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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DJ영화 시사회 파트너 이재명 택했다…'시간 엇갈린' 이낙연 '고립 작전'


입력 2023.12.19 02:00 수정 2023.12.19 02:00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총리 연대설' 김부겸, 이재명과 영화 봐

'신당 창당 반대' 의원들 117명 연서명

기약 없는 명낙만남에 당 압박 거세지자

"창당 공식화는 과장된 표현" 속도 조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전 총리가 1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 VIP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오후 2시와 오후 7시. 김대중 전 대통령 다큐멘터리 영화 VIP 시사회 시간대는 둘 뿐인데, 초청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낙연 전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 셋에게 갔다. 이재명 대표는 오후 2시, 이낙연 전 대표는 오후 7시를 낙점했다. 김부겸 전 총리는 누구를 시사회 관람 파트너로 선택했을까.


김부겸 전 총리는 18일 오후 2시, 영화 '길 위에 김대중' 시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용산CGV 용산 아이파크몰을 찾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같은 관람 시간대를 선택한 것이다.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올라오는 등 '동반'으로 사전환담장부터 찾았다. 이 대표는 김 전 총리와 함께 서서 취재진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백지장도 맞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모두 함께 힘을 합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열어젖혀 오신 민주주의의 길을 존경하는 김 전 총리와 함께 잘 지켜나가도록 노력하겠다"며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힘을 합쳐서 위기를 잘 헤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부겸 전 총리는 "오늘 깊은 이야기는 못하겠지만 이 대표가 고생하는 것, 당을 위해 늘 큰 폭의 행보를 해달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이 대표와 김 전 총리는 영화 상영 전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과 만나 환담을 나눴다. 사전환담에서 두 사람은 바로 옆자리에, 영화를 관람할 때는 사이에 권노갑 상임고문을 두고 앉았다.


다만 영화를 보고 나온 이 대표는 김 전 총리가 당부한 '더 큰 행보' 등의 질문엔 아무 답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전 총리는 "얼마나 어렵게 만들어진 정치적 흐름이냐.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그 동안의 역사를 더 큰 물줄기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는 '이낙연 전 대표를 포용해야 한다는 취지냐'라는 물음에는 "당연히 그렇게 봐야 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이처럼 이재명 대표와 김부겸 전 총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이 함께 오후 2시 같은 시간대에 영화를 관람하고, 이낙연 전 대표는 오후 7시에 따로 시사회에 참석함에 따라 독자 노선을 택한 '이낙연 고립론'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시간차 참석은 이 전 대표의 방송 일정에 따른 것으로, 두 사람이 이른바 '명낙 만남'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의도치 않게 각자 오후 2시와 오후 7시 시사회 시간대를 선점함에 따라 다른 사람들의 시사회 시간대 선택이 주목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김부겸 전 총리가 이재명 대표와 함께 영화를 보고 "당을 위한 더 큰 폭의 행보"를 당부하는 등 사실상 힘을 실어줌에 따라, 한때 일었던 '3총리 연대설(김부겸·이낙연·정세균)'은 사그러드는 모양새를 면치 못하게 됐다. 정세균 전 총리도 시사회 초청을 받았으나 이사장을 맡고 있는 노무현재단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김 전 총리가 '단합'을 거듭 언급함에 따라, 일각에서 제기됐던 '3총리 연대설' 동력은 이제 상실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전 총리는 연대설을 진화하듯 이에 대한 질문에는 "죄송하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김대중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권노갑 상임고문은 "이 대표가 '영화를 보며 김 전 대통령의 소중한 면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대표에게 "앞으로 그런 과정을 밟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대연합'을 정치적 유언으로 남겼을 만큼 '야권 통합'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길위에 김대중' 관람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달리 오후 7시 시사회에 참석했다. 이 전 대표는 앞서 이 대표가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단합을 강조한 것에 대해 "예전부터 혁신을 통한 단합을 말씀드렸고, 아직까지 혁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여러분도 아실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와의 만남을 조율 중이냐'는 물음에는 "현재까지 전혀 없다"며 "(이 대표 측의 연락은) 직접이건 간접이건 없었다"고 답했다.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와의 별도 회동 가능성에도 "현재로선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의 시사회 참석은 이 대표가 자신을 제외한 문재인정부 출신 전직 총리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또한 당에서 신당 추진 중단 호소 연서명 등 '전방위 압박'이 가해지는 상황 속에 이뤄졌다.


지난 14일 시작해 이날 오후 2시쯤 마감한 '신당 추진 중단 호소문' 연서명(초선 강득구·강준현·이소영 의원 주도)에는 모두 117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내용은 이 전 대표를 향해 "분열은 필패"라며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폭정을 막기 위한 민주당의 총선승리를 위해 민주당에서 함께해 달라"는 호소이다.


또 친이재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헛된 정치적 욕망으로 민주당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선후배·동지들에게 깊은 상처를 안기고 있다"며 이 전 대표를 비난했다. 특히 강득구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을 만나 "(이 전 대표가) 정계은퇴를 해야 된다"고 독설을 내뱉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과 신당을 둘러싼 압박이 거세짐에 따라 보폭 조절에 나섰다. '명낙만남'이 성사될지 불투명한 가운데 이 대표와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시사회 참석 직전 KBS 인터뷰에서 "(신당 창당) 공식화라는 것은 과정된 해석"이라고 밝혔다. 그는 "(창당과 관련해) 1월 15일은 처음 듣는 날짜이며, 이제까지 말씀드린 것은 새해 초에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겠다는 것이다. 연말까지는 민주당에게 시간을 드리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또 "그동안에 긴 침묵을 했던 것은 당이 획기적인 변화를 해 주기를 기다렸기 때문"이라며 "지금이라도 획기적으로 변화한다면 민주당과 대화하고 또 여러 가지를 함께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전제 조건으로는 현 지도부의 2선 후퇴가 수반돼야 하는 '통합비대위'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이 전 대표는 "요컨대 당내에서 통합 비대위 아이디어가 나와 있고 아직까지는 지도부에서 대답이 없다"며 "그 비대위가 민주당의 획기적 변화의 시작이 된다면 그것은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내가 여러 차례, 민주당을 획기적으로 혁신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확인된다면 언제든지 만나겠다고 얘기를 했다"며 "지금도 그 입장은 유효하다"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김 전 총리와 오는 20일 다시 회동할 계획이다. 오는 28일에는 정 전 총리와도 만나면서 이른바 '쌍총리'에게 '이낙연 신당'과 관련한 현안, 선거제 개편을 둘러싼 당내 이견 등에 대한 조언을 구할 전망이다. 이번 연쇄 회동은 총선 승리 차원에서 추진돼,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도 '단결'과 '원팀'을 내세워 이 전 대표에 대한 견제구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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