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韓 경제 ‘상저하중’…秋 바통 넘겼다
여전한 3%대 고물가 상황, 서민 부담 지속
‘2기 경제팀’ 과제 수두룩, 민생경제 회복 총력
추경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끈 윤석열 정부 1기 경제팀은 수출 감소와 고물가, 내수 부진이란 3대 숙제를 남겨두고 바통을 넘겼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문제를 겪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16위 중견 건설사 태영건설이 지난 28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하면서 문제를 더했다.
우선 정부가 기대했던 수준의 강한 경기 반등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올 3분기 반도체 업황 개선을 중심으로 제조업 경기 불씨가 다시 타올랐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가 상반기 저점을 찍고 하반기 회복할 것이라는 ‘상저하고’를 외쳐왔지만, 미약한 흐름을 보였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상황 등 대내외 여건이 어려웠던 상황임에도 1기 경제팀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특별히 잘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세계적인 물가상승 압력에서 한국은 자유롭지 않았던 한 해였다. 추 부총리는 작년 5월 취임사에서 “물가안정 등 민생 안정을 최우선으로 챙겨 거시경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고 외쳤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물가상승률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인 5.1%를 기록해 서민 살림살이에 큰 부담을 안겨줬다.
또 기준금리는 1년 내내 동결됐고,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가계·기업부채 부실 우려가 커졌다. 정부는 지난 7월까지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2%대에 근접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달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2% 올라 전월(3.3%)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여전히 5개월 연속 3%대 오름세를 이어간 것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민 부담을 이유로 동결한 전기·가스 요금과 한국전력공사 적자나 한국가스공사 미수금 문제가 여전해 (물가상승률) 인상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직접적으로 나서 일시적으로 물가를 잡기보다 명확하게 인상을 통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말이 갈수록 수출은 가까스로 반등했다. 앞서 10월 수출이 1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데 이어 지난달 수출도 두 달째 ‘플러스’를 이어갔다. 작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15개월간 이어진 무역적자는 6월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대외 요인 탓이 컸고, 외환위기 직전인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 이후 최장기 기록을 세웠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 세계가 어려웠던 상황에서 수출이 다시 플러스로 전환한 것은 기저효과 때문이라 전반적인 회복세라고 보긴 어렵다”며 “앞으로도 대중 수출 부진, 반도체 불황 등 불투명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적극적 대안을 2기 경제팀에서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빠르게 개선되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경제성장률도 나빠졌다. 1기 경제팀과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1.4%다. 한국이 1%대 이하 성장률을 기록한 해는 심각한 흉작을 겪은 1956년(0.6%), 2차 오일쇼크 영향을 받은 1980년(-1.6%),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0.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0.7%)까지 다섯 차례뿐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초에 예상했던 경기 반등 강도가 약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이며 ‘상저하고’보단 ‘상저하중’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며 “이같은 흐름이 이어지면서 수출과 반도체·제조업 등이 나아지면 성장률 자체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건전재정’을 외쳐온 1기 경제팀 모습은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모든 사업 항목을 웜점에서 재검토했고,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주문하며 각 부처가 이미 제출한 예산 요구안을 돌려보냈다. 이번 국회 심사 과정에서도 ‘감액 속 증액’ 원칙을 앞세워 협상에 나섰다. 이에 내년 예산은 총 696조9000억 규모로 마련했다. 올해보다 2.8%(18조2000억원) 늘어난 규모로 편성한 것이며 2005년 재정통계 정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편, 앞으로 2기 경제팀은 민생경제 회복, 잠재 리스크 관리, 역동경제 구현,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강화 등 4가지 중점과제를 꼽았다. 추 전 부총리에게 바통을 받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9일 첫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어느 때보다도 강한 ‘경제원팀’이 되자”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가안정, 소상공인 등 취약부문 지원, 내수·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통해 민생경제 회복에 총력을 다하겠다”며 “부동산 PF, 가계부채, 공급망 등 잠재 위험 요인을 철저히 관리하고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