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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사실상 '고려연방제' 폐기 선언?…트럼프 집권시 '통미봉남' 노리나


입력 2024.01.03 03:30 수정 2024.01.03 03:30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김정은 "남북, 더이상 동족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2024년 신년경축대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에 대해 "적대적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화 됐다"고 말했다. 북한이 그간 공식적으로 내세워 온 통일 방안인 '고려연방제'가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나아가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핵 용인'까지 노려보겠다는 계산이 깔린 행동이라는 해석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날 인민군 대연합부대장 등 주요 지휘관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적들이) 반(反)공화국 군사적 대결을 선택한다면 순간의 주저도 없이 초강력적인 모든 수단과 잠재력을 총동원해 섬멸적 타격을 가하고 철저히 괴멸시켜야 한다. 적들의 그 어떤 형태의 도발도 가차 없이 짓부셔 버려야 한다"며 대남 공세수위를 높였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에도 "우리가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 때문에 미국의 식민지 졸개에 불과한 괴이한 족속들과 통일 문제를 논한다는 것이 우리의 국격과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북남(남북) 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대한 쌍방 무력이 대치하고 있는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 그 어떤 사소한 우발적 요인에 의해서도 물리적 격돌이 발생하고 그것이 확전될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현재 조선반도(한반도)에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가 병존하고 있는데 대하여서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단순히 대남 공세 수위를 높이는 차원을 넘어 대남관계의 기조를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협상에 의한 통일론을 청산하고 무력통일 노선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라는 것이다. 그간 북한은 1980년 김일성이 제의한 '고려민주연방제통일방안' 기조를 유지해왔다. '고려연방제'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에 기초한 조국통일 노선'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2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우리의 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이나 '고려민주연방제통일방안'이나 어찌보면 단계적인 통일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토대는 같은 민족이라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를 지금 '동족이 아니다'라고 표현했으니 기존 통일 기조가 없어지거나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에는 향후 예정된 미국 대선에 대한 고려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진위 여부는 판명나지 않았지만 최근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가 '북핵 용인'을 검토했다는 보도도 나온 상황이다. 이것이 현실화 될 경우 한국이 가장 우려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이를 고려한 움직임일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통미봉남은 말 그대로 북핵문제 등과 관련해서 북한이 미국과는 소통하고 남한과의 대화는 봉쇄한다는 의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49개국에서 선거가 있는데 그런 선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움직이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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