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30% 못 넘는데…순방 성과 한계
올해 사자성어 '견리망의' 되새겨야
제 식구 감싸기 말고 뼈 깎는 쇄신 필요
최근 언론들이 유난히 뜨겁게 달아올랐던 키워드가 있다. 김건희 여사다. 이른바 '명품 백' 수수 논란이 터지며 보수 논객들까지 떠들썩했다. 세간은 문제의 김 여사가 선물은 받게 된 경위에 관심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은 대통령실의 배우자에 대한 안일한 대처와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대통령실의 소극적 태도에 있다.
이른바 '명품 백' 수수 논란이 터진 날이 11월 27일이다. 이틀 후(11월 29일) 새벽엔 부산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졌잘싸'라고도 말할 수 없는 참패였다. 윤 대통령은 부산 엑스포에 대해서는 즉시 사과했지만, 김건희 여사에 대한 문제에는 입을 닫았다.
그래서 올해 식자(識者)들이 선정한 사자성어 '견리망의(過而不改)'가 가슴에 더 와 닿는다. 논어의 헌문편에 등장하는 '견리사의’(見利思義)'의 반대 뜻이다. "정치란 본래 국민을 바르게 다스려 이끈다는 뜻인데 오늘 우리나라의 정치인은 바르게 이끌기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 의를 잊었다(忘義)고 꼬집은 김병기 교수의 직언이다.
2001년부터 교수신문이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는 식자들의 눈을 통해 본 시대정신과 국정 상황을 명확하게 비춰왔다. 올해에는 '견리망의' 외에도 '적반하장(도둑놈이 도리어 매를 든다)', '남우충수(피리를 불 줄도 모르면서 함부로 악사들 틈에 끼어 인원수를 채운다)', '도탄지고(학정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어려움을 가리키는 말)', '제설분분(여러 가지 의견이 뒤섞여 혼란함)' 등이 선정됐다. 리더십 실종과 진영논리에 가득찬 정치권을 꼬집는 말일 터다.
상황이 이런데, 내각은 충언보다 네덜란드 경제 성과만 침 마르게 칭찬하고 있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쓴 소리와 책임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야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모든 사안에 정부 깎아내리기만 집중하고, 국격과 민생은 뒷전이다.
혁신 실패와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참패, 윤석열 대통령의 저조한 국정 지지도 등이 겹친 국민의힘에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이 승리해야 한다는 응답이 과반인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국민은 외교적 성과보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필요하다. 그런데 한 달에 한 번씩, 그것도 복잡한 이유까지 들어가며 외치를 칭찬할 여유는 없다.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래야 국정 운영에 힘을 받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민심이다. 민심은 멀리 있지 않다. 잘못을 인정하고 대책을 만들고, 약속을 지키는 것. 신뢰를 얻는다면 민심은 정부에게 힘을 준다.
신뢰 회복을 위해 당장 고려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특별감찰관' 임명이 언급된다. 말로만 '공정과 상식'을 부르짖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행동으로 국민께 보여줄 수 있는 카드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쯤 되면 지지율 하락의 '진짜' 이유를 대통령실만 모르는 게 아닐까. 정부가 철저한 문제의식·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적절한 인사와 대통령실 내부 시스템을 위해 팔을 걷어붙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