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정비사업 곳곳 ‘삐걱’…서울시 ‘공사비 검증 강화’ 효과 거둘까


입력 2024.01.05 05:01 수정 2024.01.05 05:01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공사비 분쟁 급증…SH공사, 공사비 검증 업무 본격화

갈등 원인 제각각, 강제력 없어 사업만 지연 ‘볼멘소리’

“갈등 중재 힘들어…공사비 증액 요건 명확히 해야”

서울 은평구 재개발 최대어인 대조1구역 공사가 새해 들어 전면 중단됐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은평구 재개발 최대어인 대조1구역 공사가 새해 들어 전면 중단됐다. 공사비를 제때 받지 못한 현대건설이 공정을 멈추고 유치권 행사에 돌입하면서다.


정비사업 현장 곳곳이 공사비 문제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올해부터 본격화하는 서울시의 공사비 검증 의무가 사업 지연을 막고 갈등을 최소화할 키(Key)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올해부터 공사비 검증 업무를 맡는다. 시는 그간 한국부동산원이 도맡아온 공사비 검증 업무를 SH공사가 하도록 제도를 보완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서는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토지등소유자(정비구역 내 건축물·토지 소유자) 또는 조합원 5분의 1 이상이 검증을 요청하면 공사비의 증액 비율이 일정 수치 이상인 경우 등에 한해 조합이 공사비 검증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


SH공사는 지난해 9월 공사비 검증부 TF를 신설하고 올 상반기 중 관련 업무에 본격 착수할 수 있도록 검증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 정비사업 시행자가 요청하면 SH공사는 시공자와 계약 체결 이전 적정 공사원가가 산정될 수 있도록 사전에 조언한다. 계약 체결 이후 공사비가 늘어나면 증액 내용을 검토해 갈등 소지를 줄인단 방침이다.


시는 지난해 시공사 선정 시기를 앞당긴 만큼 ‘시공사 선정 기준’도 개정했다. 깜깜이 공사비 증액을 차단하기 위해 공사비 검증도 의무화한다. 공사비 갈등이 불거지면 서울시의 자문기구를 통해 갈등을 중재하고, 현장에 코디네이터를 파견하는 방식으로 사업 지연 등 부작용을 최소화한단 계획이다.


현재 재개발·재건축 현장 곳곳은 공사비 문제를 둘러싸고 삐걱거리고 있다. 서울에선 대조1구역 외에도 송파구 잠실진주 재건축이 대표적이다. 이곳 조합은 최근 3.3㎡당 공사비를 660만원에서 889만원으로 인상하는 안건을 놓고 임시총회를 열었으나, 조합원 과반 이상 반대로 부결됐다.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문화재 발굴, 공사원가 급등, 설계 변경 등으로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만큼 합의가 지연되면 이곳 역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선 서울시에서 공사비 검증 제도를 강화하더라도 갈등을 봉합하고 사업을 정상 궤도에 안착시키진 힘들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 공사비 검증 제도가 마련되고 사업장마다 검증 요청은 늘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관련 제도가 시행된 2019년 2건에 그치던 공사비 검증 요청 사례는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으로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30건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 같은 공사비 검증 제도는 권고사항에 그칠 뿐 강제력이 없어 실질적으로 갈등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직접 공사비 외 간접 공사비 증액분은 검증 대상에서 제외되는 데다 검증 기간도 통상 6개월 이상 소요되는 탓에 사업만 늦춘단 지적이 제기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자잿값 급등부터 조합 내분, 시공사와의 갈등 등 공사비를 놓고 사업이 부침을 겪는 원인은 사업장마다 제각각”이라며 “공사비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가 개입해 갈등을 중재하긴 사실상 힘들다. 적정 수준 공사비를 받지 못하면 시공사는 사업을 멈출 수밖에 없고, 조합의 부담은 그만큼 가중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원에 SH공사까지 검증 기관이 추가되더라도 달라지는 점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검증 결과를 100% 신뢰하기도 어려운 만큼 공사비 검증 제도를 강화, 의무화하기보다 사업 초기 공사비 증액 요건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