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훈풍·중소형 증권사 부각에도 '성과 無'
카카오페이 상장 주인공 영입하며 '절치부심'
유진투자증권이 2년째 기업공개(IPO) 주관을 한 건도 따내지 못하면서 올해 관련 실적이 제로(0)에 그친 유일한 증권사로 남게 됐다. IPO 훈풍이 불면서 중소형 증권사들도 속속 시장 복귀를 알렸지만 유진투자증권에게 만큼은 여전히 남 얘기인 현실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카카오페이를 증시에 데뷔시켰던 빅딜의 주인공을 영입하는 등 내년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모습이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은 올 들어 IPO 주관 실적(스팩·리츠 제외)을 한 건도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 2021년 에스앤디의 상장 주관을 맡은 이후 IPO 시장에서 부진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현재 유진투자증권이 상장 주관을 맡은 기업 중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곳은 코루파마 1곳에 불과하다. 통상 예비심사 청구부터 승인까지 3~4개월이 소요되는 데 코루파마의 예비심사는 아직 승인되지 않은 상태다.
이는 올 한해 공모주 투자 열풍으로 IPO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자 대형 증권사뿐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까지 IPO 주관 경쟁에 돌입한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유진투자증권을 포함해 주관 실적을 한 건도 거두지 못한 곳은 교보증권·하이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현대차증권·SK증권 총 6곳이다. 하지만 유진투자증권을 제외한 5곳의 증권사는 올해 IPO 실적을 1건 이상 기록했다.
특히 한화투자증권은 기초 화학물질 제조기업인 티이엠씨의 주관을 맡으며 10년 만에 IPO 시장에 복귀했다. 교보증권 역시 지난 4월 토마토시스템을 상장시키며 3년 만에, 하이투자증권은 진영·프로젠·스톰테크 3곳의 주관사로 2년 만에 등장했다.
상장 주관을 이뤄낸 중소형 증권사들이 약진한 배경으로는 신규 상장종목의 상장 당일 가격제한폭이 60~400%로 확대돼 ‘따따블’이 가능해지고 기술특례상장제도가 개선된 점 등이 꼽힌다.
이로 인해 IPO 시장 내 중소형 증권사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분위기였으나 유진투자증권만이 또 다시 주관 실적 0건을 기록해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로부터 외면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IPO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 주관 경험이 많거나 오랜 기간 관계가 유지된 증권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통해온 증권사가 없는 기업의 경우 운용사·벤처캐피탈(VC) 등으로부터 주관사를 소개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IPO 시장에서 중소형 증권사의 능력은 대형사 대비 부각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장기간 주관사로써의 역량을 발휘하지 않을 경우 주관사 후보에도 거론되지 않을 수 있다”며 “꾸준히 IPO 주관을 해온 증권사와 공백이 있었던 증권사 사이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카카오페이 등 초대형 딜의 주관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는 유장훈 상무를 지난 6월 IPO 실장으로 영입하면서 IPO 조직 강화에 나섰다는 게 유진투자증권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2월부터 공석이던 IPO 실장 자리에 유 상무가 오른 뒤 곧바로 코루파마의 상장예비심사 청구서가 제출됐다. 나아가 유 상무의 주도하에 내년 상반기 중소형사의 주관사를 선점하기 위해 박차를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유 상무는 지난 1999년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에 입사한 뒤 대유리젠트증권·한양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 등을 순서대로 거쳐왔다. 삼성증권에서 IPO 조직을 총괄했던 유 상무는 20여년 만에 유진투자증권으로 돌아와 IPO 전략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유 상무의 영입을 기점으로 유진투자증권이 IPO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며 IPO 시장 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시선을 내비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IPO 시장은 미래에셋·NH·한국투자증권 3곳의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주관이 이뤄졌으나 중소형 증권사 역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며 “유진투자증권도 주요 딜을 따낸 쾌거가 있는 유 상무의 역량을 바탕으로 내년 IPO 시장에서 실적 반등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