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3년간의 논의 끝에 ‘신 이민·난민 협정’에 전격 합의했다. 국제 단체 등은 사실상 난민 수용이 더 엄격해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 회원국과 의회, 집행위원회 대표는 밤샘 협상을 거쳐 20일(현지시간) 난민 협정에 합의했다. 합의문에는 이민 심사절차 간소화, 수용소 설치, 망명 신청 기각자 강제 송환 등이 담겼다.
또 난민 신청자가 몰리는 국가의 부담을 덜기 위해 신청자 일부를 다른 국가로 보내거나 난민을 거부하는 회원국에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도 담겼다. 만일 한 국가가 난민 수용을 거부할 경우 난민 신청자의 수에 따라 EU기금에 돈을 내야 한다. 1년 동안 3만 명의 난민을 이미 수용한 국가는 벌금이 면제되고, 그렇지 않은 국가는 난민 1명당 2만유로(약 3000만원)을 내야 한다.
난민의 심사 과정도 대폭 개선됐다. 난민 신청자의 신원을 입국 전 미리 등록해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였으며, 난민 신청자의 신원 확인과 생체 데이터 수집, 건강 및 보안 점검 등을 최대 7일 안에 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1년 가까이 걸리던 난민 입국심사 도 최장 12주로 대폭 줄였다.
이에 국제단체 등은 결과적으로 난민 수용이 더 엄격해졌다고 지적한다. 난민 수용을 거부한 국가가 벌금을 내야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이 제도를 거꾸로 이용하면 특정 국가는 벌금을 내고 난민 수용을 계속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국제단체 등은 난민 1인 수용당 사회적 비용을 계산하고 있는 많은 국가들이 돈을내고 난민 수용을 거부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전 심사 과정에서 난민의 인체 정보를 대거 수집해 인종별로 난민을 거부하는 ‘인종 프로파일링’이 만연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어 난민 신청의 벽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국제엠네스티, 세이브더칠드런 등 다수의 국제 단체는 “현실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잔인한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이날 결정으로 단 한 명의 생명도 구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역사적 실패며 유럽 우익 정당의 승리”라고 비판했다.
이날 합의된 협정문은 27개 회원국 모두에게 적용되며 내년 초 유럽 이사회와 유럽의회가 공식 채택하면 6월 유럽의회 선거 전까지 발효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