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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진정한 적, 테러 범죄 엄벌해야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4.01.29 07:00 수정 2024.01.29 09:29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모두의 잘못' '정치권 자성' 넘겨선 안돼

일어나선 안될 일인데도 악플 적지 않아

엄벌 처해 '깨진 유리창' 빨리 복원해야

지난 25일 피습을 당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 20여일 만에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테러를 당했다. 범인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시죠"라고 확인한 뒤 손에 들고 있던 돌로 배 의원의 후두부를 시작으로 10여 차례나 가격했다.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15세 미성년자라는 점이 더욱 충격적이다.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지만, 특히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범죄다. 정치는 유권자와 직접 접촉하고 소통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총선을 앞두고 더욱 왕성한 활동을 이어나가야 할 시기가 됐지만 이제 정치인들은 홀로 길거리에서 유권자를 만나기 어렵게 됐다. 한 국회의원은 "악수를 할 때 손에 무엇을 쥐고 있는지 살피게 된다"고 했다.


현재까지 범인이 어떤 동기를 가지고 테러를 자행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분노를 표출하고 이를 통해 대중적 관심을 끄는 정치적·사회적 풍토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범인이 과거 경복궁 담벼락 낙서 모방범 설모 씨를 향해 욕설을 하고 지갑을 던지는 영상을 스스로 촬영한 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것을 확인했다. 최근 이 대표 피습 사건에 큰 관심을 가졌다는 주변인 진술도 있었다고 한다.


상대를 '악마화'하고 그 분노를 폭력으로 표출하는 일은 이미 수년 전부터 조짐이 있었다. 2017년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에서는 성난 군중이 언론 등을 향해 노골적으로 적개심을 표출했고 철제 사다리로 촬영팀을 내리치는 일도 있었다. 지난 대선 때에는 이재명 후보를 취재하던 기자가 지지층으로부터 물벼락을 맞기도 했다.


지난해 이재명 대표의 단식 국면 때에는 한 지지자가 흉기로 자해하는 소통이 벌어졌고 또한 칼을 휘둘러 제지하려던 경찰이 부상을 당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때에는 화가 난 한 집회 참가자에 의해 경찰이 폭행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현상의 최상단에는 역시 정치가 있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 혹은 생존을 위해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지지층을 앞세우며 이를 조장해온 측면이 있다. 대중 정치인의 '비생산적 분노'가 대중에게 얼마나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경계했던 막스 베버의 경고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민주주의의 퇴보가 모두를 망가뜨린다"는 안철수 의원의 발언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이번 사안을 '모두의 잘못' 혹은 '정치권의 자성'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발생했음에도, SNS에서는 여전히 '악플'이 줄지 않고 있다. 심지어 '더 큰일을 당하지 않아서 아쉽다'는 식의 글도 있다. 이 대표 피습 사건 때도 비슷한 반응이 없지 않았다. 재발하지 않도록 위기의식을 가지고 엄벌에 처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 이유다.


'깨진 유리창 법칙'이라는 용어가 있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거나 지저분한 거리를 그대로 두면 도덕적 해이가 증가해 우범지대가 된다는 이론이다. 모든 유리창이 깨지기 전에 지금은 깨진 유리창부터 빨리 복원해야 한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시내 모처에서 괴한에 의해 무방비 상태에서 피습당해, 계속해서 십여 차례의 공격을 당하고 있다. ⓒ배현진 의원실 제공, 데일리안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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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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