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권한쟁의 청구 등 지연 전략
국민의힘 공천 따른 이탈표 노리는 듯
토론회서 "尹 탄핵 절차 논의할 시점"
與 "노골적인 선거 공작" "꼼수" 공세
여야가 윤석열 대통령의 '쌍특검법'(김건희 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재표결 시점'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오는 9일 본회의에서 즉시 재표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 방안을 검토 중인 만큼 9일 재표결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맞섰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가 구상하는 쌍특검법 재표결 시점은 각각 '9일'(국민의힘), '2월 설 연휴 이후'(민주당)다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표결을 늦춘다는 건 정치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법안이 국회로 오면 당연히 본회의가 처음 있는 날 표결하는 게 원칙으로, 그 원칙을 갖고 당당히 표결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쌍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관련,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 중이다. 대통령 본인과 가족이 연관된 특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재표결보다 권한쟁의심판으로 가느냐'라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여지를 남겨뒀다.
민주당은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 중인데다 쌍특검법 재표결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MBC라디오에서 "설날 연휴가 끝난 직후에 본회의 개원식을 하고 대정부질문 등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쌍특검법 재표결 시기를 최대한 늦춰 총선 여론전에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특히 여당 공천 탈락자가 발생할 수 있는 시기에 재표결을 진행, 여권 진영의 이탈표를 노리는 전략으로도 분석하고 있다.
헌법 53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재적 의원(298명)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199명)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범야권 의석을 모두 합쳐도 약 180석 정도로, 20표 가량이 모자라다.
윤 원내대표는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빌미로 재표결을 미루다가 공천 시기에 재표결 날짜를 잡으면 여권의 이탈표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검은 속셈"이라며 "이는 쌍특검법을 계속 총선 중심 이슈로 삼아 총선이 임박할 때까지 계속 활용하겠다는 노골적인 선거공작"이라고 비판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정치적 혼란을 멈추고 거대 야당의 횡포를 막기 위해 반드시 9일 본회의에서 재표결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이는 오로지 재표결을 지연시키기 위한 수가 뻔히 보이는 꼼수일 뿐"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이러한 시각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추진'까지 거론하면서 대통령과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민주당 싱크탱크가 주관한 '김건희 방탄 거부권,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쌍특검 거부와 관련해 법적 조치와 정치적 행동도 반드시 해야 한다"면서 "탄핵을 하려면 절차가 필요할텐데 그에 대한 논의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친명계 원외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논평을 통해 "헌정질서를 회복하기 위해서 대통령 탄핵 절차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길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