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銀 이자율 올해 최고 1%P↓
연체 더욱 늘며 2조5000억 육박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에게 대출을 내주며 매긴 금리가 올해 들어서만 최고 1%포인트(p) 가까이 내리며 5%대 아래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관련 대출에서 불거진 연체는 한 해 동안에만 5000억원 넘게 더 불어나면서 2조5000억원에 육박한 실정이다.
장기간 이어져 온 고금리가 비로소 꺾이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대출자들은 이자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상당 기간 해소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직전 석 달 동안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이 신규 취급한 중소기업 운전자금 대출 금리는 평균 4.93%로 지난해 말보다 0.70%p 낮아졌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이자율이 4.82%로 같은 기간 대비 0.98%p나 하락했다. 하나은행 역시 4.86%로, 우리은행은 4.99%로 각각 0.47%p와 0.69%p씩 해당 수치가 낮아졌다. 신한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도 5.05%로 0.65%p 떨어졌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출에서 불거지고 있는 연체는 여전히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는 현실이다. 이자 부담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에도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해 3분기 말 기준 조사 대상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는 총 2조42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0%(5614억원) 늘었다. 하나은행은 7300억원으로, 국민은행은 601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4.8%와 42.3%씩 관련 금액이 증가했다. 신한은행 역시 5577억원으로, 우리은행도 5405억원으로 각각 21.1%와 21.9%씩 중소기업 대출 연체가 늘었다.
이처럼 대출의 질이 나빠지는 건 생각보다 길었던 고금리 충격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를 유지해 왔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기준금리가 마침내 하락으로 돌아서면서 향후 대출 이자 부담이 계속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한은은 지난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25%로 0.25%p 내렸다. 이로써 2021년 8월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는 3년 2개월 만에 비로소 종지부를 찍었다. 금융권에서는 내년까지 한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 대출을 둘러싼 리스크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로 수 년 간 빚으로 버텨 온 이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3~4년 전 저금리 시기에 대출을 일으켰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고금리 시기를 버티지 못하고 연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라며 "이자율이 어느 정도 낮아지더라도 기존 대출 보유량이 과도했던 차주들로서는 상환 여력에 한계를 느끼는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