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남중국해서 '회색지대 작전'
저강도 도발로 안보 목표 달성 꾀해
서해에서 유사 상황 발생할 수도
남중국해를 배경으로 중국과 필리핀 사이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이 양국 갈등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남중국해 일대에서 '회색지대 작전'으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중국이 우리 해역에서도 유사한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조원득 국립외교원 인도태평양연구부 교수는 최근 발표한 '남중국해 정세와 필리핀의 안보전략 변화에 대한 분석과 함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최근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 간 긴장 관계가 심상찮게 전개되고 있다"며 "미국 포함 인태 협력국과 중국 간 대결 구도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초 스프래틀리 제도(Spratly Islands)의 세컨드 토마스 숄(Second Thomas Shoal) 인근에선 필리핀 민간 보급선과 중국 해안 경비함이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중국 인민해방군으로 간주되는 '해상 민병대'가 "남중국해 분쟁 수역에서 전통적 군사 충돌 유발 없이 중국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강압적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규군이 아닌 민병대 등을 활용한 회색지대 작전을 통해 전쟁에 이르지 않는 저강도 도발을 지속하며 영유권 확보라는 안보 목표 달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조 교수는 "남중국해를 포함한 인태지역에서 급증하는 중국의 회색지대 활동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통해 향후 서해에서 증가가 우려되는 해양 안전에 대한 위협과 불법 조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중국해에서 발생하고 있는 중국의 '현상변경 시도'가 서해상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중국의 회색지대 활동에 대비한 해군 함정·해경 경비함 증강 등 선제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선 넘는 행동'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우리 군은 비례적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소위 작전구역으로 중국 군함이 들어오면, 들어온 만큼 똑같은 거리를, 때론 더 깊이 들어가서 비례대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해뿐만 아니라 동해에 대한 중국의 군사력 투사 사례도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는 평가다.
조 교수는 "지난 10여 년 동안의 사례로 비추어 볼 때 중국과 러시아 등이 연합 공중훈련뿐만 아니라 해상훈련도 실시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의 회색지대 활동은 공중에서도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항공기의 사전 통보 없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 횟수는 133회에 달했다. 지난 5년간 평균 60여 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신 장관은 "지금까지 함정은 비례대응을 해왔는데 항공기는 넘어오면 경고하고 수세적 대응만 했다"며 "그렇게 해선 안 되겠다고 해서 몇 개월 전부터 우리 항공기도 똑같이 CHADIZ(중국방공식별구역)로 넘어간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은 사전 통보 없이 KADIZ에 진입한다면, 우리 군은 국제규범에 맞게 사전 통보 이후 CHADIZ에 진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동맹 및 가치 공유국과의 연대 필요성
조 교수는 우리 독자 대응 외에 한미동맹 및 한미일 차원의 협력은 물론, 가치 공유국과의 연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미일 정상은 지난해 캠프 데이비드 회담을 계기로 3국이 동남아시아에서 △해양안보 협력 프레임워크 구축 △협력국 역량 구축 지원 △해양영역인식 강화를 중점으로 하는 3자 해양체계 설립 등에 합의한 바 있다.
조 교수는 "미일뿐만 아니라 호주·필리핀·베트남 등 다른 유사 입장국과의 해양안보 및 해양영역 인식 강화를 위한 협력 이니셔티브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