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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 대출 연체 '신용 대란' 후 20년 만에 3조 넘었다


입력 2024.01.16 06:00 수정 2024.01.16 10:16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고금리 충격에 허덕이는 서민들

부동산 PF 부실 우려까지 '엄습'

빚 부담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캐피탈사 대출에서 불거진 연체가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백만명의 신용불량자를 낳으며 우리 금융시장에 상처를 남겼던 이른바 신용 대란 이후 거의 20년 만의 일이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고금리 기조로 빚을 갚기 어려워하는 서민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둘러싼 부실 우려까지 엄습하면서 캐피탈업계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할부·리스사 등 51개 캐피탈사에서 발생한 대출 연체 잔액은 총 3조998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4.1% 늘었다.


캐피탈사별로 보면 KB캐피탈이 떠안고 있는 연체가 3684억원으로 최대였다. 메리츠캐피탈과 현대캐피탈의 해당 금액도 각각 3432억원과 3195억원으로 3000억원 대를 나타내며 규모가 큰 편이었다.


이밖에 ▲OK캐피탈(2990억원) ▲우리금융캐피탈(2023억원) ▲하나캐피탈(1585억원) ▲BNK캐피탈(1515억원) ▲롯데캐피탈(1309억원) ▲한국투자캐피탈(1234억원) ▲JB우리캐피탈(1120억원) 등이 연체액 상위 10개 캐피탈사에 이름을 올렸다.


대출 연체 규모 상위 10개 캐피탈사.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캐피탈업계의 대출 연체가 마지막으로 3조원 이상을 기록했던 건 2003년 말(3조3469억원)이었다. 당시는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으로 300만명에 달하는 신용불량자가 나왔던 신용 대란의 최전선에 있었던 시기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출전용카드를 대거 발급해 왔던 캐피탈사들 역시 카드업계로부터 시작된 후폭풍을 피할 수 없었다.


몸집이 불어나는 연체의 배경에는 치솟은 금리의 충격파가 자리하고 있다. 고금리가 지속되며 이자 부담이 쌓이자, 빚을 갚기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특히 캐피탈 대출에서의 연체가 확대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서민 경제가 어렵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캐피탈사에서 돈을 빌리는 개인 고객들의 경우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취약 차주가 많아서다.


여기에 더해 캐피탈사 입장에서는 부동산 PF 대출도 큰 위험 요인이다. 부동산 PF는 건물을 지을 때 시행사가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금융 기법이다. 그런데 최근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PF 대출 리스크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캐피탈업계가 부동산 PF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규제를 받아 왔다는 점은 더욱 걱정거리다. 그 만큼 부실에 따른 위험이 클 수 있어서다. 캐피탈사도 부동산 PF 대출이 여신성 자산의 30%를 넘기면 안 된다는 제한이 있지만,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자기자본 20% 룰이나 100억원 대출 제한 등의 규제는 받지 않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사태로 부동산 PF를 둘러싼 부실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중·저신용자 고객이 많은 캐피탈사는 여신 리스크 관리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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