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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870만원 받으며 선거운동 하는 검사들…월급 주지 않는 규정 마련해야" [법조계에 물어보니 300]


입력 2023.12.22 05:04 수정 2023.12.22 05:04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제22대 총선 4개월 앞두고…'사표 수리' 불가능한 일부 현직 검사들 출마설 '솔솔'

2021년 4월 대법원 '황운하 판례'…공직자가 급여 받으며 선거운동 할 수 있는 길 열어

법조계 "출마 위해 사직원 제출한 공무원 퇴직 허용 안 된다면…월급 지급 않는 규정 마련해야"

"대법원 판결, 국가공무원법 규정 위반 비판 있어…공직선거법 명확하게 개정 필요"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제22대 총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며 일부 현직 검사들이 총선 출마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재판이나 감찰 진행으로 규정상 사표 수리가 불가능한 검사들의 출마설도 제기되면서 이들이 고액의 급여를 받으며 선거운동을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사표 수리가 안 되는데 후보자 등록 후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월급까지 받는 것은 명백한 부조리"라며 "입후보 등 사유 발생 시 직위해제 및 월급을 지급하지 않도록 제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전날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자신의 저서인 '진짜 검사' 저자와의 대화 행사를 개최했다.


'진짜 검사'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사건과 관련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아무리 털어도 티끌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범죄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무죄 가능성도 무척 높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신 연구위원이 출판기념회를 열고 사실상 출마 준비에 나선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신 연구위원은 고향인 전남 순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는 연합뉴스에 "누구한테 지지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정치활동인데, 출판사에서 북콘서트를 열어 순수하게 책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라며 "아직 출사표를 낸 건 아니다"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지난달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저서 '꽃은 무죄다' 북토크를 개최했다. 당시 행사에는 조국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 연구위원 역시 꾸준히 전북 전주을 출마설이 제기되는 인물이다.


문제는 이들이 총선에 출마하게 될 경우 공직자 사퇴 시한인 오는 2024년 1월11일 이후에도 검사직을 유지한 채 선거운동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뉴시스

현행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비위와 관련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나 내부 감사가 진행 중인 경우 퇴직을 허용하지 않는다. 실제로 신 연구위원은 이달 6일 사의를 표명했지만 법무부는 '한동훈 녹취록 오보' 사건으로 1심 재판 중인 점을 고려해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이 연구위원은 서울고검장이던 지난해 4월 '검수완박' 국면에서 일선 고검장들과 사직서를 제출했다가 반려된 후 별도의 사의 표명은 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다시 사의 표명을 하더라도 법무부 감찰과 '김학의 출국금지 외압 의혹' 2심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수리될 가능성은 작다.


검사장급인 신 연구위원은 16호봉, 고검장급인 이 연구위원은 17호봉으로 매달 기본급만 870만원 이상이다. 두 사람이 실제로 출마한다면 공무원 신분을 유지한 채 급여를 수령하며 선거운동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배경에는 2021년 4월 대법원의 이른바 '황운하 판례'가 있다. 대법원은 당시 경찰직을 유지한 채 당선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회의원 당선 무효 소송에서 "공직선거법상 기한 내에 사직원을 제출했다면 수리 여부와 관계 없이 후보자 등록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무원이 사표를 내 직무 수행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음에도 수리를 지연해 후보 등록을 할 수 없게 되면 출마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이유였다. 이 판례로 인해 공직자 등은 급여를 받으며 본업 대신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사표 수리가 안 된 상태에서 후보자로 등록하고 급여를 받는 것이 부조리하다며 제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사표 수리가 안 되는데 후보자 등록 후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월급까지 받는다니 정말 부조리하다"며 "이같은 탈법이 가능하니 입후보 등 사유 발생시 직위해제 및 월급을 지급하지 않도록 제한 규정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황 의원 사건으로 인해 국가공무원이 직무를 이행하지 않는데 고액의 월급을 챙기며 선거운동이 가능한, 최악의 폐단이라고 할 수 있는 선례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제도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를 들어 출마를 위해 사직원을 제출한 공무원이 비위 관련 형사사건으로 기소돼 퇴직 허용이 안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면, 해당 공무원이 사직원을 제출함과 동시에 월급이 지급되지 않게 하거나 추후 사직원 제출 시점부터 월급을 모두 환수하는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실제로 2년 전 대법원판결이 국가공무원법 규정에 위반된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의도적으로 수리를 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는 점을 고려해 공직선거법을 명확하게 개정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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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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