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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속 짧은 설 연휴” 외식업계, 닫힌 지갑에 속앓이


입력 2024.01.18 06:49 수정 2024.01.18 06:49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경기침체‧고물가 영향 지속

자영업자, 설 연휴 매출 하락 걱정

정부, 설 성수품 물량 1.6배 공급

서울 시내 대형마트 모습.ⓒ뉴시스

설 연휴를 한 달 앞두고 있지만 외식업계엔 기대감 보다 불안감이 더 큰 상황이다. 경기침체와 고물가 영향으로 시민들의 지갑 사정이 지난해 보다 팍팍해졌고, 짧은 설 연휴기간으로 인해 차례상 마저 간소하게 치르려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어서다.


성수품 가격도 치솟았다. 과일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수입 과일 할당관세 지원을 지속하고 있으나, 여전히 수입 과일 물가의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설 연휴 이후에도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외식업 종사자들의 근심은 한층 더 깊어졌다.


18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지역 자장면 1인분의 평균 가격은 7069원으로 1년 전(6569원)보다 7.6%(500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3.2%)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다른 메뉴들도 일제히 오름세를 기록했다. 2022년 12월 3100원이었던 김밥이 1년 새 3323원으로 7.2% 올랐고, 1만577원이었던 냉면은 1만1308원으로 6.9% 인상됐다. 이 밖에 비빔밥이 6.6% 오른 1만577원으로 오르는 등 1만원으로 식사 한 끼를 해결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먹거리 지출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생활 전반의 물가가 상승하면서 가성비 있는 한 끼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자구책을 실현 중이다. 집에서 밥 먹는 횟수를 늘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냉동 치킨·피자를 선택하는게 대표적인 예다.


서울의 한 직장인 A씨는(30대) “마트에서 계산을 할 때마다 깜짝 깜짝 놀란다. 몇 개 담은 것도 없는데 10만원은 그냥 나간다”며 “최근에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여러번 소분해 먹을 수 있는 냉동식품을 구입해 돌아오거나, 편의점 도시락을 즐겨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정육코너에 진열된 삼겹살과 삼겹살 품질관리 메뉴얼 모습.ⓒ뉴시스

외식업계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설 연휴에는 부모님 용돈, 쇼핑, 명절비, 휴가비 등 지출이 많아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외식비 절감에 힘을 쏟기 때문이다. 음식 배달을 줄인 것은 물론, 대형마트 등에서 장을 볼 때 전보다 더욱 신중하게 구매 품목을 결정한다.


국내 프랜차이즈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특히 패밀리레스토랑은 배달과 함께 1인 가구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피자, 치킨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배달 수요가 적은 데다, 업종 특성상 집객이 안 되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걱정이 많다.


그중에서도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가장 깊다. 지속된 경제 침체에 임대료, 공과금 등으로 자영업자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매출을 만회하기 위한 자영업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둘러싼 대내외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도심이나 오피스 상권의 경우 명절이나 황금연휴 기간에는 매출이 빠지는 시기”라며 “명절 기간 동안 소비가 급증하기 때문에 한 동안 소비를 최소화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져 이런 부정적 여파가 있을 것 같아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마음 놓고 쉴 수도 없는 상황인데, 인건비도 이 기간에는 1.5배 이상 제공해야 섭외가 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며 “온 가족이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되는 시기지만, 자영업자들의 경우 가족들의 지원을 받아 매장을 돌려야 하는 안타까운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물가 상승에 신음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는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6일 ‘설 성수품 수급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배추, 무, 사과, 배, 소고기 등 10대 성수품 가격이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도록 물량을 1.6배로 늘려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연초 가격 조정이 많은 식품·외식 물가를 점검하며 식품·외식업체의 원가부담을 줄이는 대책도 함께 추진키로 했다. 외식업체에 운영·시설 자금을 2~3% 저리로 대출해주는 외식업체육성자금 예산은 300억원 수준으로 전년보다 2배로 확대해 내달 1일부터 신청을 받는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겨울철 농축산물 가격을 중점 점검하고, 가격안정 조치들의 추진 상황을 논의했다”며 “특히 정부는 2월부터 밀가루 가격 안정을 위해 제분업체들의 밀 수입 비용에 융자금을 4500억원 규모로 지원하고, 양식어가의 전기요금 인상분도 가구당 최대 44만원까지 새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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