체험휴양마을 우수 사무장 시상
홍리나·김현정·임미자 씨 각각 수상
열악한 환경에도 마을 위한 열정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바다는 수산업 자원의 보고(寶庫)이자 천혜의 문화·관광 자원의 천국이기도 하다. 여름이면 전국 유명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지만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이 지나면 바다의 인기도 한층 시들해진다. 바다를 사계절 즐기고 어촌과 어민 소득을 동시에 높일 방법을 고민하던 해양수산부는 2001년 어촌체험마을 지정을 시작해 2008년부터 어촌체험휴양마을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부산(3곳)과 인천(7곳)을 비롯해 울산(2곳), 경기(9곳), 강원(11곳) 등 전국 125개 마을이 현재 어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운영 중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2016년 118만 명이었던 어촌체험휴양마을 관광객은 지난해 129만 명까지 늘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감소했다가 2021년과 2022년 다시 증가해 관광소득도 지난해 기준 217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연간 129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어촌체험휴양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는 사무장이다. 마을 체험과 휴양 프로그램을 운영·관리하고 관광객 예약과 관리, 사회관계망(SNS) 마을 홍보, 새로운 체험 행사 개발 등 어민이 할 수 없는 업무를 사무장 1명이 전담한다.
전국 125개 어촌체험휴양마을 가운데 사무장을 두고 있는 곳은 86곳에 그친다. 200만원 남짓 최저임금 수준이지만 마을 자체 소득으로 급여를 전부 지급하는 마을은 7곳뿐이다. 나머지 79명은 지자체 예산이나 국비를 지원받는다.
한국어촌어항공단은 지난 5일 열린 제16회 어촌마을 전진대회에서 사무장들의 노고를 기렸다. 사무장 3명을 뽑아 금상과 최우수상, 신인상을 수여했다. 홍리나 씨와 김현정, 임미자 씨가 주인공이다.
“흘곶소리 재현, 주민·관광객과 함께해 더 행복”
[대상] 홍리나 사무장
올해 어촌체험휴양마을 우수 사무장 ‘대상’을 받은 홍리나(62) 씨는 현재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흘곶어촌체험휴양마을에서 일한다.
홍 씨는 본래 흘곶마을 출신이다.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그는 지난 2020년 모친 병간호를 이유로 흘곶마을에 돌아왔다. 어촌계장 부탁으로 어촌계 총무일을 시작했고, 이제는 흘곶마을을 찾는 관광객과 체험객을 책임지고 있다.
“지금까지 몰랐던 어촌 생활과 어업을 알아가고 있다. 마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한 끝에 흘곶마을이 어촌체험마을로 지정되고, 어촌뉴딜사업으로 선착장과 주차장도 들어서게 되니 노력한 결과를 얻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은 보람을 느낀다.”
홍 씨는 자신의 고향 흘곶 마을을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해산물이 풍부한, 참으로 살기 좋은 곳이기에 많은 관광객과 체험객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무장 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홍 씨는 “30여 년 만에 다시 듣게 된 ‘흘곶소리’ 상여재현 행사”를 꼽았다.
흘곶소리 상여재현 행사는 지난 30년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마을 상여를 복원·운반하면서 장지에서 땅을 다지는 달공 행위 등을 마을 주민과 함께한 공연이다.
홍 씨는 “마을 주민과 함께 연습하고 준비하면서 옛날 기억과 추억을 나눈 즐거운 시간”이라고 회상했다.
홍 씨는 이번 우수 사무장 수상에 대해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돼 가슴이 벅차다”며 “새로운 활력과 기쁨을 준 흘곶마을 주민들에게 오늘의 영광을 돌리고, 앞으로도 마을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직장 그만둔 나를 받아준 곳은 고향”
[최우수] 김현정 사무장
올해 나이가 서른둘인 김현정 씨는 사무장 5년 차다. 20대 후반 처음 사무장 일을 시작한 그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이작도가 고향이다.
스스로를 ‘도시와 어촌 양쪽에서 살아본 반(半) 주민, 반 도시인’이라 표현한 김 씨는 “대이작도라는 작은 섬에서 휴양마을로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알리고 싶어 ‘우수 사무장’에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바지락 체험, 풀등 탐방 등 작은 섬이지만 워케이션(휴가지 원격근무) 등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어촌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 그동안 우리가 한 일에 관한 뿌듯함과 작은 마을에서의 노력을 알아준 것 같아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사회복지사 일을 하던 김 씨는 2019년 코로나19로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급여가 밀리게 됐다. 본의 아니게 무기한 휴직해야 했던 그는 고향(대이작도)에서 사무장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김 씨는 마을 사람과 함께하면서 지금 하는 일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했다. 그는 “대이작도에서 가장 특별한 게 ‘풀등’인데, 이 풀등을 인천관광공사 생태관광마을 육성 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한 게 기억에 남는다”며 “작은 것이라도 하나씩 이뤄내고 틀을 갖출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5년 차 사무장으로서 겪는 힘든 점으로는 ‘섬’이 갖는 한계를 꼽았다. 어떤 사업을 하더라도 기반 시설이 부족하고, 마을 경제력이 낮다 보니 외부 지원 없이는 힘들다는 게 김 씨 설명이다.
김 씨는 “작은 섬은 접근성이나 기반이 모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도서 지역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내실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어촌체험휴양마을 활성화를 위해서는 맞춤형 컨설팅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마을에서 먼저 준비가 돼야 홍보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며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홍보만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는 ‘여름 장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피서객들이 우리 마을을 찾지 않았다. 다들 해외로 여행을 나간 탓인 듯한데, 내년에는 다시 많은 관광객이 어촌으로, 대이작도로 와서 많은 즐길 거리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길 바란다. 우리도 올해보다 나은 프로그램으로 여러분들을 맞을 준비를 하겠다.”
“신랑 따라 삽시도 정착, 마을 위해 일하고파”
[신인상] 임미자 사무장
“보령시 대천항에서 13km 떨어진 삽시도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작은 섬이다. 갯벌 체험과 자전거 타기, 둘레길 걷기, 낚시, 선상 그물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무기로 관광객에게 사랑받고 있다. 숙박 시설은 관광객들이 기분 좋게 쉬다 갈 수 있도록 늘 청결 상태를 꼼꼼히 챙기고 있다.”
임미자 씨는 충청남도 보령군 삽시도 어촌체험마을에서 일한다. 아직도 자신이 우수사무장으로 뽑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그는 “낚시를 좋아해 삽시도에 왔고, 낚시를 하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삽시도에 뿌리를 내리게 됐다”고 마을 정착 배경을 했다.
결혼할 무렵 어촌체험휴양마을 사무장 자리를 제안받은 임 씨는 어촌체험휴양마을이 사무장이 없어서 문을 닫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일을 수락했다.
“갯벌 체험 때 일부 체험객이 (해산물 채취에) 욕심을 부리거나, 성수기 때 일손이 부족한 경우 힘들다. 반대로 한 번 오셨던 분들이 마을을 다시 찾아주실 때, 올해도 고생하셨다는 말, 우리 마을이 많이 알려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
다양한 체험행사를 바탕으로 어촌체험휴양마을 사업을 이끌고 있다는 임 씨는 “손님들이 오가며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숙박도 같이하고, 카페 운영과 특산물 판매도 함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마을 특성을 살린 특화상품을 개발하고 다양한 체험행사로 고객 응대에 친절하다면 (어촌체험휴양마을이) 어가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열정을 갖고 업무 매뉴얼을 지키며 일하다 보면 어느 순간 활성화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 예산 삭감으로 전국의 어촌체험휴양마을 사무장들의 급여 지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소식에 임 씨는 “보조금 지원 중단으로 어촌체험휴양마을들이 문을 닫는 일만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 씨는 “어촌체험휴양마을을 찾아주시는 국민 덕분에 어촌에 활기가 돌고 더 많은 발전을 거듭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어촌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이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체험을 꾸준히 준비하고, 친절한 응대와 안내로 기분 좋은 여행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