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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vs 90%' 금융그룹 퀀텀점프 키워드는 '非은행'


입력 2024.01.15 06:00 수정 2024.01.15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은행 순익 의존도 격차 대조적

사업 다양할수록 호실적 뚜렷

자회사 성장 경쟁 치열해질듯

실적 개선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4대 금융그룹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돈 가운데 4분의 3가량은 은행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선두권인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은행의 순이익 비중을 60%대까지 낮춘 반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90% 이상을 의존하며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은행 이외의 사업 부문이 퀀텀점프의 키워드가 되고 있는 만큼 비(非)은행 자회사들을 키우기 위한 금융그룹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이 거둬들인 총 당기순이익 13조7293억원 중 은행 계열사의 몫은 10조4621억원으로 76.2%를 차지했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같은 기간 KB금융은 4조3704억원의 당기순이익 가운데 65.3%인 2조8554억원을 은행이 차지했다. 신한금융 역시 당기순이익 3조8183억 중 은행의 비중이 66.4%(2조5342억원)로 60% 중반을 기록했다.


반면 하나금융은 당기순이익 3조87억원 가운데 무려 92.2%인 2조7745억원을 은행이 벌어들였다. 우리금융도 당기순이익 2조5319억원 중 은행이 차지한 비율이 90.8%(2조5319억원)로 90%를 웃돌았다.


4대 금융그룹 당기순이익 중 은행 비중.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결과만 놓고 보면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금융그룹일수록 더 많은 이익을 거둔 셈이다. 모두에게 은행이 핵심 계열사이긴 하지만, 그 뒤로는 다른 식구들의 역할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올린 KB금융은 KB증권과 KB국민카드, KB손해보험 등 각자의 업계에서 상위권에 위치한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비교적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던 생명보험 부문도 2020년 인수한 푸르덴셜생명을 합병, 올해 KB라이프생명을 통합 법인으로 출범시키면서 단숨에 생보업계 중상위권으로 올라섰다.


신한금융 역시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카드, 신한라이프생명 등이 각 업권에서 수위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2019년 신한금융이 사들였던 오렌지라이프생명과 옛 신한생명이 한 몸이 돼 2021년 재탄생한 신한라이프는 해당 합병을 통해 생보업계 빅3를 위협하는 존재로 급부상했다.


이에 비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비은행 역량은 다소 떨어져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나금융에서는 하나증권 정도만 금융투자시장에서 상위권 업체로 꼽힌다. 하나카드와 하나생명, 하나손해보험 등은 아직 각 업계에서 중·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금융에서 의미 있는 실적을 내고 있는 비은행 계열사는 우리카드 정도로, 증권과 생·손보 자회사는 아직 확보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금융그룹들이 초격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은행이 아닌 사업 부문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우량한 비은행 계열사를 육성하기 위한 금융그룹들의 셈법은 날이 갈수록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비은행 계열사의 중요성이 부각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은행에서의 이자 마진만으로는 새로운 성장 발판을 찾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금융그룹들도 전당포식 영업에서 벗어나 선진국형으로 이익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되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사실상 은행 중심으로 성장하며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유지해 왔다"며 "한 회사의 입장에서는 물론, 금융권 전반의 다양성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비은행 부문의 성장이 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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