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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 미만 중대재해법’ 유예 무산…외식업계 “속앓이에 전전긍긍”


입력 2024.01.12 07:05 수정 2024.03.15 08:35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27일부터 50인 미만 기업에도 유예 없이 확대

업계 “하루 아침에 범법자 될 수 있어”

경제 6단체 “민생 외면한 처사” 강력 비판

서울시내의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음식을 정리하고 있다.ⓒ뉴시스

연초부터 외식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 시기를 2년 더 늦추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 하면서다. 모호한 법 내용과 과도한 처벌에 대한 우려가 한가득인 상황에서, 관계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앓이에 전전긍긍 하고 있는 모양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개정안이 상정되지 못했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적용을 유예하고 지원대책 등을 담은 안을 내놨지만 야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021년 1월 제정된 중처법은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50인 이상 사업장은 2022년 1월27일부터 시행됐고, 50인 미만은 이달 2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외식업계애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중대재해는 크게 근로자 인명피해를 다루는 ‘중대산업재해’와 사업시설 관련 문제에 따른 불특정 시민의 피해를 다루는 ‘중대시민재해’로 나뉜다. 외식은 중대시민재해에 속해 적용을 받는다.


업계 관계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관련 법에 따르면 식당에서 식중독 등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는 ‘중대시민재해’로 인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한식·중식 등 다양한 음식점, 구내식당 및 제과점, 피자, 햄버거 판매점인 간이음식점 등이 모두 포함된다.


특히 중대시민재해는 해석이 모호해 불안감이 더하다. 현장에서는 고위험산업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지키기 어려운 법이라며 보완 요구의 목소리가 높다. 법안을 참고할 만한 ‘표준’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이 법안에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결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중대시민재해는 근로자 수와 상관없이 사업자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외식 업체들은 “각종 대책을 마련해놔도 사고가 나면 결국 처벌받지 않겠느냐”고 걱정하고 있다.


외식업계서는 위생 안전에 대한 중요성은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법안 내 일부 독소조항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음식의 경우 갖은 노력을 해도 늘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데다, 결과만 따져 음식점주들을 범법자로 모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사업장에서 당연히 다치는 사람들이 없어야 한다는 원칙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외식 업종에 적용될 경우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의 부담이 매우 커질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외식 업종은 전기, 가스 등 예상할 수 없는 위험부터 불과 칼을 많이 쓰기 때문에 그로 인한 사고 가능성이 다른 업종 대비 월등히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은 긍정적이지만, 이것이 바로 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사업을 더욱 위축 시킬 것”이라며 “실제 도입될 시 안전 관리를 위한 장비나 인원 채용 등이 더욱 확대될 수 밖에 없어 비용에 대한 부담도 매우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식당 모습.ⓒ뉴시스

법조계에서는 식중독 등 사고 발생 시 소비자의 보관상 과실의 경우에도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점주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산업현장의 근로자 사망사고 등을 가리키는 중대산업재해보다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특히나 산업안전보건법상 처벌대상과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대상이 다를 경우 이중처벌을 받을 수도 있어 더욱 문제라는 반응이다. 모호한 법 내용과 과도한 처벌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한 순간에 ‘범법자’가 될 수 있음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외식업계에서는 사업주가 구속 또는 처벌되면 경영 공백으로 폐업에 몰리는 외식 업체들이 적잖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가맹 사업을 바탕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가 구속이 된다면 한 순간에 가맹점 식구들까지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6단체는 지난 9일 입장문을 내고 “유예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에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소규모 사업장의 절박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27일 법 시행 전까지 법안을 통과시켜주기를 다시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이날 관계 부처 합동으로 낸 입장문에서 “정부와 경제단체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적극적 논의를 하지 않는 것은 영세 중소기업의 현실적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법 전면 시행 전까지 적극적인 개정안 논의와 신속한 입법 처리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반면 노동계는 추가 유예 없이 법을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그동안 정부와 경제 단체 등이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유예를 주장한 것은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을 죽음의 위험에 방치한 채 사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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