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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23-항공] “올해 비행기 안타본 사람?” 바빠진 하늘길… 초대형 항공사 탄생은 언제쯤


입력 2023.12.26 06:00 수정 2023.12.26 06:00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비수기 없이 바쁘게 날랐다… 팬데믹 이전 78% 수준 회복

하이브리드 항공사의 성공적 자리매김, 이스타항공 재운항

'첩첩산중'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 올해도 못했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활주로에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들. ⓒ데일리안

항공업계에 2023년은 그야말로 단비같은 해였다. 코로나19로 막혔던 하늘길이 다시 열리면서 텅 비었던 공항은 다시 사람으로 가득찼고, 영업을 하지 못해 적자 길을 걷던 LCC(저비용 항공사)들까지 차례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런가하면 3년에 접어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은 올해 마무리 될 것이라는 다짐이 무색하게 또 한번 해를 넘기게 됐다.


▲일년 내내 성수기… 억눌린 여행 수요 '폭발'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뉴시스

올해 항공업계를 아우르는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회복'이다. 3년간 꾹 참았던 여객수요가 폭발하면서 빠르게 회복이 이뤄진 해였다. 코로나19로 3년간 고요했던 하늘길에는 올해 여객을 태운 비행기가 쉴새없이 오고갔고, 텅 빈 공항도 기대에 부푼 여행객으로 채워졌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1~11월 총 여객수는 5050만7311명으로,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7117만명)의 78% 수준까지 회복됐다. 12월 여객수를 포함한 연간 여객수는 지난해 대비 213% 증가한 5600여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객 수요가 기대보다 오래 지속되면서 올해는 전통적인 비수기 마저도 비켜갔다. 항공업계는 통상 1·3분기를 성수기로, 2·4분기를 비수기로 분류하지만 올해는 2분기에도 여객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덕분에 코로나19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항공업계의 실적 회복도 빠르게 이뤄졌다. 특히 올해는 LCC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펜데믹 기간 화물기로 실적을 방어했던 대형 항공사들과 달리 LCC업계는 3년간 적자를 감수하며 하늘만 바라봤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국내 LCC들은 올해 나란히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여객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팬데믹 이후 국제선 노선이 열리는 시기가 국가별로 각각 달랐던 만큼, 국제선의 여객 회복은 국내선보다 더뎠다. 한국공항공사는 내년 여객수 9000만명 돌파를 목표로 두고 있다.


▲ 업계 재편… 에어프레미아 자리잡고, 이스타항공 다시 날았다
조중석(오른쪽) 이스타항공 대표이사가 지난 3월 26일 김포공항 국내선 탑승동 게이트에서 이스타항공 승객들에게 감사 인사와 함께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뉴시스

3년간 멈춰섰던 건 비단 항공기 뿐만이 아니다. 업계 내 새로운 주자가 등장했지만 비행기가 뜨지 못하면서 새로 진입한 항공사도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낼 수 없었다. 바로 2021년 등장한 하이브리드 항공사 에어프레미아다.


코로나 시국 등장해 좀처럼 주목받지 못했던 에어프레미아는 하늘길이 열린 올해 비로소 어엿한 항공 업체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가격은 저렴하게, 서비스는 프리미엄 수준으로 LCC와 대형 항공사 사이를 파고든 에어프레미아의 사업모델이 올해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이다. 그간 대형항공사의 영역이었던 미주, 유럽 노선도 성공적으로 취항했다.


여객수요가 늘면서 올 3분기에는 창사 이래 첫 분기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에어프레미아는 올해 3분기 매출 1296억 원, 영업이익 217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3분기까지 에어프레미아가 수송한 여객수는 총 47만9492명으로, 평균 탑승률은 86.3%이다.


그런가하면 폐업 위기에 내몰렸던 이스타항공의 눈부신 재도약이 이뤄지기도 했다.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품에 안기면서 올 3월 기업회생 절차를 졸업하고 재운항에 성공한 이스타항공은 폭발적인 여객수요에 힘입어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냈다.


지난 9일 기준으로는 누적 상업 운항 편수 1만편을 돌파하기도 했다. 올 3월 26일 운항을 재개한 지 259일 만의 기록이다. 이 기간 이스타항공이 공급한 좌석수는 총 189만석이며, 탑승객 수는 약 178만명에 달한다. 평균 탑승률은 94%다.


재운항과 함께 내걸었던 연간 목표도 차근차근 달성했다. 3월 운항 재개 시점만 하더라도 항공기가 3대에 불과했지만, 이스타항공은 8개월 만에 무려 7대의 항공기를 추가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하반기 부터 국제선을 운항하겠다는 약속도 무리없이 지켜졌다. 지난 9월 김포~송산 노선을 시작으로 현재는 일본 후쿠오카, 오사카, 나리타, 베트남 나트랑, 다낭 등 까지 확대했다.


▲ 6년만에 中 단체관광 열렸는데… 노선 회복 '뜨뜻미지근'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지난 8월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폭발적인 여객 수요로 항공업계가 단비를 맞은 해였지만, 동시에 예상 밖의 변수가 등장하기도 했다. 2016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를 계기로 중단된 중국인의 한국 단체 관광이 6년만에 재개됐지만, 중국인 관광객은 좀처럼 늘고 있지 않아서다.


업계에서는 중국인 단체관광 재개로 사드 보복 이전 수준의 업황 회복을 기대했었다. 특히 중국 노선의 경우 한국인 관광객보다 중국인들의 단체관광이 주를 이뤘던 만큼, 올 초 일본 관광이 재개됐을 때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완연한 회복이 이뤄지기 위해선 중국인 단체관광이 재개돼야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국가간 빗장이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노선은 기대와 달리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추세다. 이에 중국 노선 회복을 기대하며 재빠르게 노선을 확대했던 항공사들도 예상보다 회복세가 더디자 점차 관망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지난달 기준 대한항공이 운항하고 있는 중국 노선은 총 20개, 아시아나항공의 중국 노선은 16개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코로나19 이전 운항하던 목단강, 제남, 허페이 등 소도시들은 아직까지 노선이 열릴 기미가 없다.


단체 관광 재개에도 중국 노선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원인으로는 중국의 경기침체와 여행 트렌드 변화가 꼽힌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중국인들의 소비 형태가 바뀐데다, 과거 단체 관광 위주로 이뤄졌던 여행 패턴도 개인 관광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어서다.


▲ 올해도 결국… 길어지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시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기 ⓒ뉴시스

올 초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마무리를 경영 목표로 내걸었다. 3년 전 인수를 선언한 후 지난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승인을 받아낸 만큼, 올해는 EU·미국·일본 등 주요국에서 승인을 모두 따내고 합병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초대형 항공사의 탄생이 눈앞으로 다가온 듯 했다.


하지만 필수신고국가의 벽은 예상보다 높았다. 지난해 말 필수신고국가인 중국으로부터 승인을 따내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지만, 올 3월 영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에 7개 슬롯을 내준 이후부터는 속도가 급격히 느려졌다. 올 상반기면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미국은 돌연 심사기한을 연장했다.


3년간 진행해온 인수작업이 물거품이 될 뻔한 사상 초유의 위기도 겪었다. 필수 신고국중 하나인 EU에서 여객 및 화물 노선의 독과점을 문제삼으면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를 매각하지 않으면 합병이 좌초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에 합병 성공에 대한 보장이 없는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졌고, 합병에 대한 적절성 논란 역시 들끓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부 매각을 승인하면서 위기는 넘겼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내년 2월 14일까지 심사를 결론 짓기로 한 EU에서 승인을 해 줄지 여전히 모르는 상황인데다, EU로부터 승인을 따낸다 해도 내년 미국과 일본의 심사에서도 까다로운 조건이 따라붙을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결국 초대형 항공사를 위한 합병 시계는 또 한번 해를 넘기게 됐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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